추억극장 모임은 해가 저문 저녁에 복지관으로 모여 영화관에서는 상영하지 않는 옛 영화를 봅니다. 함께하는 분들과 모이기로 한 건 저녁 6시였는데, 5월을 앞두고 있어 그런지 일몰이 늦습니다. 화면이 제대로 보여야 할 텐데 남아있는 빛 때문에 흐리게 보이진 않을까 싶어 걱정됐습니다. 실 안 모든 블라인드를 치고 시험 삼아 빔 화면을 켜보았는데 다행히 이 정도면 큰 지장은 없겠다 싶습니다.
다섯 분의 이웃과 함께합니다. 이날 본 영화는 1997년에 개봉한 로베르토 베니니 작품 ‘인생은 아름다워’입니다. 어렸을 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그때는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탓에 제대로 영화를 본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같은 내용의 영화를 보아도 다르게 볼 수 있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기에 이웃분들의 동의를 구하고 이 영화를 보게 됐습니다.
간식도 풍성합니다. 어르신 한 분께서 모두가 먹고도 남을 정도로 호박전을 만들어 오셨고, 다른 이웃께서도 귤을 가져오셨습니다. 미처 함께 먹을 간식을 준비하지 못했는데,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 생깁니다. 함께 간식 먹으며 잔잔한 분위기 속에 영화를 봅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2차 세계대전 시대 이야기입니다. 이탈리아 파시스트 정권의 유대인 탄압을 다루는데, 영화 속 주인공은 자기 뜻대로 살아갈 수 없는 삶, 비극이 예견되고 희망이 사라진 삶 속에서도 주어진 삶을 긍정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외부의 어떤 억압에도 개의치 않고 자기 삶의 태도를 자신이 선택하는 진정한 자유의 가치를 보여줬습니다.
“아이고, 너무 슬프다. 눈물 나온다.”
영화가 끝나자 다들 너무 슬프셨다는 반응. 이야깃거리가 많은 영화였다고 하십니다. 좋은 영화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자막을 보기가 어려워서 다음에는 한국 영화를 보면 좋겠다고도 하셨습니다.
무엇보다 조용한 밤에 아늑한 공간에서 이웃과 함께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겠지요. 추억극장 첫 모임 이렇게 마무리됐습니다. 5월에는 또 어떤 영화를 보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