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연수 중 사업 박람회 때 다른 기관 선생님으로부터 추천받은 이름입니다.
'영화제'는 영화를 수일에 걸쳐 상영하고, 새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여주는데 것이 보통인데,
우리가 준비하는 영화제 행사는 하루에 한번 상영합니다.
오히려 '영화관'이라는 단어가 우리 행사에 더욱 들어맞습니다.
선생님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우리동네 영화제'에서 '우리동네 영화관'으로 바꾸었습니다.
기획단 아이들에게도 이에 대해서 설명해주니 금새 납득합니다.
더욱 들어맞는 이름으로 새출발 해봅니다!
파이팅!
# 대화의 달인, 정우서연 남매
정우와 서연이는 가장 먼저 도착한데다가 모임의 첫단추까지 끼워줬습니다.
정우와 서연이는 개인 일정으로 인해 20분 정도 일찍 옵니다.
다른 아이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남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오늘 어떤 걸 하면 좋을까?"
"알림이요." "포스터요."
곧바로 대답하더니 구상하기 시작합니다.
정우 "우리가 우동영이니깐 우. 동. 영. 이렇게 가로로 써보자."
서연 "아니, 그것보다는 우동영을 세로로 쓰자."
다른 의견을 나누다가도 한 의견으로 서로 모아봅니다.
정우 "우동영이 우리 팀 이름이고 대표하는 거니깐 읽기 쉽게 가로로 쓰자"
서연 "음... 그래!"
대화를 통해 의견을 모아가더니
기획단의 이름인 '우동영'을 포스터 맨 위에 가로로 적어보기로 결정합니다.
(*우동영은 '우'리 '동'네 '영'화관에서 앞글자를 따 만든 이름으로, 정우가 지었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도착해서
가장 먼저 모임을 준비하는 정우와 서연이.
부지런한 모습과 능숙하게 의견을 나누는 모습 모두 정말 멋집니다.
다른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기존 멤버였지만 면접 때부터 보지 못하다가 오늘 처음 만나게 된 진혁이와 창현이도 왔습니다.
어떤 친구들일지 기대가 됩니다.
한층 풍성한 구성으로 모임을 시작해봅니다.
# 내 계획을 지키는 것보다는,
제가 생각하기에 두번째 모임부터는
우리동네 영화관의 순서를 짜고
순서에 따라서 과업과 필요한 것들을 적어보는 순서로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야지, 제가 계획했던 것처럼 둘째주에 '준비'주차로 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게시글 '사업 워크숍' 참조)
하지만 아이들은 제 생각을 뛰어넘습니다.
저는 무엇을 할지 물어보며 전지 두장과 색연필을 건네주었을 뿐입니다.
그러자 아이들끼리 남자팀과 여자팀으로 나누고
정우와 서연이가 말했던 것처럼 포스터를 먼저 그려나갔습니다.
그러다가 영화 제목을 먼저 정해보자고 합니다.
영화 선정은 모든 연령대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제가 나중으로 미뤄두었던 일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것을 앞당겨 시작했습니다.
영화 선정에 앞서 제가 한 말은 이것 뿐입니다.
"우리는 우리 지역 사람들 모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로 정해야 한다는 점만 명심해줘~"
그러자 아이들의 회의가 일사분란해집니다.
로운 "그러니깐 연령제 말씀하시는거죠? 그럼 전체이용가랑 어른들 보는 영화랑 하면 되겠다!"
로운이가 영화 연령제를 기준으로 영화를 선정해보자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서로 논의해보더니
여자팀은 전체이용가, 남자팀은 12세 혹은 15세 이용가 영화를 고르기로 결정했습니다.
.
.
.
각 팀의 열띤 토론 끝에
여자팀은 '벼랑 위의 포뇨'를,
남자팀은 '알리타'와 '패딩턴2'를 선정했습니다.
각 팀원들이 보았으면 하는 영화 이름을 쭉 적더니
그 안에서 서로 의견을 모아 결정하였습니다.
의견을 나누는 중에도 전혀 다투지 않았습니다.
서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금새 결정해나갑니다.
우동영 기획단이 여느 어른 못지 않습니다.
만약 제 계획을 고수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영화는 한편만 보았어야 했고, 11명이 끝까지 한 팀으로만 이루어졌을 겁니다.
두번째 모임에서는 기껏해야 영화관 행사 순서를 짜는 것에 그쳤을 겁니다.
아이들의 역량을 잘 알지 못한채 짜놓았던 계획은
아이들의 답답함만 키워갔을 것 같습니다.
제 계획을 지키는 것보다
아이들이 주인 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저는 주인이 아닙니다.
우동영 기획단이 '우리동네 영화관'의 주인입니다.
