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월 19일(토) 서귀포시 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청소년 자전거 여행 면접을 보았습니다. 지원서를 제출한 이후 과거 다른 사업들의 면접후기들을 참고하며 면접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어떤 질문들이 나오는지 보며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저를 위해 면접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사진도 받았습니다. 정말 즐겁고 색다른 면접이 될 것만 같아 기대가 되었습니다.
첫 만남
전달받은 면접시간에 맞추어 복지관으로 이동했습니다. 면접을 준비한 친구들이 손수 만든 것 같은 포스터가 저를 먼저 반겨주었습니다. ^^ 이윽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경보 친구가 저를 맞이했고 오히려 저보다도 더 긴장한 듯한 표정으로 저를 면접 대기실로 안내해주었고 시원한 음료도 가져다 주어서 대기실에서 편히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잠깐 기다리니 곧 면접실로 이동했습니다.
바퀴 축을 제주도 모양으로 그려준 센스가 돋보였습니다.^^
면접관 친구들과의 첫 만남
경보가 정성껏 만들어준 환영 영상을 보고, 동현이가 만든 PPT로 소개를 들었습니다. 앞의 포스터는 한결이가 그려주었습니다. 환영 영상은 면접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답사하는 과정이 담긴 영상이었습니다. 저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을 마음들이 떠올라서 너무 고맙고 소중했습니다.
이어서 본격적으로 면접이 시작되고 친구들이 준비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자전거 여행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전거 여행을 해보셨나요?"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세요?"
"자전거를 타면 좋은 점이 있을까요?"
"자전거로 어디까지 가보셨나요?"
청소년 자전거 여행의 실습 선생님으로 참여할 만한 역량이 있는지 확인하는 진지한 질문들이었습니다. 면접관 친구들의 나이대인 중학교 3학년 때 저도 자전거 타는 것에 심취했던 기억이 있고 그 당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는 일이었다고 답했습니다. 틈만 나면 자전거 용품을 알아보다 용돈이 생기면 구매했고 용인에서 이천까지 자전거 여행 경험이 있다는 것과 당장 이번 년에도 자전거 국토종주를 제 친구들과 계획하기도 했다(비록 무산되었지만)는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이어서는 저에 대해 개인적으로 궁금한 내용의 질문들이었습니다.
"군대에서 훈련 중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산과 바다를 굉장히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러한가요?"
"수영할 줄 아시나요?"
"낚시 해보신적 있으신가요?"
- 훈련 중 가장 행복했을 때는 고된 훈련을 마치고 일주일의 마지막, 매주 예배드리는 날!
- 산과 바다를 너무 좋아해서 한달에 한번은 국립공원 정도의 산에 부용회 동아리 활동을 통해 꼭 방문하고 안되면 동네 뒷산이라도 뛰어 올라가며 바다도 좋아해서 면접 전날과 면접날 아침에 바다를 보기 위해 모슬포 항과 동일리 포구를 거쳐서 뛰기도 했다고 대답했습니다.
- 수영을 너무 좋아해서 주3회 아침 수영을 다니고 있고 재작년엔 수상인명구조요원 자격증도 땄다! 혹시라도 면접관 친구들이 물에 빠지게 된다면 구해주겠다고도 했습니다. ^^
- 낚시도 지인 분이 카약피싱을 즐겨하셔서 태안에서 카약을 타고 낚시를 해본 적이 있고, 저는 그 날 배가 뽀얀 자연산 광어를 잡기도 했다고 답했습니다.
마지막 질문으로 노래 한 곡 불러주실 수 있냐는 요청에 제가 훈련가서도 가장 많이 부르고 모든 동기들이 좋아하는 ROTC 사가인 '나를 따르라'를 불렀습니다. 다른 곡도 준비해왔지만 군가가 듣고 싶다는 면접관님들의 요청에 따라 크고 우렁차게 일어서서 반동까지 줘가며 열심히 불렀습니다.^^
"나!라의 간성으로 자라기 위해~
학!문과 훈련으로 이 몸을 다져~
문!무를 겸비한 학군 사관이 되어~
굳건한 나라 기반 세워나가세~
따르라~(누구를!) 나를~! 나를 따르라~
젊음이 약동하는
싸우자(싸우자!) 이기자(이기자!)
막강 ROTC~"
이렇게 1차 면접이 종료되고 2차 면접 장소로 이동하는데 2차면접은 낚시로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낚시 면접! 설렘을 안고 운진항으로 이동했습니다.
경보의 밀짚모자 수여식!
신혜교 과장님이 운전해주시는 복지관 버스를 타고~
처음 경험해보는 완전히 새로운 면접 유형이었습니다. 자전거 여행 기간동안 라면도 끓여먹고 낚시도 하고 수영도 할 것이라는 친구들의 계획에 맞게 실습 선생님인 제가 과연 정말 적합할런지, 이제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간에 지렁이와 짜파게티를 샀고 미끼를 끼워보신 적 있냐고 친구들이 물었습니다. 저는 없다고 답했고 한결이가 항에 도착해서 미끼 끼우는 법을 직접 알려주고 보여주었습니다.
