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 입 밖으로 꺼내거나, 두 귀로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어딘가에 분명 표류하고 있는 마음을 고스란히 꺼내 담아보는 ‘마음 담은 단풍나무 꾸미기 캠페인’ 진행했습니다.
10월 18일 대정초등학교에서 열린 “2023 마을교육공동체와 함께하는 대정몽생이 축제”에 참여해 부스 운영했습니다.
처음 축제 참가 요청을 받았을 때 어떤 내용을 가지고 부스 운영을 하면 좋을지 고심했습니다. 대정초등학교 아이들이 재밌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복지관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어야 했습니다.
고심 끝에 결정하게 된 것은 두 가지 종류의 체험과 캠페인 진행하기였습니다. 체험은 운동장에서 뛰어놀기 좋은 바람개비 만들기와 에코백 만들기, 캠페인은 나뭇잎 스티커를 사용해 평소에 감사했거나 고마웠거나 혹은 미안했던 마음을 적은 뒤 나뭇가지 그림에 붙여서 마음을 전하는 방식으로 준비했습니다.
당일 부스 운영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복지관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이며, 우리 복지관은 어디에 소재하고 있는지에 대한 안내문을 설치하고 해당 내용에서 발생되는 퀴즈를 풀고 정답을 맞히면 ‘간식’을 받게 됩니다. 그런 다음 단풍나무 꾸미기 캠페인을 참여한 뒤에 바람개비와 에코백 중 원하는 체험 키트를 선택해 만들거나 챙겨 가면 끝입니다.
퀴즈는 아이들의 연령별 수준 차를 고려해 1~2학년에게는 우리 복지관의 이름이 무엇인지 답하기, 3~6학년에게는 복지관에서 하는 일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해서 말하기로 정했습니다.
간략한 복지관 소개와 직접 그려본 나무 줄기와 가지 (엉성하지만 채워지면 예쁘겠죠?)
축제 당일 준비한 재료들을 챙겨서 담당 부스로 갔습니다. 대정초등학교에는 4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재학 중이어서 모든 아이들이 한꺼번에 운동장으로 나왔다가는 굉장히 번잡해 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두 학년을 묶어 활동할 수 있도록 계획된 상태였습니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이에요?”
복지관 부스를 찾아오는 아이들이 저마다 이곳은 무얼 하는 곳이냐며 궁금해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복지관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설명해 주었고 캠페인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퀴즈를 맞히는 아이들의 눈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아무래도 복지관의 역할이 다소 낯선 모양인지 뻔히 다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슬쩍슬쩍 살펴봅니다. 그 모습이 귀엽기만 합니다.
퀴즈를 맞히고 캠페인에 참여할 때는 “뭐라고 쓰지?”하며 고민하더니 이내 하고 싶었던 말과 듣고 싶었던 말들을 술술 적어내려 갑니다.
*하고 싶은 말
“엄마 말대꾸해서 미안해요.”
“그때 싸웠던 거 고의는 아니었어. 미안해. 화해하자.”
“엄마, 아빠 저랑 건강하게 오래오래 같이 살아요.”
*듣고 싶은 말
“고맙다는 말 듣고 싶어요.”
“너와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어.”
“최고야!♥”
담백하게 적어 내려간 말들이 있었고,
“공부 그만하고 쉬어라~”
“용돈 줄게.”
같은 장난스러운 말들도 있었습니다.
나뭇잎이 하나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금세 나뭇가지를 빼곡히 채웠습니다. 그마저도 모자라 바닥에 떨어진 낙엽처럼 모든 여백이 나뭇잎으로 채워졌습니다. 대정초등학교 교직원 선생님들도 빼곡한 나뭇잎을 바라보시더니 “예쁘다.”“의미 있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봐 주셨고 “서투르지만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쓴 아이들의 진심이 느껴진다.”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몽생이 축제 부스 운영과 생활복지운동을 마무리했습니다.
이 말들이 당사자에게 직접 전해지지 않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묻는 이가 있을지 모르나, 그저 믿습니다. 이 말을 쓰는 이가 스스로 그런 감정과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에 그치는 것만으로도.
평소 나에게 하기 싫은 귀찮은 일을 시키거나 잔소리하는 부모님이 미울 때도 있겠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는 그런 부모님이 건강하시길 바라고, 자신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진짜 진심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리라고.
그래서 그런 마음을 가진 채 그 하루만이라도 부모님이나 소중한 누군가에게 부드러운 말을 쓰고 작게나마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나와 소중한 누군가의 관계를 다시 정립해 나가는 것이 되는 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