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마을에서 이번 추석맞이 생활복지운동을 진행했고 첫 시작을 안성리에서 함께해 주셨습니다. 복지관 이웃 동아리로 활동하고 있는 ‘소소한 여유만만’ 동아리 대표이신 이경아 선생님에게 먼저 연락을 드렸고 만나 뵙길 청했습니다.
안성리사무소 근처 자그맣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활동의 구상을 말씀드리고 논의했습니다. 부탁을 드리러 온 것임에도 불구하고 외려 선뜻 차를 사주신 덕에 얻어 마시기만 했습니다.
명절에 전을 부치는 일은 좋은 점도 있겠지만 힘들고 어려운 점도 많을 터라 무리한 부탁을 드리는 것이 아닐까 싶은 걱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좋은 취지의 활동이라시며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셔서 감사했고 한 편으로는 놀라기도 했습니다.
안성리 부녀회원 분들과 9월 21일에 모여서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재료는 간단하게 계란 옷을 입힌 뒤 부치기만 하면 되는 레토르트 식품을 사기로 했습니다.
활동 전날 이경아 선생님과 제주시에 있는 제스코마트를 방문했습니다. 부녀회원님들 중 한 분께서 레토르트 식품 중에서도 맛있는 브랜드 제품이 이곳에 있다며 추천해 주셨습니다.
대략 15kg 정도 구입한 뒤에 안성리사무소 맞은편에 있는 안성리 대정현 기록전시관에 왔습니다. 이곳이 평소에 ‘소소한 여유만만’ 동아리와 안성리 부녀회원 분들이 활동하시는 장소입니다. 내부에 큰 주방도 있어서 전 부치기 활동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어보였습니다. 사 온 재료를 냉장고에 넣어뒀습니다.
활동 당일이 되었습니다. 준비물들을 챙긴 뒤 오전 9시 50분쯤 활동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이미 안에서 전을 부치고 계셨습니다. 저도 한 손 거들고 싶어 무슨 일을 하면 좋을지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막상 하려니 무엇을 거들면 좋을지, 뭘 해야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전 부쳐서 이웃들 나누자고 먼저 이야기는 꺼냈지만 막상 살면서 전을 부쳐본 경험이 없어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멀뚱멀뚱 있었던 것 같습니다.
“걱정하지마요! 그냥 앉아서 편하게 쉬세요. 우리가 다 알아서 할게.”
안절부절 못하는 저를 보시며 전혀 걱정할 거 없다고 말씀해 주시는 이웃 분들에게서 베테랑의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가만히 있는 것은 외려 불편할 따름이니 적당히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돕고자 했습니다. 다행히 “그럼 전 뒤집어 볼래요?”라고 제안해 주신 덕에 뒤집게 하나 잡아 전 부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쌓여가는 노릇노릇한 전들이 군침을 돌게 만들었습니다. 시작한 뒤로 두 시간쯤 지나 조리를 모두 마쳤습니다. 준비해 온 포장용기에 전을 담아봅니다. 뚜껑을 모두 닫으니 준비가 끝난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한 가지 남았습니다. 주민 분들의 손 글씨로 마음을 담은 스티커를 붙이는 일입니다. 쑥스러우셨던 탓인지 무어라 적어야 할지 고민들을 많이 하셨지만 제가 옆에서 예시 문구를 몇 번 작성해 보여드리니 금세 준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점심 식사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식사부터 먼저 하기로 해 근처에 있는 칼국수 집에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얻어먹게 되었습니다. 크게 도움을 드린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환영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부녀회 내부에서는 마을에 거주하시는 어르신에게 전을 나누기로 논의가 되었었습니다. 하지만 생활복지운동의 취지를 생각했을 때 그것만으로는 활동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말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고, 활동 전날 이경아 선생님에게만 따로 부탁을 드렸습니다.
“선생님. 괜찮으시다면 어르신뿐만 아니라 인근에서 카페나 음식점을 운영하고 계신 분들에게도 나누면 어떨까요? 이주해 오셨거나 연령이 젊으신 분들도 마을에 잘 녹아들어 함께할 수 있도록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좋은 생각이에요.”
저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신 덕분에 마을의 다양한 이웃들에게 전을 나눠, 정을 나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소소한 여유만만’ 동아리와 안성리 부녀회원님들이 조를 나누어 활동했습니다. 저는 이경아 선생님, 안성리사무장님과 함께 움직였습니다.
