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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여름] 7/26 일지: 우리+동네=우리동네 영화관 (1편)

관리자 2022-02-21 (월) 17:17 2년전 1455
















드디어 26일입니다.
3주간 준비해왔던 우리동네 영화관.
기획단이 직접 준비했고,
우리 동네가 함께 도왔습니다.
다함께 준비해 마을 잔치가
26일 오후 6시에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치열하게 준비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 얼마 남지 않은 개막식

우리동네 영화관의 문을 열기 위해
기획단 아이들과 포뇨팀을 돕는 세 친구 모두
오후 2시부터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영화관을 열기 전에
간식 가격과 종류, 메뉴판, 입구 안내 꾸미기 등
미리 정해야할 것들을 다같이 모여서 정하고
각 영화관으로 이동해서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평소와는 다르게 비장한 모습도 보입니다.


# 기획단이 주인이 되어 모두 준비했어요

*
2층 사랑방은
원교, 원우, 서연, 유민이의 랄프팀의 영화관입니다.
3층에서 한차례 모였다가 각 영화간으로 이동할 때
랄프 영화관 방향이 눈에 띄도록
랄프 그림과 함께 이동 방향을 붙여둡니다.

방향을 바꾸는 길목마다 하나씩 붙여두었습니다.
2층 로비에 한장, 꿈꾸는 방 앞에 한장, 사랑방 문 앞에 한장.
문 앞에는 분홍색 풍선도 함께 붙였습니다.
이제는 누가 봐도
주먹왕 랄프2는 사랑방에서 하는 지 알 수 있습니다.

*
서연 “선생님, 청소기나 빗자루 어디있어요?”

“어~ 그런 것들은 저기 자원봉사실에 있던 것 같아. 같이 가볼래?”

서연 “네!”

물어본 것은 서연이였지만, 따라올 때에는 랄프팀 전부 다같이 움직입니다.

“여기 청소기도 있고, 걸레도 있어.”

랄프팀은 청소기와 걸레를 가지고가서 사랑방을 구석구석 열심히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바닥이 그다지 더러워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서연아, 그런데 여기 그렇게 더러워보이지는 않아서 청소 많이 안 해도 될 것 같아.”

서연 “그래요? 그래도, (영화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이 오면 바닥에 앉을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더러우면 많이 안 올 수도 있어요."

서연이는 실제 상황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고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영화관의 주인이다보니 철저하게 준비합니다.

*
“랄프 영화 보려면 여기로 오는 것 맞죠?”

시작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와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랄프 영화관은 맞지만, 첫 모임은 강당이기에 랄프팀에서 설명해드렸습니다.

서연 “아, 처음에는 강당에서 모였다가, 영화만 여기에서 보는 거에요.”

서연이가 설명해드립니다.

유민 “강당에서는 다같이 모여서 잠깐 있구요, 끝나고 오시면 돼요.”

“아~ 그렇구나. 그럼 강당에 가 있어야겠네. 고마워~”

이미 순서를 잘 알고 있었기에 똑부러지게 설명도 잘 해냈습니다.


그런데, 서연이가 다가와서 이야기했습니다.

서연 “선생님, 근데 사람들이 여기(사랑방)에서 시작하는 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그럼 문 앞에 안내문 써서 붙여놓을까?”

서연 “네! 그럼 안내문 써볼게요.”

서연이가 종이와 펜을 가져다가 한 글자씩 적어갑니다.

6시에 3층 강당에서 시작해요.
먼저 강당으로 가주세요.
이제는 안내문도 척척 만들어내는 서연이입니다.
너무나도 대견스럽습니다.

*
3층 강당에서 준비중인 패딩턴팀의 정우, 창현, 로운, 진혁.
정우와 창현이는 영화관 간식으로 판매하기 위해
낱개로 포장된 과자 두 상자씩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과자가 꽤 많습니다.

"만약에 과자가 남으면 어떻게 할거야?"

창현 "만약에 남으면요...

아, 우리 모여서 과자파티해요! 다같이 먹고 마무리하는 거에요."


과자가 남으면 가져온 사람이 도로 가져갈 수도 있었을 텐데,
창현이는 다함께 나눠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어린 창현이로부터 넉넉한 인심이 느껴졌습니다.
인정 많은 창현이.
창현이로부터 더 많은 이웃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
패딩턴팀은 매점을 꾸며보기 시작했습니다.
메뉴판과 가격표를 열심히 적어봅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두꺼운 글씨체로 적어보고,
입체적으로 나타나도록 덧칠도 해갑니다.

준비해가는 과정이 다소 수고스럽지만,
기획단이 주인이 되어 준비하는 영화관인 만큼
알아서 척척 해나갑니다.

