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휴림 캠핑장에 도착했습니다. 입구를 지나 들어서니 숲속 같이 조용하고 평온합니다. 짐을 내려놓고 캠핑장 주위를 걸으며 둘러봅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숲 놀이터, 나무 사이 곳곳에 있는 해먹과 텐트, 함께 둘러앉을 수 있는 나무식탁들을 보니 하루가 머리에 그려집니다. 설레고 기대됩니다.
<조금 낯선 곳에서의 이웃만남>
참여 이웃 대부분이 조금 늦는다고 연락 왔습니다. 아쉽지만 먼저 오신 이웃 분들과 둘러 앉아 간식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 나눕니다. 어른들의 서먹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늘 그렇 듯 금세 친해져 숲속 놀이터로 향합니다.
먼저 오신 이웃들이 후에 오는 이웃들을 맞아주시며 인사하고 농담 겁넵니다.
"아이고 뭘 이렇게나 싸오세요? 오늘은 이 집 옆에 꼭 붙어있어야겠네!"
"다 같이 나눠먹으려면 얼마나 가지고 와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많이 했어요!"
먼저 와있던 큰 언니도 후에 온 동생에게 놀이터 질서를 알려줍니다.
"이거는 한명씩 밖에 못타. 그러니깐 여기 이렇게 서서 기다려 알겠지?"
밖으로 나와 조금 다른 환경에서 이웃을 만나니 새롭습니다. 낯선 외국 땅에서 한국인을 만나면 반갑듯 낯선 곳에서는 얼굴만 아는 사람도 반가워 지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활동 없이도 공동체로 느껴집니다.
<정겨운 이웃사촌>
이웃들과 이야기하던 중 날이 저물기 전에 밥을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모두 공감하며 계획했던 시간보다 조금 더 앞당겨 저녁식사를 준비했습니다.
참여자 이웃이 한 곳에 모이니 북적북적합니다. 남자 이웃들은 모여 앉을 수 있도록 나무식탁을 옮깁니다. 모두 둘러앉아 각자 준비한 음식을 내어 놓습니다. 고기, 카레, 국수, 유부초밥, 소시지, 새우요리, 불고기까지 정말 다양합니다. 나누어 먹으니 푸짐합니다. 함께 먹으니 더 맛있습니다
"이거 한번 먹어봐요."
"와, 맛있어요. 맛있게 잘하시네요. 떠주지만 마시고 같이 좀 드세요."
"전 이런 그림이 좋아요. 자연에서 다 같이 둘러앉아 같이 저녁 먹는 거."
서로 준비한 음식을 나누고 챙겨주는 모습이 친척들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 같이 정겹습니다.
비록 남남끼리라도 서로 이웃하여 다정하게 지내면 사촌과 같이 가깝다는 말의 이웃사촌. 지금 딱 들어맞아 보입니다.
<"우리는 하늘아래 다 친구죠">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은 또 신나게 뛰어 놉니다.
어른들은 하나 둘 씩 한 텐트 앞으로 모이기 시작합니다. 따뜻한 차 마시며 송소라 이웃 분이 준비한 빙고 질문 게임 합니다. 빙고게임 판 칸마다 질문들이 있습니다. 금방 따분하다 느낄 수도 있는 빙고 게임이 이웃과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됐습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양문희!(아내) 일하는것, 아이들 돌보는 것, 힘들텐데 너무나 잘해줘서 항상 고마워요. 존경해요"
한 이웃분이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아내라고 말하며 빙고 게임을 통해 고마운 마음을 표현합니다. 모든 이웃 분들이 환호합니다. 자리에 있던 아내분도 부끄러워 하시면서도 좋아하십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주도 장소는? 복지관. 저는 노형동에 있을 때보다 여기 와서 더 행복해요. 왜냐면 거기서는 집에만 있었는데, 여기 와서는 복지관에 가거든요. 가면 언제든 하소연하고 지나온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양문희씨 같은 분처럼 이야기하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게 좋아요. 오늘도 이렇게 사람들 만났잖아요. 그래서 제일 좋아하는 제주도 장소는 복지관이에요."