“삼촌! 리사무장입니다. 저희 추석맞이해서 부녀회랑 복지관이랑 같이 전 만들어서 나누고 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안녕하세요. 저희 안성리 부녀회에서 왔습니다. 이번에 추석이라서 부녀회하고 복지관이 같이 전 만들어봤어요. 이웃들하고 나누면서 정도 키우고 함께하자는 뜻입니다. 한번 맛 봐보세요.”
“어머. 정말요? 우와! 너무 먹음직스러워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냥 가지마시고 차라도 한 잔 하세요!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어르신뿐만이 아니라 마을에 있는 다양한 이웃이 모두 반가운 눈빛과 목소리로 저희를 반겨주셨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선물하면 그것을 그저 받고 그치시지 않았습니다. 무엇이라도 돌려주시고 싶어 하셨습니다. 이런 게 정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준비한 전을 마을에 모두 나누었습니다.
저도, 이경아 선생님도, 리사무장님도, 소소한 여유만만과 안성리 부녀회원님들도 모두 나누는 기쁨 만끽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일이 또 하나의 시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어제까지는 그저 마을에 사는 어떤 사람에 그쳤을지 모르지만 내일은 “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 한 마디 건넬 수 있는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지 않을까요?
정겨운 미래를 그려봅니다.
(2) 사계리
안성리에 이어 두 번째로 활동한 곳은 안덕면 사계리입니다. 마찬가지로 복지관 이웃 동아리로 모이고 계신 ‘어울림 오카리나’ 회원 분들과 함께합니다.
동아리 회원 중 이창순 선생님은 사계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계십니다. 2022년 어울림오카리나 동아리 회장님이셨기도 합니다. 이창순 선생님에게 먼저 간단하게 활동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처음 활동을 생각할 때부터 이창순 선생님 댁에서 활동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좋아요. 저희 집에 할 곳 많으니까 같이 해요. 제가 올해 오카리나 회장님한테도 얘기해 놓을게요. 회장님하고도 이야기 나눠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다짜고짜 장소를 사용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린 터라 당혹스러울 수도 있으셨을 텐데 오히려 활동하기 좋은 장소라며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습니다.
어울림오카리나 강신월 회장님과 복지관에서 만났습니다. 이미 이창순 선생님으로부터 어느 정도 활동에 대해서 설명을 먼저 듣고 오신 상태였습니다. 강신월 회장님께서도 활동의 취지를 지지해 주셨고 적극적으로 해보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회장님과는 준비물과 일정, 재료 등 세부적인 사안을 논의했습니다.
어울림오카리나 동아리와는 9월 22일에 모여서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식재료를 직접 사서 손질해 조리하기로 했습니다. 9월 22일 아침에 장을 본 뒤 곧바로 조리해서 오후에 나누기로 계획했습니다.
활동 당일 오전, 마트에서 어울림오카리나 회원님들과 만났습니다. 만나자마자 곧장 장을 보기 시작했는데, 식품을 고르는 손길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이창순 선생님께서 진두지휘 하셨고 금세 온갖 재료가 카트에 쌓입니다. 저였다면 마트를 몇 바퀴씩이나 돌아다니며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했을 텐데, 한 바퀴만 돌았더니 장을 다 봤습니다. ‘재료가 남거나, 부족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길 법도 한데 전문가의 손길을 목도하니 걱정이 생길 이유가 없습니다.
이창순 선생님께서 운영하시는 펜션에 모두 모였습니다. 어울림오카리나 회원분들이 각자 집에서 프라이팬, 버너를 챙겨오셨습니다. 삼삼오오 재료를 손질했습니다. 저는 반죽을 주무르면서 동그랑땡을 만들었습니다. 이창순 선생님께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꺼내셨고, 이윽고 구성진 노랫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바깥바람을 맞으며 전을 부쳤고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맞춰 어울림오카리나 회원분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셨습니다. 전을 부치는 일이 고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함께하는 분들 모두 흥겹게, 기쁘게 지금을 누리고 계셨습니다. 전을 부치면서 이제 막 나온 따끈따끈한 전을 맛봅니다. 직접 만들어서 그런 것인지 평소보다도 더 꿀맛 같이 느껴집니다.
전을 다 부친 뒤에는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점심식사를 해결했습니다. 마치 축제 같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장을 찾아 응원하러 온 복지관 직원 선생님들도 맛있게 한 입 드시고 가셨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본격적으로 지역사회를 돌아다니며 인사하고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나눔을 받으실 분들은 이창순 선생님께서 평소에 알고 지내셨던 분들입니다. 복지관에서 지정해 주는 당사자가 아닙니다. 이창순 선생님께서 원래 알고 계셨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주 보실 이웃. 또는 잘 알지 못했지만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어서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이웃. 진짜 이창순 선생님의 이웃 분들에게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래야 이웃 관계를 살리고자 하는 이 활동의 의미가 살지 않을까요? 그렇게 부탁드렸습니다.