메뉴판을 적어나가던 정우.
무언가 더 눈에 띄게 만들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정우 "진혁아, 여기에 그림 좀 그려줘."

진혁 "오! 알았어~"

진혁이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나봅니다.

진혁이는 그림 그리기를 또 즐겨하기에 곧바로 그려나갑니다.


로운 "근데, 과자 2개에 천원이면 좀 비싸지 않나?

천원이면 너무 ㅎㅎㅎ 심한 것 같아 ㅎㅎㅎ"

정우 "맞네!

보자... 과자 한 상자에 3,000원이었고 8개 들었으니깐...

하나에 375원이니까 좀 많이 비싸기는 하다 ㅎㅎㅎ

그럼 하나에 400원은 어때?"

"400원은 거슬러주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정우 "괜찮아요, 선생님~ 거스름돈은 집에서 다 챙겨 왔어요~"


다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정말 제가 없어도 스스로 다 해나갑니다.


창현 "아! 그럼 하나는 오백원, 두개는 천원!

대신에 두개 사면 음료수 한컵 공짜로 주는거야."

로운, 정우 "좋아!"


아이들의 강점이 빛납니다.
문제를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로운이.
계산을 잘 하고 준비가 철저한 정우.
훌륭한 타협안을 말해주는 창현이.
묵묵히 그림으로 영화관에 재미를 더해주는 진혁이.

로운, 정우, 창현, 진혁의 강점으로
우리동네 영화관을 통해 더욱 빛납니다.

*
포뇨팀의 지수, 미경, 희선이와 더불어
함께 준비하기로 했던 유경, 은별이까지 모두 모였습니다.
(모건도 오기로 했지만, 이따가 영화관 시작할 때 온다고 하기에
아이들은 모건에게 간식 나눠주는 역할을 맡겼습니다.)

사실 포뇨팀은 이미
메뉴판과 간식, 인사말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포뇨 영화관에 올 사람들을 위해 선물도 준비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개막식 전까지는
준비한 것들을 다시 확인해보고,
조금 더 보완할 점들을 찾아봅니다.

포뇨 영화관으로 찾아오는 길을 꾸며봅니다.
지수는 노란색 종이로 만들고 싶었지만 노란색 종이는 이미 다 쓰고 없었습니다.

지수 "선생님, 노란 종이 더 없어요?"

미경 "아! 없어도 괜찮아!

여기 하얀 종이에 노란색으로 칠해서 화살표 모양으로 오리기만 하면 돼!"

임기응변에 능한 미경이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주었습니다.

모두들 미경이의 아이디어에 따라 노란 화살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나, 둘, 셋...
금새 10개 정도 만들어냈습니다.
미경, 희선, 지수, 유경, 은별이는 테이프를 챙기더니
복지관 곳곳에 화살표를 붙여나갔습니다.
3층 강당에서부터 마주치는 벽에도 붙이고,
계단에도, 창문에도 붙였습니다.

가는 길을 알아보기에는 쉬웠지만,
평소처럼 많이 꾸미지는 않았습니다.
그림을 그려넣지도 않고, '포뇨가는 길'이라고만 적었습니다.
평소답지 않은 모습에 당황스러웠지만,
미경, 지수, 희선, 은별, 유경이가 모여 논의하는 모습을 보니
이해가 되었습니다.


은별 "끝나고 가위바위보를 하는거야."

희선 "이긴 사람한테만 풍선을 준다고? 그럼 다른 사람은?"

지수 "그냥 다 주자. 가위바위보는 재미로 하고."

유경 "근데 풍선이 그 정돈 아니야."

아하!

영화를 다 보고나서 진행할 식후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미경 "그럼 풍선은 갯수 세서 갯수만큼만 주자."

"그래!" "좋아!"


이미 계획이 다 있었습니다.
식후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길 안내를 준비하는 데에 시간을 많이 쓸 수 없었던 것입니다.
식후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다는 것도 정말 놀라웠고,
이렇게 시간을 계획하며 해나가는 것도 대단했습니다.

환상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포뇨팀의
미경, 희선, 지수, 유경, 은별.
협동하는 강점으로 우리동네 영화관을 이루어갑니다.
.
.
.
어쩌면 하기 싫은 마음도 있었을텐데,
기획단 아이들은 원해서 모인 아이들이기에
끝까지 준비하는 손길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래서 준비하는 과정 중에
아이들의 자주성이 빛나는 순간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사랑방에 청소하는 소리가 멈추지 않아서 들어가보니
원교는 영화를 틀어볼 노트북과 프로젝터, 스크린을 점검해보느라 바쁜 모습이었고,
원우는 청소를 멈추지 않고 열심히 바닥을 닦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누구 하나 쉬지 않고 영화관을 준비하는 모습이
평소에는 생각해보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너무나도 멋있어 보였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맡기지 않아도
스스로 우리동네 영화관의 문을 열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포뇨팀, 패딩턴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교 선생님도, 학원 선생님도,
복지관 선생님도 안 계시고, 오로지 기획단 아이들만 있는 순간에도
누구보다 열심히 우리동네 영화관의 문을 열기 위해
쓸고, 닦고, 그리고, 붙이고,
적고, 연습하고, 점검하였습니다.
진정으로
기획단은 우리동네 영화관의 주인이었습니다.

