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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여름] [2023. 07. 21] 존경하는 해녀분께 이것저것 묻다.

관리자 2024-02-29 (목) 14:46 9개월전 1089
오늘은 드디어 유준이와 소방서에 가는 날입니다! 며칠 전에 제주서부소방서대정119센터에 방문하여 물놀이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 여쭤보았습니다. 심폐소생술 교육과 화재 안전 교육은 도와주실 수 있고, 물놀이 안전교육은 해양경찰서에 부탁해보라 말하십니다. 사실 해양경찰서는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심폐소생술 교육과 화재 안전 교육을 흔쾌히 수락해주십니다. 전화로 감사 인사 전합니다.



 유준이에게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오늘 어머니 댁에 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방서에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시 전화드려 양해를 구하고, 다음주에 가기로 합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오늘은 선행 연구를 통해 마음을 다잡기로 합니다.



 백다솔 선생님께서 저를 찾아오십니다. 선생님의 둘레 사람 중 해녀 생활을 오래 하셨던 분이 계시다고, 만나서 이야기 나눠보는 것은 어떻냐고 물어보십니다. 바로 출발합니다.



 도착하고 집에 들어가니, 친근하게 맞아주십니다. 백다솔 선생님께서, 그 해녀분은 약간 여장부의 느낌이 난다고 말해주셨습니다. 딱 보자마자 '여장부'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았습니다. 해녀분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씩씩해 보였습니다.



해녀 생활은 어땠나요?



 "17살부터 물질을 시작했다. 거의 24년 간 물질을 해왔다. 비진도와 백령도에서 주로 물질하고 다녔다. 바다와 바다 생물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 없던 어린 소녀였다. 물질을 하면서 차근차근 배워갔다. 옛날에는 물질하러 갈 때, 바다까지 몇 시간이 걸리던 항상 걸어갔다. 물질을 하기 전부터 힘을 많이 썼다. 육지로 물질을 하러 갈 때는, 1년치 식량을 마대에 싸고 들고 갔다. 옛날에 물질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봐도 힘든 시절이었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어렸을 적부터 고전무용을 배웠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잘 춘다. 모슬포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친정이 모슬포라 비슷한 연령대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모슬포에서 응원단장도 맡았었다. 마을 행사나 다같이 놀자고 모여도 내가 안 가면 재미가 없다고 하더라. 내가 가는 곳이 곧 장소이다."



 분위기 메이커이실 것 같다고 말씀드립니다. 웃으면서 맞다고 해주십니다. 앞에서 춤도 춰주셨습니다.



백령도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이 무엇인가요?

 

 "백령도에 있는 사곶해수욕장의 백사장 활주로가 정말 신기했다. 세계에 단 두 곳이라는 천연 활주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람의 발자국이나 비행기의 바퀴자국이 전혀 남지 않는다. 발이 모래사장에 빠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바닷물을 잘 빠져나간다. 너무 신기했다."



한 청년이 3분 이상 잠수를 하려다 숨진 사례가 있었다. 해녀분들이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물 속에서는 절대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그 청년처럼 사망할 수 있다. 나도 3분 이상 들어가있지 않는다. 보통 해녀라고 하면 숨을 오래 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전혀 아니다. 우리가 물질을 오래 할 수 있는 이유는, 숨이 가빠지면 바로 수면 위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바로 앞에 바다 생물이 보여도 욕심부리지 않고 포기한다. 수면 위아래를 왔다갔다 반복하며 물질한다. 건강해야 오래 물질할 수 있다.

 바다에서 물질하다가 숨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질을 하다가 오랫동안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으면 걱정되기 마련이다. 특히 밤에 물질을 하면, 전초 기지에서 빨간 불빛과 파란 불빛을 해녀에게 빙빙 돌리며 비춘다. 물속에서 나오라는 신호다. 안 나오면, 구조하러 내려온다.

 해녀가 물질을 하다가 사망하면, 그 마을에서 굿을 한다. 굿을 하며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 굿이 끝나고 나서야 그 바다에서 다시 물질을 재개한다. "



물질 하면 생각하는 바다 생물이 있으신가요?



