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0일 함 씨 어르신께서 지내고 계신 꿈의 숲 5차에 다녀왔습니다. 꿈의 숲은 대정중학교 근처에 있는 주택입니다. 함 씨 어르신 댁에 모여 한 일은 함께 손 소독제를 만들고 이를 이웃집에 나누는 일이었습니다.
손 소독제 만들고 나누는 생활복지운동을 계획하게 된 것은 지난달에 일입니다. 지금은 코로나-19의 여파가 점차 사그라들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때는 전 국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입니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복지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었고 그렇게 생활복지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함 씨 어르신과 함께 손 소독제 만들기
4월 10일 오후 한 시, 함 씨 어르신 댁에 모두 모였습니다. 작업할 수 있는 탁자를 어르신께서 마련해 주셨고 저희는 가져온 재료들을 준비했습니다. 소독제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주 재료인 에탄올과 글리세린만 있으면 됩니다. 8 대 2 또는 9 대 1 비율로 적절히 섞어줬습니다.
포장은 한 가구 당 소독제 100ml 2개, 응원 엽서 한 장으로 구성했습니다. 응원 엽서는 어르신께서 직접 이웃 주민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한 장 한 장 적어주셨습니다. 모두 준비하기까지 30~40분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포장된 소독제 세트를 들고 현관을 나섰습니다.
4층부터 시작해 2층에서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정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발걸음엔 머뭇거림이 없었습니다.
"그냥 다 눌러 뿔자~ 나오실 기다~"
보통은 한 가정씩 벨을 누르기 마련인데... 경상도 사나이 함 씨 어르신은 거침없이 모든 호의 벨을 일제히 누르셨습니다. 여기저기서 열리는 현관문과 함께 이웃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기 OOO 호 사는 사람입니다. 이거 손 소독제 만들었으니까 잘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쓸게요!"
물론 모든 이웃들을 만난 것은 아닙니다. 집에 계시지 않은 분도 있었고 아직은 빈 집인 곳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몇몇 이웃들을 만나며 웃음과 감사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피날레는 1층에서 지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겪는 위기, 서로 격려하며 잘 이겨내자는 마음으로 작은 게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난 뒤
다시 어르신 댁을 찾았을 때, 1층 현관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상보다 더 많은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습니다. 아무도 관심 가지지 않을까 봐 걱정했던 마음은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긴 글은 아니지만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은 포스트잇 한 장은 그 의미가 큽니다. 이번이 계기가 되어 조금 더 이웃을 돌아볼 수 있길, 마주 오가며 인사 나누는 이웃 한 명이 더 많아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