이렇게 자원하는 마음으로, 무언가의 주인이 되고,
자기 손으로 직접 이루어냈던 경험들이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고,
삶을 살아가는 데에 큰 힘이 되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우리 동네가 함께 합니다.

어느덧 시간이 가까워지고 벌써 5시가 되었습니다.
개막하기 한시간 전입니다.
‘아... 간식!’
절망적이었습니다.
개막 한 시간 전에서야 간식을 떠올리게 되다니요.

하지만,
놀랍게도
간식은 이미 다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수박 화채는 지수와 미경이 희선이 어머님께서
복지관 식당으로 미리 오셔서 준비해주셨고,
수박 화채를 준비하는 포뇨팀과 랄프팀이
함께 모여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습니다.

원교 원우 어머님께서 직접 농사 지은 것이라고 하시며
미니단호박을 한가득 썰어와 주셨습니다.
한입 크기로 썰어진 단호박은
복지관 식당에서 모두 쪄내어
접시에 먹음직스럽게 담겼습니다.

그 외에도
복지관에서 팝콘 재료와 팝콘치킨, 치킨 소스까지 준비해주셨습니다.
기획단이 빌려왔던 팝콘 기계로 큰 봉투 3-4개 분량의 팝콘을 튀겨주셨습니다.
그리고 팝콘치킨도 주방에서 모두 튀겨주셨습니다.
 
준비된 간식들은 기획단 아이들이 각자 영화관으로 가져가서
본인 용돈으로 준비해 온 과자와 음료수, 종이컵과 함께
탁자 위에 잘 정돈해 두었습니다.
.
.
.
간식을 한 시간 전에서야 기억해 냈을 때에
얼마나 긴장되고, 걱정되고, 절망적이었는지 모릅니다.

그때,
이미 완성된 간식들과
간식에 도움 주신 지수 어머님, 미경이 희선이 어머님,
원교 원우 어머님, 복지관 선생님들을 만나뵈면서
또 얼마나 안심이 되고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우리동네 영화관,
기획단 아이들이 기획했을 지라도
함께하는 우리 동네 이웃들이 있기에 더욱 풍성하게 준비되었습니다.
진짜 영화관답게 팝콘 냄새도 풍겨가며,
과자와 음료도 가득하고,
우리 동네에서 수확한 수박과 단호박까지
풍성한 마을 잔치가 되었습니다.

우리동네 영화관,
우리 동네가 함께 하였습니다.

도움주신 분들께
잊지 않고 감사인사 드려야겠습니다.


# 이제 드디어 개막식!

개막식을 30분 앞둔 5시 30분.
직접 적은 인사말을 한 손에 들고서
3층 강당에 다같이 모여 개막식 무대인사를 연습해봅니다.

처음에는 쭈뼛쭈뼛 긴장되고 어색합니다.

“이따가 잘할 거에요!”, “연습이라 그래요!”, “아직 연습이 덜 되어서 그래요!”

귀여운 변명도 있었지만,
연습을 마치고서 다들 인사말을 한번씩은 읽어봅니다.

5시 50분.
개막식 전에 미리 무대 뒤에 숨어있기로 했습니다.
개막식 무대인사 때에 짜잔! 하고 등장하기 위함입니다.

기획단 아이들 모두 다같이 무대 뒤로 모였습니다.

킥킥대며 농담하며 웃는 패딩턴팀의 정우, 로운, 창현, 진혁이.
괜히 무대로 서로를 밀치며 장난하는 포뇨팀의 지수, 미경, 희선,
그리고 포뇨팀의 든든한 지원군 유경, 은별, 모건.
다소 굳은 표정으로 인사말을 읽어보며 준비 중인 랄프팀의 유민, 서연, 원교, 원우.

개막식을 10분 앞두고서 다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합니다만,
시계 초침은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갑니다.
5시 55분, 56분, 57분, 58분, 59분 
드디어 6시가 되었습니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지수가 무대 앞으로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옵니다.

지수 “아아,”

마이크 테스트를 합니다.


“따닥, 따닥...”

무대 쪽만 빼고서 강당 불이 모두 꺼집니다.


지수 “시작해요?”

“응!”

우리동네 영화관.
그 대망의 개막식이 지수의 인사로 시작되었습니다.

지수 "안녕하세요!..."


-- 2편에서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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