 "멍게가 생각난다. 제주도 절벽에 꽃처럼 화려하게 명게가 붙어있다. 한 번 쓱 쓸면 후두둑 떨어진다. 정말 흔하다. 반면, 비슷한 과인 돌멍게는 보기 드물다. 보통 통영 비진도에서 가져와서 판매한다. 제주의 돌멍게는 귀해서, 돌멍게의 살을 비우고 껍데기를 술잔으로 이용하곤 한다. 관광객들도 그렇게 많이 하더라."



해녀분들이 채취한 바다 생물들은 모두 시장으로 가는 건가요?



 "해녀를 관리하는 관리자가 따로 있다. 해녀가 채취한 바다 생물을 관리자가 가져가 배에서 바로 판매한다. 싱싱하고 질 좋은 바다 생물을 판매하기 위함이다."



유준이와 함께 테왁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도와주실 수 있으신가요?



 "솔직히 힘들다. 테왁은 박의 속을 파내고 그물로 만든 그릇을 박 안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힘도 많이 들고 복잡하다. 초등학생에게는 무리일 수 있다. 그리고 테왁 제작을 도와준다고 해도, 테왁 만들기 체험을 생업으로 삼은 자들과 해녀들에게 실례일 것이다. 도움 주지 못해 미안하다."



유준이가 바다 생물도 채취하고 싶어한다. 아무 바다에서나 바다 생물을 채취할 수 있나요?



 "안 되는 걸로 알고있다. 이 또한 해녀의 생업을 해치는 일이다. 보말과 같은 고둥 생물은 채취할 수 있다. 소라부터 채취할 수 없게 돼있다."


 길고 긴 제 질문시간이 끝나고 나서, 해녀분께서 커피를 직접 타주셨습니다. 감사 인사 전하며 복지관으로 돌아옵니다. 백다솔 선생님께 '여장군'이 더 잘 어울리실 것 같다고 말씀드립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너무 용감하시고 씩씩하셨습니다. 해녀분을 소개해주신 백다솔 선생님께도 감사 인사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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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욕심 내주세요. 더 괴롭혀주세요.



 사실 오늘 컨디션이 좋지 못하였습니다. 정신은 멀쩡했지만, 눈에 피로감이 쌓여있었습니다. 백다솔 선생님께서도 다크서클이 내려왔다며 걱정해주셨습니다. 조금 피곤해보였던 것 같습니다.



 점심식사 후, 백다솔 선생님께서 저를 찾아옵니다. 해녀분을 만나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곧장 출발했습니다.



 차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백다솔 선생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성현쌤.. 제가 너무 즉흥이라 힘들죠? 쌤 오늘 진짜 피곤해보이시는데, 쉬시게 해드려야 하는데 데리고 나와서 정말 죄송해요.. 쌤이 너무 잘해주시고 계셔서 자꾸 욕심이 나요.. 제 욕심 때문에 괜히 성현쌤만 힘들까봐 걱정돼요.. 괜찮아요?"



 "아 ㅋㅋ 괜찮습니다! 저도 상당히 즉흥적이라 재밌습니다. 욕심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덕에 제가 사회사업 하면서 많은 걸 느끼고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 괴롭혀주십쇼 :)"



 "아 그리고 성현쌤, 혹시 제가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지금처럼만 도와드려도 되는 거예요? 괜히 성현쌤이 배워야 할 일을 대신 해주면서 그걸 해치는 건 아닐까 걱정돼요."



"그럼요!! 너무 잘 도와주시고 계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사회사업 하는 중입니다. 사실 혼자 막막할 때가 있었는데도 의견 내주시고, 다른 곳에 연락 먼저 드려주셔서 잘 풀렸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아 다행이네요 ㅎㅎ 성현쌤 너무 잘하고 있어요. 좀만 더 힘내봐요 우리! 성현쌤과 함께라서 행복해요."



 백다솔 선생님께서 얼마나 저를 생각해주시고 배려해주시려는지 알 수 있었던 대화였습니다. 다른 선생님한테도 백다솔 선생님께서 저를 아끼신다고 들었었는데, 이번 대화에서 직접 느껴 행복합니다.



 팀장님께서 줌 면접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인생에서 딱 한 번 하는 실습활동인데, 백다솔 선생님과 함께 실습을 한다는 것은 정말 큰 복이고 행운이다."



 이 말씀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몸소 느꼈습니다.



 백다솔 선생님, 항상 감사합니다. 저도 선생님과 함께라서 정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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