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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만든이웃] 엥그리다-첫모임

관리자 2025-07-23 (수) 15:18 7일전 6  










엥그리다가 무슨 뜻인지 물어 오신다며 대충 그리다. 낙서하다. 등의 제주어입니다.

엥그리다 모임은 그림 전문 강사님이나 글을 잘 쓰는 작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형식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살아온 삶의 한 순간들을 직접 엥그려 보며 그림과 이야기로 나누고 소통하는 모임입니다.

엥그리다 모임을 시작하려는데 처음에는 누구랑 하면 좋을지 참 어려웠습니다. 이야기 거리가 많은 분, 말씀을 재미있게 하시는 분, 그림을 잘 그리시는 분, 어떤분을 모집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 공유공간을 많이 이용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모집을 시작하였습니다.

어르신들에게 그림 그리는 시간을 갖자고 하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의 반응은 다 비슷하십니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것에는 재주가 없어 못한다.

손이 떨려서 그릴 수 없어!! 평생 그림을 그려 본 적이 없는데 할 수 있을까? 등등 모임을 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파자, 원옥, 운매, 금옥 어르신이 함께 해 보겠다고 하여 엥그리다 모임이 구성되었습니다.

 

첫 모임 시간에는 금옥 어르신이 건강상의 이유로 빠지게 되었지만 나머지 어르신들은 모두 참석해 주셨습니다.

각자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지고 난 후 내가 살았던 나의 고향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운매 어르신은 그림 실력이 뛰어나십니다. 엥그리는 정도가 아니라 정밀 묘사 하듯이 그림을 그려 내십니다.

“어르신 그림 못 그리신다더니 거짓말 하신 거 아니에요 정말 잘 그리시네요!”

주어진 주제에 그림을 거침없이 그리는 어르신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함께 계신 어르신들도 슬쩍 슬쩍 운매 어르신이 그린 그림을 보시더니

“그림을 너무 잘 그리시네. 어디서 배우셨나보다.” 하셨습니다.

파자, 원옥 어르신은 어떻게 그려야 할지 난감해 하셔서 밑그림을 그릴때 도움을 드렸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어르신들이 나누는 이야기 속에는 열매, 나물, 전쟁, 피난, 가난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원옥 어르신 이야기에는 난데없이 총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북한에서 살던 때에는 군대도 갔었다고 합니다. 6·25 전 남과 북을 왔다 갔다 했었다고도 합니다. 6·25 전쟁이 어린시절이었기에 간첩 이야기도 빠지지 않습니다. 간첩으로 오해 받기도 했던 일, 피난시절 일, 나물 캐러 다녔던 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제각각 그림이 다 완성되었습니다.

파자 어르신

네 고향은 전남 화순군인데 운주사 절이 있어

고향하면 생각나는 것이 아버지의 묘가 있는 운주사 절만 생각나~ 그래서 아버지가 그립고 보고 싶어서

운주사 절을 그렸어! 운주사 절에 가면 누워 있는 큰 불상도 있어

불상도 그리고 싶었는데 잘 그려지지가 않네......

원옥 어르신

강원도 홍천 내 집은 나무가 많아 누군가는 대추나무집,

누군가는 밤나무 집, 또 누군가는 고욤나무 집이라고 불렸어

마당에 큰 대추나무에 사촌동생이 올려 달라고 해서 올려줬더니 무섭다고 내려오지도 못 하고 울고만 있어

내려오지도 못 할 거 왜 올려달라고 했냐고 안 내려오면 혼자 가 버린다고 해도 안 내려 와서 에잇! 나도 모르겠다

무엇 한다고 기다리고 서 있냐 하고 놔두고 혼자 와 버렸다가 혼도 났었지

지금 생각하면 그립지 죽기 전에 가 볼 수 있을런지.......

운매 어르신

지금도 내 기억에는 집이 어마어마하게 큰데 그림으로는 다 표현이 안 되네....... 

우리 집은 대궐 같이 큰 기와집이 여러 채 있었고 마당도 엄청 넓어 큰아버지 집 식구들도 다 같이 살 수 있을 만큼 큰 집이었는데 큰아버지가 사고 치는 바람에 가문이 기울어 학교도 못 가게 되고 가족들도 다 뿔뿔이 헤어져 따로 살게 되었지 우리 아버지는 나를 너무 예뻐하고 공부를 시키면 잘 할 것 같다며 학교를 보내 주신다고 하셨는데 학교도 못 가게 되어 철이 없을 땐 부모님 원망도 많이했었지... 못 배워 서러웠던 일도 있었고....... 생각하면 어떻게 살았나 몰라!



처음에는 ‘내가 어떻게 그림을 그려!! 못 그린다고 자신 없어 하셨지만 어르신들 한분한분 정말 그림도 잘 그려주시고 이야기도 잘 해주셨습니다.



이렇듯 엥그리다 모임은 뭔가 거창한 사연 사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바쁘게 앞만 보며 달려온 어르신들의 삶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중시하며 살아왔는지, 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후회나

가족, 친구, 학교, 일, 관계, 취미...... 그저 평범한 순간들을 그림과 이야기로 채웠습니다.

다음달 모임은 6월 8일에 진행하기로 하고 첫 모임은 잘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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