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 1시까지만 집에 가도 돼서 오늘 만날 수 있어요! 마을회관에서 유준이와 운동하고 있을게요."
"어 예준아 진짜? 알겠어 이따 보자!"
예준이에게서 좋은 소식이 들려옵니다. 예준이가 어머니를 뵈러 2주 간 제주시에 가기로 했었는데, 시간이 미뤄진 것이었습니다. 이 소식을 백다솔 선생님께도 알립니다. 다행이라 하셨습니다.
요즘 예준이와 유준이가 마을회관 2층에 있는 헬스장에 자주 가서 운동을 하곤 합니다. 아이들의 담임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이 평소에 라면을 너무 많이 먹어 걱정된다고 하셨었는데, 운동에 눈을 뜨고 재밌게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기특하고 안심도 됩니다. 아이들에게 헬스장을 알려주신 김민석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유준이를 데리러 유준이 집으로 향합니다. 유준이가 밥을 먹고 있어서, 백다솔 선생님께 알렸습니다. 유준이가 다 먹을 동안 예준이를 데리러 가신다 하십니다.
유준이는 비빔면을 맛있게 먹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물려서 못 먹겠어요."
"비빔면이 물려?? 1개 끓인 거 아니야?"
"2개 끓였어요! 1개는 너무 적고 2개는 너무 많고 물려요. 왜 1.5인분은 없을까요?"
"선생님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어!! 그러게.. 왜 1.5인분은 없을까?"
유준이가 비빔면을 다 먹고 백다솔 선생님과 예준이를 기다릴 동안 쉬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싱크대에 쌓인 그릇들을 보고, 유준이에게 기다리는 동안 설거지 할 것을 권유합니다.
유준이는 내키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유준이가 설거지를 해놓으면 할머님께서 좋아하실 거라고, 기특해하실 거라고 응원해줍니다.
설거지를 준비하는 동안 주방에 있는 라면들을 발견합니다. 신라면 5봉지, 안성탕면 5봉지, 육개장 1박스, 그리고 비빔면 3봉지가 남아있었습니다. 유준이가 라면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서 꿈과 관련된 이야기와 엮어보았습니다.
"유준아, 라면이 그렇게 좋아?"
"네! 라면이 제일 맛있어요."
"그러면 라면 회사에서 일해보는 건 어때? 라면 먹으면서 일할 수 있어! 유준이한테 찰떡 아니야?"
"에이 선생님 거짓말이죠?"
"와 유준아,, 선생님 못 믿어?"
저는 영상 매체를 꺼내며 유준이에게 증거 자료를 보여줍니다.
"오 선생님 진짜네요!! 그럼 요리사는 다음 생에 하고, 이번 생에는 라면 회사에서 일해야겠어요!"
(유준이의 원래 꿈은 요리사였습니다.)
"정말?? 유준이 그러면 공부 열심히 해야겠네?!"
"열심히 해야죠,, 저는 무조건 1.5인분짜리 팔도비빔면을 만들 거예요!! 반드시 만들 거예요."
"만들어서 선생님한테도 1박스만 보내줘 :)"
"무조건 보내드릴게요 선생님 진짜! 저 이제 설거지 할게요."
라면 회사에서는 라면을 먹으면서 일도 하고, 돈도 번다고 말해줍니다. 유준이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핍니다. 유준이와 함께하면서 이렇게 환하게 웃는 것을 처음 봤습니다. 잘 웃는 아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서러웠습니다. 성찰합니다.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설거지를 마치고 나니 백다솔 선생님과 예준이가 도착해있었습니다.
예준이를 만나러 가는 길에 유준이가 한 가지 질문을 합니다.
"선생님, 5억년 버튼이 있다면 누르시겠습니까?"
"어떤 버튼인데?"
조건은 이러했습니다.
1. 5억년 동안 우주 어딘가의 차원에 갇힙니다.
2. 몸은 늙어가지만 불사의 상태로 살아갑니다.
