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입시 경쟁만이 전부인 줄 알았던 학창시절을 보내고 나서,
대학교에 들어와서부터 사람을 보게 되는 기회를 많이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저 스스로 굉장히 착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돌이켜보니 지극히 이기적이고
그마저도 착하다며 합리화하기를 잘 하는 사람이더군요.
뒤늦게 깨닫고 나서야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 진심을 더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제서야 사람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사회복지도 공부하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복지.
그 길에서 발목을 잡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평가였습니다.
“너 그렇게 해서 사회복지사하면 괜찮겠니?”
“요즘엔 그래도 공무원이 낫다더라”
“사회복지 쪽은 보수가 적대.”
저를 좋아해주던 사람들마저 이같은 목소리로 저를 붙잡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확신이 없던 중에 사람들의 말을 듣다보니
고민만 더 끝없이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과연 내가 생각하고 있는 ‘더 나은 삶’이라는 것이
너무 이상적인 것은 아닐까하고 말입니다.
그러던 중 합동연수에서 복지요결을 공부하던 중,
“이상은 엄중한 현실이다”라는 문장에 눈이 멈추었습니다.
이상은 현재를 살아가는 나의 모든 발자취에 흔적을 남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목소리에 때문에 내가 품고 있던 이상을
포기하고 말아버렸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단기사회사업 기간 동안 만큼은 이상을 품어보고자 하였습니다.
당사자의 자주성, 지역사회 공생성.
이 두 가지가 단기사회사업 기간 동안만이라도 품고자 했던 이상입니다.
물론 쉽지는 않았으나,
조금씩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에 이상을 붙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신발 정리도 알아서 척척입니다.
회의 진행도 아이들끼리 서로 격려하며 다같이 해낼 수 있습니다.
매번 ‘선생님, 우리 뭐해요?’라고 묻고 기다리기만 하던 아이들이
‘선생님, 우리 놀아요!’, ‘회의해요!’, ‘밖에 나가요!’라며
기획단 활동을 이끄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첫 주차만 해도 무표정으로 저를 대했던 몇몇 아이들은
이제 저를 보기만 해도 미소를 절로 짓습니다.
서로 잘 몰라서 친해지기 어려워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고 함께 회의하며 놉니다.
지역 어른들에게 부탁드릴 때에도
이제는 대본을 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할 수 있습니다.
잘하지 못한 점 찾다보면 모두가 부족한 사람, 나빠지기만 하는 존재에 불과하지만,
잘한 점 찾다보면 모두가 가진 사람, 귀중하고 성장하는 존재였습니다.
아이들이 잘한 점 찾다보니 변화되는 모습들, 성장하는 모습들이 보입니다.
아이들의 강점과 자원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못한 점들만 생각할 때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희망이라는 것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더딘 성장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과연 당사자의 자주성과 지역사회 공생성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제가 겪었던 삶을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제 삶에서도 자주성을 느껴본 것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지역사회와 공생하며 사는 것을 생각한 것도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였습니다.
학창시절에는 결코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단어들이 자주성, 공생성이었습니다.
제 삶을 돌아보니, 아이들에게도 조급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자주 이야기해주시는 콩나물 비유가 있습니다.
콩나물을 키울 때에는 콩을 구멍 뚫린 통에 펴서 깔아놓고
매일 정한 때마다 그 위에 물을 부어야 합니다.
물을 부으면 모조리 밑으로 쏟아져버립니다.
콩이 물을 머금기나 했을지 의심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물을 주다보면
날이 갈수록 점점 자라나는 콩나물을 보게 됩니다.
사회사업도 이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력한 것에 비해 그 결과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물을 부어도 쏟아지는 모습을 보면
콩이 전혀 머금을 것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콩은 반드시 물을 머금습니다.
잘 짜여진 사회사업 안에서 당사자와 지역사회는 반드시 자주성과 공생성을 경험합니다.
경험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상을 품기에 충분했습니다.
매일 찾아와서 이야기들어주시고, 매 글마다 1번으로 댓글 달아주셨습니다.
저에게 간식도 나눠주시고, 힘들 때 찾아오라고 드라이브 시켜주겠다고 해주셨습니다.
같이 산책도 하면서 선생님의 삶도 나눠주셨습니다.
저를 선생님의 삶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만난 인연 정말 놓치지 않을 거예요
함께 해주신 실무자 선생님들,
저를 포함한 모든 실습생들에게
한달짜리 실습생이 아닌
소중한 인연으로 진심을 담아 대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한 달간 동고동락한 실습생 선생님들,
저에게 몇 안 되는 진짜 친구가 되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