“저기 앞에 펜션에서 왔어요. 우리가 추석맞이해서 전 좀 부쳐봤어요. 드셔봐요.”
“아이고… 헉. 아니 이걸 다 직접하셨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근처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있는데 되게 좋네요. 아이들한테도 알려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인 것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랜 만에 뵙네요. 밑에 OO펜션에서 왔어요. 전 좀 부쳤는데, 드시라고.”
“어머나. 감사해요! 미리 알았으면 저도 같이 도울 걸 그랬어요! 다음번엔 꼭 연락해 주세요. 저도 도우러 가겠습니다. 저 이런 거 하는 거 좋아해요.”
사계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이웃을 만났습니다. 모두 한결같이 반겨주셨습니다. 나눔에서 미소가 피어납니다. 아니, 나누었다기보다 그저 인사만 드렸어도 웃음 지었겠지만 나눔이 더해지니 정겨운 포근함까지 느껴집니다. 옆에서 그저 돕는 입장임에도 뿌듯하고 정겹게 느껴지는데 직접 마주하는 이창순 선생님과 이웃 분들은 어떠할까요? 정겨운 이웃 관계가 앞으로도 이창순 선생님에게, 마을에 계속해서 머물길 소망합니다.
(3) 무릉리
안성리와 사계리를 거쳐 마지막으로 무릉리에서 활동했습니다. 무릉리에서도 지난 두 차례 생활복지운동과 마찬가지로 복지관 이웃 동아리 ‘무릉2리 걸을락’ 회원님들의 도움을 받아 생활복지운동 했습니다.
사전에 ‘무릉2리 걸을락’ 공미숙 선생님을 만나 생활복지운동을 논의했고 취지를 잘 이해해 주시고 지지해 주신 덕분에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장소로는 무릉2리 리사무소를 활용할 수 있어서 문제가 없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무릉2리 걸을락’ 회원님들이 대부분 농사를 짓고 계시기 때문에 정확하게 일정을 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걸을락 회원님들과 논의한 끝에 9월 25일에 활동하기로 했습니다. 재료는 마트에서 장을 본 뒤에 직접 손질합니다. 무릉리에서는 부침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25일 오전, 마트에서 공미숙 선생님과 걸을락 회원님을 만났는데 이미 장을 거의 다 보신 상태였습니다. 재료 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어 사계리에서 활동할 때 보관해 두었던 영수증을 참고용으로 챙겨왔었으나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웃 주민 분들의 역량을 너무 과소평가했나 봅니다. 역시나 느껴지는 전문가의 품격에 그저 존경심을 더할 따름입니다.
장을 다 본 뒤 무릉2리 리사무소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리사무소에서는 다른 걸을락 회원님들께서 이미 도착해 테이블과 조리도구 준비를 모두 마쳐놓은 상태였습니다. 누군가가 따로 지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모든 과정이 일사불란하게 진행되었습니다. 이건 뭐… 사회복지사가 할 일이 전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거들어 보려고 하는 행동이 오히려 방해가 될 지경입니다.
순식간에 반죽이 완성되고 전을 부치기 시작했습니다. 걸을락 회원님들께서 버너와 프라이팬을 많이 가져온 덕분에 저도 한 자리 차지해 전을 부쳐볼 수 있었습니다. 전을 부치고, 뒤집는 일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두세 번 정도 해보니 금세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전을 부치고 있을 때 복지관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 격려 방문을 오셨습니다. 모두가 마실 수 있는 음료수를 준비해 주신 덕에 다들 한숨 돌리며 작업을 이어갑니다. 사회복지사 선생님들도 돌아가면서 전을 부쳐보고, 막 나온 따끈따끈한 전을 맛봅니다. 평소에도 부침개를 좋아하는 편인데, 이때 먹은 부침개는 내내 기억에 남을 만큼 맛있고 고소했습니다.
조리를 시작한 뒤로 1시간 30분쯤 지났을 때 부침개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세 마을을 통틀어 가장 빠르게 끝났습니다. 곧바로 포장을 하고 점심을 먹기도 전에 마을을 돌아다녔습니다.