3. 원하는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외출이 불가합니다.
4. 지구의 시간은 그동안 멈춰있으며, 차원 이동 직전으로 돌아옵니다. 차원에서의 기억을 잃게 됩니다.
5. 버튼을 누르는 횟수에는 제한이 없으며,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즉시 계좌에 500억 원이 입금됩니다.
6.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분들, 5억년 버튼을 누르시겠습니까?
"음.. 선생님은 안 누를래!"
"헐 왜요?"
"기억을 잃으니까 계속 '어? 버튼을 누르면 돈을 준다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버튼을 엄청 많이 누를 것 같아! 그리고 불사의 상태로 산다고 하더라도 몸이 아플 것 같아.."
"선생님 말도 맞아요. 이제 차에 타요!"
차에 타고 예준이와 백다솔 선생님께 인사합니다.
예준이가 활동하러 나왔지만, 방과후 활동 때문에 학교를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럼 방과후 끝나고 일정이 있냐 물어보니, 아버지와 제주시에 간다고 알려줍니다.
무릉초등학교를 가는 길이, 예준이와 함께 하는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많이 그리울 거라고, 나중에 꼭 연락하라고 말합니다. 전화하겠다고 답합니다. 제주시에서 빨리 돌아오면, 꼭 다시 재회할 것을 약속합니다. 물놀이도 약속합니다.
예준이를 떠나보내고, 유준이와 회의합니다. 어떻게 하면 바다 생물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바다 생물을 보기 위해서는 바다를 가야 한다고 유준이가 의견을 조심스레 말해봅니다. 동시에, 인터넷으로 바다 생태계를 검색하여 하나하나 저에게 설명해줍니다. 유준이는 아는 것이 많습니다. 설명도 곧잘 합니다.
유준이와 바다 생물을 찾아보기 위해 일과2어촌계 근처 바다로 향합니다. 오늘의 목표는, 큼지막한 보말을 채취해보는 것입니다.
유준이는 홍길동처럼 이리저리 잽싸게 돌아다니며 보말을 채취합니다. 너무 많이 채취해서, 보말과 바닷물을 담을 봉투가 필요했습니다. 어촌계 어른에게 직접 부탁해보라고 권유합니다. 이 또한 구실이라 생각했습니다.
어촌계 사무실 안에서 어르신을 찾아봅니다. 아무도 안 계십니다. 해녀 이용실도 텅텅 비어있습니다. 어떻게 가져갈까 고민하던 찰나, 저는 보말을 채취한 곳에서 적당한 크기의 소라고둥을 찾아냅니다. 보말과 바닷물로 소라고둥을 채웁니다.
터무니 없이 부족합니다. 보말들이 기어나옵니다. 더 큰 무언가가 필요합니다. 고민 끝에, 차에 있던 빈 페트병을 활용해봅니다. 물을 비우고, 바닷물로 헹굽니다. 바닷물과 보말로 페트병을 채웁니다. 이제야 볼만합니다.
이제 유준이와 문헌 연구를 위해 송악도서관으로 향합니다. 11시 40분쯤에 도착하여, 12시 15분까지 복지관으로 가기로 백다솔 선생님과 약속합니다.
유준이가 직접 도서를 검색해봅니다. 「과학탐험대 신기한 스쿨버스 9 : 풍덩, 바다 생물을 만나러 가자!」를 찾았습니다. 이제 책을 대여하고 공부하면 됩니다.
신분증을 복지관에 놓고 와서 책을 대여하지 못했습니다. 도서관에 온지 10분만에 복지관으로 밥을 먹으러 갑니다.
선생님들께서 유준이를 반겨주십니다. 직접 채취한 보말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주셨습니다. 유준이는 선생님들의 무수한 관심과 질문에 신이 나 이것저것 설명합니다. 멋있습니다.
백다솔 선생님께도 상황을 설명 드리고, 식사 후에 도서관에 재방문하여 책을 빌리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