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흐릿한 것이, 가을 비가 오려는 모양입니다. 나들이가 있는 날이라 화창했으면 싶지만,
어르신들 나들이 하는 동안은 하늘도 꾹 참는지 비가 떨어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통합돌봄 어르신들과 친구분들,
사례관리팀 선생님들이 추천해주신 지역 이웃들과 함께 가을 나들이 진행했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모여, 복지관에서 함께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언니도 오늘 오셨어요? 잘도 오랜만입니다양."
복지관에서 만나고 보니 동네에서 알고 지낸 반가운 얼굴들입니다.
오랜만에 안부도 묻습니다.
"삼촌, 잡아주크메 먼저 조심히 타십서."
잘 모르는 이웃이지만, 서로 힘 보태어 거동 돕기도 합니다.
서로를 알든 모르든,
오늘 만큼은 반가워하며 재미있는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형님, 여기가 어디꽈?"
"여기는... 여기는 무릉이랜 햄신게. 여기는 저지라. 예전에는 ..."
적막한 버스에 조금씩 이야기 꽃이 피어오릅니다.
안덕에서 오신 어르신이 대정에 사시는 형님께 여기가 어딘지 여쭙니다. 대정 지역에 오래 사셨던 어르신께서 지나가는 차창 밖의 마을을 보고 여기가 어디인지, 농사는 어떤 것을 주로 짓는지, 옛날엔 이렇게 불렸다 하며 옛 이야기도 들려주시고, 지역 오름 이야기도 해주십니다. 어르신들 한두분씩 이야기에 귀기울이며 '아~' 하고 탄성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사회복지사가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어르신들끼리 소통하며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도착했습니다.
공연장 로비에 있던 포토존에서 사진도 한 장 찍어보았습니다. 오랜 코로나 기간을 지나 오랜만에 다함께 즐기는 바깥활동이라 모두 들뜬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어르신 한 분께서 매점에 팔고 있는 팝콘을 사셨습니다.
"이거 선생님 먹어~"
간식 건네주셨습니다. 어르신 덕분에 함께 계시던 어르신들 맛있게 간식 나누어 먹고도 남았습니다. 팝콘 나누어 먹으니 공연 관람 분위기가 물씬 났습니다. 서로 나누어 먹으며 얼굴도 마주하고, 말도 섞으니 더 친밀해진 것 같았습니다. 나서서 간식 나눠주신 어르신께 감사했습니다.
멋진 말들과 기수 배우들이 펼치는 공연을 관람했습니다. 운 좋게 맨 앞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곡예를 부리는 말들과 기수들을 보며 박수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적극적인 어르신들께서는 말들에게 간식도 나누어 주시기도 하고, 기수들에게 궁금한 것을 여쭤보기도 하셨습니다.
"아주 재밌게 잘 봤어요~ 선생님 덕분에 이런것도 보러 오네"
"광개토 대왕이 아주 대단했다고~ 역사를 알리는 공연이라 좋았어."
말과 배우 기수들의 위험천만하고도 대단했던 뜨거웠던 공연을 뒤로하고 함께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점심 예약 시간이 조금 남아, 버스에서 막간을 이용한 게임 시간이 있었습니다.
"어르신들~ 퀴즈 내볼게요~ 맞추시는 분들께는 경품도 있어요~"
알쏭달쏭 넌센스 퀴즈도 하고, 가위바위보 게임도 하고, 60년대, 70년대, 80년대 노래를 듣고 제목과 가수를 맞추는 게임도 했습니다. 어르신들도 손 들어 맞추시고 노래도 따라 불러보는 등 재미있는 시간 보내고 함께 점심시간 가졌습니다.
오랜만의 나들이게 즐거워 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좋았습니다. 다음에 또 함께할 기회 있으면 좋겠습니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오니 조금씩 부슬비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웃고 떠들고 함께 밥 나누어 먹으니 더 친밀해진 어르신들입니다.
"비옵니다. 조심히 가십서양~"
헤어짐이 아쉽지만, 따스한 인사도 건네며 서로를 배웅해주십니다. 반가운 이웃, 반가운 가을 비와 함께 통합돌봄 가을 나들이 마무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