제주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가 복지관이라고 합니다. 이유는 복지관 가면 무엇을 줘서,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서 보다 언제든 하소연하고 지나온 이야기할 수 있는 이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 복지관은 개방적인 것 같아요. 주민들과 함께하는..오늘 이렇게 참여하면서 '아 내가 복지관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구나.' 생각 들었어요."
복지관은 작은 일도 주민들과 함께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모습이 주민들에게 많이 와 닿았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모임에서 배움이나 소망, 감사한 일을 이야기 해보자 제안했습니다.
"저는 이 캠핑 하면서 어떻게 보면 익숙한 관계 속에서 만난 관계가 아닌 불특정 다수의 껄끄러운 사람들과 이렇게 모인 거잖아요. 사실 저기 있을 때 이 캠핑 모임이 잘될까? 걱정이 많았는데, 막상 다양한 사람들 끼리 만나서 나누다보니 서로에게 배운 느낌과 감정들이 많아요. 감사해요."
"다 바쁘잖아요. 그렇게 힘들어도 다들 주말을 기다리잖아요. 그동안 신랑은 일하고 저는 애들 친구 엄마들과 시간을 보냈었어요. 매일 주말을 떨어져서 지냈다가 오늘 이렇게 시간 보내는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아요. 사실 오늘 오전부터 바빠서 잘 준비도 못하고 왔어요. 제가 실행력이 부족해서..그냥 실행해보자 하고 왔는데 잘 온것 같아요."
"캠핑은 애들이 늘 하고 싶었는데 제가 잠자리를 가려서 잘 못했어요. 근데 오늘 '아 이렇게도 할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고, 아이들도 좋아해줘서 좋아요. 다음 달 모임에는 맥주를 한잔하며 이야기해도 좋겠어요. 사실 동네 왔다 갔다 해도 얼굴만 알아서 대충 인사만 하고 말을 나눈적이 없어요.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안녕하세요.' 밖에는 거의 안하는 성격이라서... 이런 기회가 있어서 얘기도 하게되고 다음에 또 만나게 되면 말을 걸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모임이 감사해요."
"저는 제주도에 친구가 없어요. 오늘 좋은 사람들 만났고, 함께 모여서 이런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나중에 만나서도 인사하고 얘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레크리에이션 같은 것도 모임 멤버들이 직접 하니깐 더 좋은 것 같아요. 옆에서 서포트 잘해줘서 고마워요."
"저도 낯을 많이 가리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해요. 가끔씩 얼굴은 아는 사람은데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은 아니고..얼굴만 아는 사람들 보면 '인사를 해야되나? 내가 인사했는데 안받아주면 어쩌지?' 하며 걱정하다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캠핑을 통해서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른 사람의 마을을 배워가고 이게 참 좋은것 같아요."
"네 오늘 참 반갑고 육지에서 오신 분들도 계신데 잘 오셨고 잘 적응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좋은 모습으로 와서 행복하게 살면 다 같은 이웃이고 하니 좋은 분위기가 생겨서 좋은것 같아요."
"우리는 하늘아래 다 친구죠 뭐~"
"저는 동쪽에 살다가 3년전에 이사왔어요. 올해 4년째. 여기 와서 너무 좋아요. 저도 낯을 가려요. 그래서 복지관에 가지도 않는 사람이에요. 저도 얼굴을 아는데 괜히 인사했다가 창피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 것도 있고 낯을 워낙 많이 가려서.. 이 모임에는 친구 따라 왔는데 정말 좋아요. 좋은 모임 만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한 동네 살며 얼굴은 알지만 '알아볼까?' 하는 걱정에 말 한마디 건네기 힘듭니다. 그렇게 고민하다 겨우 "안녕하세요." 인사 건네지만 더 나눌 이야기가 없어 어색하게 돌아서기도 합니다.
서로 조금이라도 닿아 있는 '무엇' 인가가 있었다면 걱정없이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 닿아 있는 부분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지 않을까요?
마을 모임들이 서로 닿게 해주는 그 '무엇'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각자 자기의 삶을 살아가지만 때때로 이렇게 어울리고 기댈 느슨한 관계의 공동체가 있다면 일상이 풍요로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