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언제 내릴지 모르는 4월입니다. 오늘은 여자 어르신들의 첫 식사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일기예보에는 오전에 비가 내린다고 하여 걱정하였지만 날씨도 어르신들의 첫 모임을 알았는지 구름사이로 따스한 햇살을 보내주었습니다. 기분 좋은 햇살을 맞으며 어르신들을 모시러 발길을 옮겼습니다. 코로나19가 무덤덤해지며 사회적 거리두기와 많은 제재들이 풀리고 있는 만큼 오늘 모임에서 어르신들이 코로나19의 제재 속에서 해방된다는 개운한 기분을 시원하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인연’
첫걸음은 보성에 살고 계시는 김순주 어르신 댁이었습니다. 댁에 도착하니 어르신께 출발해야 한다는 신호를 알리듯 강아지가 힘차게 짖었습니다. 예정했던 시간보다 15분 일찍 도착하였는데도 어르신께서는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예정했던 시간보다 일찍 왔는데 벌써 준비를 다하셨네요!”-담당자-
“아침부터 이 시간만 기다렸어요.”-김순주어르신-
오랜만에 놀러 간다고 하니 기분이 좋으셨는지 웃음을 지으셨습니다.
김순주 어르신을 태우고 두 번째로 향한 곳은 신평에 있는 방이심 어르신 댁이었습니다. 두 어르신은 첫 만남이시기에 어색하지는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을 가지며 출발하였습니다. 방이심 어르신께서는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참여하시기에 많이 기다려지셨는지 마당에 나와 계셨습니다.
“어르신 오래 기다리셨어요?”-담당자-
“그냥 햇살도 맞을 겸 나와 있었어.”-방이심어르심-
오늘 같이 가실 어르신 한분을 먼저 태우고 왔다고 말씀드리며 차 문을 열어드리니 처음 만나는 두 분이 인사를 나누셨습니다.
두 어르신을 태우고 향한 목적지는 조성희 어르신과 진옥열 어르신이 계신 신도로 향하였습니다. 어색할까 걱정했던 담당자의 마음은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신평에서 신도로 향하는 내내 차 속에서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인연의 만남이 좋으신지 두 어르신의 대화에는 웃음도 함께하였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신도에 도착하였습니다. 먼저 조성희 어르신을 태우기 위해 차를 세우고 들어갔습니다.
“어르신 저 왔어요.”-담당자-
“선생님 오셨네. 오늘 다리가 좀 쑤셔서 가지말까 고민되어 전화하려 했는데 선생님 왔으니까 그냥 가야겠어.”-조성희어르신-
“어르신 너무 아프면 어쩔 수 없지만 조금 참으실 수 있으면 같이 가요.”-담당자-
“그래 많이 아픈 것이 아니니 가보지 뭐.”-조성희어르신-
어르신께서는 함께 가기 위해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다리가 좀 아프셨던 것 같았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어르신과 천천히 걸으며 차로 향했습니다. 차문을 여니 먼저 차에 계셨던 두 어르신께서 밝게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가까운 곳에 살고 계신 진옥열 어르신 댁에 도착하였습니다. 진옥열 어르신께서도 준비를 다 하고 계셨고 바로 나와 차에 타셨습니다. 이렇게 네 분의 어르신께서 모두 차에 타셨고 서로 밝게 인사를 나누며 기다리고 기대했던 첫 여자어르신들의 식사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자기소개’
“식당으로 이동하는 동안 저희 자기소개 해볼까요?”담당자-
조심스레 어르신들에게 자기소개를 제안하였습니다.
“하하하. 자기소개 정말 오랜만이다.”-진옥열어르신-
“늙은 할머니들 뭐 소개할게 있다고.. 우리는 소개 할 것도 없어~”-조성희어르신-
“에이 그래도 한번해봐요~ 이렇게 만난것도 인연인데 서로 알아가고 좋지죠. 재미도 있고!”-방이심어르신-
“그래, 그럼 한번 해보지 뭐”-조성희어르신-
오랜만에 자기소개를 하는 어르신들이기에 어색함이 흘렀습니다.
“그럼 저부터 시작할게요! 저는 어르신들의 웃음을 위해 뛰어다니는 27살 사회복지사 오창우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담당자-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큰 목소리로 소개를 했습니다. 담당자가 소개를 하니 어르신들께서 박수를 쳐주시며 웃으셨습니다.