"갯지렁이를 반을 뚝 잘라서... 입에서부터 바늘을 통과시키고... 피랑 내장이 좀 많이 묻을거에요..."
처음 해보는 미끼 끼우기가 걱정도 되었지만 한결이가 잘 알려준 덕에 다른 친구들의 미끼를 제가 끼워줄 수 있었습니다. 한결이는 평소에도 낚시를 엄청 좋아한다고 하며 능숙한 솜씨를 보여주었습니다.^^ 갯지렁이 피와 내장으로 범벅된 손이 미끌거려 미끼가 잘 안끼워지기도 했지만 재밌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낚시 전문가 포스 한결이!
낚시에 열중하는 동현이의 뒷모습..!
이후 계속된 낚시에도 좀처럼 물고기들은 잡힐 생각을 않았습니다. 점심 때가 다가와 출출해질 무렵..! 오면서 사온 짜파게티가 떠올랐습니다. 경보가 맛있게 요리해준다며 버스로 갔습니다.
오늘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입질이 왔다 싶어서 확 당기는 순간 꿈쩍도 안하는 낚싯대를 보며 우리는 지구를 낚았음을 깨달았습니다. ^^ㅠㅠ 몇번이고 계속 지구를 낚다가 완성되어가는 짜파게티 냄새가 운진항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맛있는 점심식사
떠나기 전 한마리를 잡은 한결이!
한마리도 못잡고 돌아갈 뻔 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낚시에 열중하던 한결이가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낚시인이자 제주도민으로서의 자존심을 지켰다고 기뻐했습니다. ^^ 물고기는 떠나기 전 다시 풀어주었습니다. 자전거 여행 기간동안에는 큰 녀석을 잡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이 인상깊었습니다. 큰 녀석이 잡히면 회도 뜨고 라면에도 넣고 튀기고 굽고 다 해 먹기로 했습니다.
한결이가 선물해준 조개껍질, 직접 주워서 깨끗하게 씻어 전해주었을 조개껍질에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냥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해변을 보여주고 싶다는 친구들의 말에 동일리 포구로 이동했습니다. 중간에 동현이는 약속이 있어서 내렸습니다. 많이 아쉬웠지만 자전거 여행 실습 때 꼭 다시 만나자고 인사했습니다. 야생 돌고래 서식지로도 유명하다고 소개받은 동일리 포구에서 잠깐 모두 내려가서 발을 담구었습니다.
시원한 바닷물에 발을 담궈 더위를 식혔습니다.
발을 식히며 떠들고 있을 때, 신혜교 과장님이 면접관 친구들에게 "선생님 어땠어?" 라고 물어보셨고 이에 친구들은 말없이 엄지를 척! 하고 들어주었습니다. ^^ 비록 동현이는 자리에 없었지만 같은 마음이었으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고마운 친구들!
멋진 포즈로 단체사진~
제 수영실력을 확인하고 싶다는 말에 다음은 하모 해수욕장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산과 바다를 좋아하냐고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도 시원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함께 간 정현우 실습 선생님과 수영시합!
과장님과도 같이 수영하고 친구들과도 물을 튀기며 신나게 놀았습니다. 오랜만에 제주의 바다에서 즐겁게 수영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헤드업 평영, 구조배영, 횡영 등등 해보기도 하며 면접시간에 물어보았던 수영과 관련한 내용들을 바다에서 수영하며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아 걱정마 구해줄게~~!! 한결이는 수영을 할 줄 안다고 했고 경보는 수영을 못한다는 말에 다음달에는 수영도 알려주고 겸사겸사 같이 다이어트도 하기로 했습니다. 아침엔 같이 뛰고 오후엔 수영하고 즐거운 실습기간이 되리라 믿습니다. ^^
"선생님 노래 좋아하세요? 블루투스 스피커 있으면 가져오세요! 자전거 여행하면서 같이 들어요."
수영 후 발을 씻고 차로 가는 길에 경보가 말했습니다. 제 블루투스 스피커 꼭 챙겨가기로, 신나게 음악을 들으면서 자전거를 타기로 약속했습니다. 경보는 취미가 뭐냐고 물었을 때 자전거 타는 게 취미이고 집에 전기자전거도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정말로 자전거 타기를 즐겨하고 진심으로 청소년 자전거 여행을 기대하는 친구들 덕분에 저도 더욱 기대가 되고 열심히 준비해야겠다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송악산까지 시원한 드라이브를 끝으로 면접일정이 종료되었고 복지관으로 돌아가 함께 먹은 식기를 설거지하고 장비들을 정리했습니다. 마지막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잘 정리하는 친구들이 멋있었습니다. ^^ 친구들과 같이 1차 면접, 2차 면접을 진행하면서 바다에서 낚시도 하고 수영도 하면서 중학교 3학년 때 제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시기 자신을 믿어주고 함께 동고동락 했던 대학생 선생님, 재밌게 놀고 함께 웃으며 자신들을 사랑해주었던 선생님으로 이 친구들의 인생에서 기억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안전하게 자전거 여행을 진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친구들이 직접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보조하고 지원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