<좌: 여자팀에서 그린 포스터입니다. 그림 실력이 정말 수준급입니다. 우: 실제 영화 포스터입니다.>
<지수가 포뇨 캐릭터를 본따 그렸습니다. 포스터에 있는 그대로 그려냈습니다. 너무나도 잘 그려서 물어보니, 평소에도 그림을 그리며 논다고 합니다.>
<남자팀에서 그린 포스터 일부입니다. 진혁이가 그림을 맡아 그려주었습니다.>
<진혁이는 그림을 한번에 쓱쓱 그리더니 뚝딱 완성합니다. 포스터로 영화 내용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원우가 남자팀 포스터에 쓴 문구입니다. 포스터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와주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사실, 원우는 이것 외에도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내주었습니다. 그런데 써보자고 색연필을 내밀자 아니라며 손사레를 쳤습니다. 원우에게 더 많이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 혹시... 회의 자격증 가지고 있니..?
포스터를 모두 만들고나서 보니,
영화관을 진행할 시간과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음을 깨달았습니다.
미경이가 여자팀 포스터를 만들던 중 저에게 묻습니다.
"선생님! 우리 영화관 언제해요? 장소는 어디에서 해요?"
"어~ 그것도 한번 정해보자."
시간은 7월 26일 금요일로 정해봅니다. 그쯤이면 다들 가능하다고 합니다.
장소는 아이들이 이야기합니다.
지수 "(복지관) 주차장이랑 강당은요?"
창현 "여기 섯달오름도 좋을 것 같아요. 저 뒷벽에 프로젝트로 쏘면 될거예요!"
이렇게 벌써 세 곳을 적어봅니다.
아하!
그러고보니 우리가 정한 영화가 세 편입니다.
"영화가 세 편이나 되는데, 그럼 보여주는 시간을 어떻게 해야할까?"
진혁 "영화관이니까 영화관을 세개로 하고 세가지 영화 중 하나 골라서 들어가는 건 어때요?
그게 진짜 영화관이죠!"
창현 "우리 그러면 영화 티켓도 만들자. 그래서 영화를 보려면 티켓을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거야."
유민 "영화보는 동안 (세 곳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지 않도록!"
"영화관이 세곳이나 된다면, 기획단이 총 11명이니까, 3-4명씩 한 영화관을 맡을텐데 괜찮을까?"
제 걱정은 기우일까요?
기우였습니다.
"네!", "괜찮아요.", "가능할 것 같아요."
창현이는 적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한 것 같습니다.
모두 가능하다는 분위기에서 다른 방향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분위기를 헤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의견을 말합니다.
창현 "만약 적을 것 같으면, 친구들을 더 불러와도 되죠?"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가능하지!"
"팀을 짜요.", "장소도 영화별로 배정해봐요.", "남자팀꺼 포스터는 두개로 나눠서 다시 그려요."
회의가 점점 활발해집니다.
어쩔 수 없이 다음 모임 시간인 목요일로 미루었습니다.
나중에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
혹시 따로 모여서 미리 회의를 연습해보는지 말입니다.
# 보석같은 아이들: 그 앞에 거울이 있다면 얼마나 반짝일까?
처음에는 스스로 걱정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동영 기획단 아이들이 모두 모였을 때에 회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 자꾸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모임을 진행할 수록 아이들을 보며 놀랍니다.
포스터 만들 때에,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글귀를 적는 아이디어를 내준 원우,
자신의 핸드폰으로 자료를 찾아보도록 기꺼이 자기 것을 내어준 원교,
티켓, 친구 초대하기 등 기발한 아이디어가 샘솟는 창현이,
웬만한 어른보다도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정우,
우동영을 사로잡는 리더십을 가진 로운이,
우동영 모임에 몰입해서 가장 열심히 임해주는 유민이와 서연이
열심히 회의하는 중에 보여주는 자매의 놀라운 호흡, 미경이와 희선이,
놀라운 그림 실력으로 선생님들도 놀라게 한 지수와 진혁이.
빠짐없이 모두가 보석같은 친구들입니다.
만약 거울로 보석을 비춰준다면,
친구들의 보석은 더욱 반짝일 것 같습니다.
제가 우동영 친구들의 거울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저만 보기 아까운 보석같은 아이들의 모습을
아이들 스스로가 보게 된다면 얼마나 기뻐할까요?
이번 우리동네 영화관을 직접 해보는 과정에서
우동영 친구들 모두가
자신에게 정말 많은 보석들이 있음을 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좌: 여자팀/ 우: 남자팀>
<영화 선정을 위해 의논 중인 모습입니다. 로운이는 인터넷에 영화 정보를 검색해보고, 다함께 보기에 적절한지 알아보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