아침에 다리가 좀 쑤신다고 하신 조성희 어르신께서 금세 괜찮아지셨는지 힘차게 소개해주셨습니다. 조성희 어르신께서 옆에 앉아있는 김순주 어르신에게 터치하셨습니다.
“인성리에 살고 있는 82세 김순주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순주 어르신께서 소개를 하셨습니다. 소개를 하는 것이 재밌으신지 웃으며 소개를 하셨습니다. 다음으로는 방이심 어르신께서 소개를 하셨습니다.
“저는 신평에 살고 있는 방이심입니다. 네명중에 막내인 79입니다. 저도 잘 부탁드리요!”
방이심 어르신이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는지 김순주 어르신께서 소개가 끝나자마자 시작하셨습니다. 어르신들께서 서로의 소개를 끝까지 집중했고 소개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쳐주셨습니다. 서로의 소개가 끝난 뒤로 일상대화와 옛날얘기들을 하며 어색함 없이 신나게 대화를 나누며 식당으로 달렸습니다.
‘밝음이네’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느덧 식당에 도착하였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서로를 기다려주며 차에서 천천히 내리셨고 식당에 들어가는 길도 함께 맞춰 걸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 앉아 메뉴를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점심 칼국수를 먹으려 하는데 괜찮으시죠?”-담당자-
“아유 칼국수 좋지~~”-어르신들-
어르신들께서 칼국수가 마음에 드시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을 하였지만 좋아해주셔서 다행이었습니다. 음식이 나오는 동안에도 어르신들께서는 대화가 끊기지를 않았습니다. 음식이 나오며 식당 사장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르신들 이거 꿩 칼국수에요. 꿩고기 안 드시는분 없으시죠?”-사장님-
“이거 꿩고기야? 꿩 없어서 못먹지 건강에도 좋은건데~”-어르신들-
“너무 맛있다”-진옥열어르신-
“마을에서 칼국수해서 먹기도 하는데 거기보다 훨씬 맛있네.”-김순주어르신-
“오늘 맛있는 점심 먹는다고 하길래 아침을 조금 먹었는데 조금 먹길 잘했네.”-방이심어르신-
어르신들께서는 꿩 칼국수를 처음 드신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들 모두 입에 맞으셨는지 맛있다고 말씀하시며 젓가락이 쉬지 않으셨습니다. 먹다보니 어르신들께선 국물도 남기지 않고 설거지를 한 그릇처럼 깨끗하게 비우셨습니다. 어르신들께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메뉴를 선택한 담당자 또한 기뻤습니다.
‘도구리’
식사를 마치고 난 후 바람을 쐬기로 하였습니다. 어르신들게 바람 쐬기 좋은 곳이 있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이제 바람 쐬러 가야하는데 어디 좋은데가 있을까요?”-담당자-
“우리집 이신 쪽에 잘도 좋은데 이신디 거기 가게. 관광객들도 막 하영 오는 곳이라. (우리집 있는 쪽에 완전 좋은곳 있는데 거기로 가자. 관광객들도 많이 오는 곳이야.)”-진옥열어르신-
진옥열 어르신께서 선뜻 나서며 어르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좋은곳이 있다며 소개하셨습니다. 식당에서 나와 차에 타고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곳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서로 관계가 형성되어 조금은 편해지셨는지 사투리가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서 쭉 달리다보니 진옥열 어르신께서 말씀하신 곳에 도착하였습니다. 마음이 뻥 뚫릴 정도로 넓은 바닷가가 보이는 아주 멋진곳 이었습니다.
“이디 말한거꽝? 여기 잘 알주게. (이곳 말한거에요? 여기 잘 알고 있지)”-조성희어르신-
조성희 어르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르신께서도 신도2리에 살고 있으며 전에 해녀로 일을 하셨기에 잘 아시는 듯 했습니다. 도착하여 바람을 쐬기 위해 차에서 내리기로 하였지만 조성희 어르신께서는 잘 알고 있는 곳이고 다리도 아프다고 하셔서 차에서 쉰다고 하셨습니다. 같이 구경하지 못하여 아쉬웠지만 다음에는 꼭 같이 나가서 구경하겠다는 어르신의 약속을 받고 세명의 어르신과 구경을 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