걸을락에서는 우선 무릉2리를 중심으로 가까운 인근 마을의 경로당을 찾아 어르신들에게 나누기로 했습니다. 마을의 특성상 다른 마을들보다도 상대적으로 고령 비율이 높고 젊은 층의 인구가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선은 경로당을 중심으로 먼저 나누고, 남은 수량만큼 인근 카페나 음식점을 찾아 드리기로 했습니다. 이때 걸을락 회원 중 한 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카페나 음식점을 드려야 하는 거예요? 저는 별로 마음에 내키지 않네요. 타지에서 오신 분들이 마을에 조화되려고 노력하면 좋을 텐데 전혀 그런 게 없어요. 젊은 사람들이 더 그래요. 먼저 인사를 한 적도 없고, 자기 집 앞마당에 있는 풀이 지나다니거나 옆집에 사는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는 부분도 있는데 정리하라고 해도 대꾸하지도 않아요.”
순간 흠칫했습니다. 마을 안에서 그런 갈등의 골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서 당황한 것도 있고, 근본적으로 본인께서 내키지 않아하는 상황에 억지로 나누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니 갑작스러운 고민에 빠진 것입니다.
제주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원주민과 입도민의 갈등이 여전히 심한 곳입니다. 제주의 문화가 다소 특유의 독특성과 역사적 폐쇄성을 가지고 있고, 그런 문화의 결이 입도민과 맞지 않는 경우가 꽤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서로를 알지 못한 데서 오는 이해와 양보의 부족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해결하지 않고 방치하면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질 뿐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이 없을 겁니다. 제 경험을 이야기하며 설득을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사람이 나빠서 그런 것은 아닐 거예요. 그저 모를 뿐일 거예요. 저는 어릴 때부터 제주에서 나고 자랐거든요. 그런데 저만해도 공동체에 대한 기억이 그리 선명하지는 않더라고요. 세상이 많이 바뀐 탓이겠죠. 아마 타지에서 오신 분들은 더 그럴 거예요. 공동체라는 것 자체를 많이 느껴보지 못하셨을 테니까요. 그러니 더 알려드려야죠. 마을은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고 마을 이웃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요.”
다행히도 걸을락 회원님께서 제 말에 동의해 주셨습니다. 다만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습니다. 공동체의 해체부터 시작해 이러한 문화의 차이는 시대적 과제일 만큼 어렵고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모두가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그것에 제가 하는 일들이 조금씩이나마 기여되고 있을 것이라고 믿을 뿐입니다.
“어르신, 무릉2리에서 왔습니다. 어르신들 드시라고 추석맞이해서 부침개 만들어봤어요.”
“아이고, 고~맙습니다. 잘 받을게요.”
경로당에 계셨던 어르신들은 누가 왔는지, 왜 왔는지 궁금해 하셨습니다. 활동을 설명 드리고 전 나누러 왔다 하니 맛있게 만들어진 전 보시고 이런저런 칭찬, 감사 보태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 무릉2리에서 왔습니다. 이번에 추석맞이로 전 만들어서 이웃들과 나누고 있어요. 드셔보세요.”
“와, 고맙습니다! 커피라도 좀 드세요. 제가 조금이나마 보답을 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요. 다음에도 또 놀러오세요. 대접하겠습니다!”
마을에서 카페나 음식점을 영업하시는 분들께서도 반갑게 맞이해 주셨습니다. 나눠 기쁘고, 보답 받아 기쁩니다.
대화를 하면, 인사를 하면. 서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오해가 줄어듭니다. 경계할 필요성이 점차 없어집니다. 그 전에는 없었던 화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간혹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렇지만 아무 것도 말하지 않고, 들으려 하지 않고, 소통하지 않으면서 다른 이를 근거 없이 경계하고 배척하는 것만큼 낭비되는 것은 없습니다. 갈등은 해결의 여지라도 있겠지만 단절은 그대로 놔둔다면 반영구적으로 지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세상은 나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닙니다.
걸을락 회원분들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덕분에 무릉리에서의 부침개 나눔도 모두 마쳤습니다. 오늘의 기억이 걸을락 회원분들에게도 오래 남길 기원합니다. 이웃과 나눈 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새로운 이웃이 또 마을에 찾아올 때 말을 걸어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 되길 바랍니다.
(4) 나가며
생활복지운동을 하는 내내 만나는 분들마다 환한 미소로 반겨주셨습니다.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음 짓는 순간이 생겼다는 것. 짧은 순간에 그칠지 모르지만 아무도 모르게 그 뒤로 퍼져나가는 은은한 여운은 지역사회에, 이웃 관계에 새로운 활력이 되고 새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용을 하게 될 겁니다. 그것은 곧 지역사회를 살리겠다는 뜻이며 사회복지사와 복지관의 정체성이고 저희가 하는 모든 일의 궁극적 목적이자 목표입니다. 하나하나의 작은 일로써 조금씩 전진해 나갑니다. 정이 넘치는 지역사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