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고 급하게 짐을 챙긴 후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제주도를 떠나 육지로 올라간다는 게 도저히 실감나지 않았습니다. 공항에서 실무자 선생님들을 만나고 다함께 비행기에 올라탔습니다. 짐을 실은 택시를 타고 전북 익산 산들 강 웅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숙소 쪽에 내린 덕분에 그곳에 많은 짐을 맡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반가운 얼굴 방화 11 종합사회복지관 권대익 선생님이 차와 함께 데리러 오신 덕분에 가벼운 양손으로 단기사회사업 동료들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총 여섯 개의 기관이 모인 이번 합동 수료회 2박 3일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준비되어 있었으며, 그 시작을 알린 첫째 날 점심에는 눈으로는 푸른 자연을, 입으로는 맛좋은 음식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배불리 배를 채우고 현미를 먹을 수 있는 도정 체험도 해보고 트렉터 뒤에 타 이동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 복지관 사람들이 올라타는데 강지훈 선생님이 벌에 쏘이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무려 네 방이나 쏘였지만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조치를 취한 덕분에 벌침을 제거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 타보는 덜컹거리며 달리는 트렉터는 놀이기구 뺨치는 재미를 선사해주었습니다. 송림사로 향하는 길, 우거진 산림 속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사업의 부담감을 벗어놓고 간만에 느끼는 자유로움에 가벼운 발걸음이 경쾌하게 울립니다.
숙소로 돌아오니 단기사회사업 누리고 온 실습생들끼리 모여 서로의 추억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머릿속에 주렁주렁 맺혀있는 제주도에서의 기억을 풀어놨습니다. 면접 때 진지했던 아이들부터 짬뽕을 서비스로 받은 가파도 여행, 돌고래를 봤던 고산 예행연습, 1박 2일 자전거 여행까지.
신은초등학교, 방화 11, 선의관악의 이야기도 잘 경청했습니다. 모두 뜨거운 여름 눈부시게 알찬 시간 보내고 왔다 공유하고 감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나룻배를 타 붉게 지는 해를 바라보았습니다. 단기사회사업 실습 한다고 자기소개서 쓰고, 면접 봤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벌써 시간이 흘러 수료회에 와있다는 생각에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이번에는 복지관 실무자들의 사례 발표 차례였습니다. 하나하나 모든 이야기들이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를 지킨 모양새입니다.
자신의 배움을 잘 지키고 실천하며 이뤄낸 사례들에 그저 감탄할 뿐입니다.
# 8/16 수료식.
어제 다 못들은 실무자 사례 나눔 시간입니다.
내가 궁금한 것을 내가 직접 해결하며 사는 즐거움 ‘자주’, ‘호기심’.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계획하고 실천한 선의관악 호기심학교 이야기가 놀라웠습니다.
‘여행 다녀온 기억 있으세요?’라고 지난 과거를 물어 이야기보따리 풀어내게 만들고, 거기서 실마리를 얻어 여행 하고 온 최학례님 사례. 나는 질문을 잘 던졌나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때 그 일에’ 당사자와 둘레사람이 어울리게 돕는다. ‘어느 선까지’ 사회사업가가 도와야 하나. 스스로에 대한 물음표를 던져준 문장입니다.
김세진 선생님께 들은 바에 따르면 진행에 힘든 면이 많기 때문에 사회사업을 청소년과 진행하는 기관이 몇 없다고 합니다.
청소년과 자전거 여행이라는 같은 길을 걸은 방화11 사회복지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아이들을 칭찬하기 위해 단기사회사업 하는지도 모릅니다.’ 공감한 문장입니다.
짧지만 자기소개서도 작성해보고, 자전거 타고 춘천으로 떠나기 전에 부모님 앞에서 큰절을 한 사진이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서귀포시 서부종합사회복지관 차례가 되고 우리 자전거 여행 김진혁 선생님이 처음으로 발표를 했습니다. 사진을 보니 그간의 노력이 모두 스쳐지나갔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소중합니다.
그 후 기관끼리 자유여행을 떠났습니다. 익산에서 유명 맛 집에 들러 낙지 곱창전골을 배불리 먹고 노랑 실습생 집에 들러 수박도 먹고 푹 쉬었습니다.
어제 모였던 기관 실습생들끼리 다시 모여 이번에는 사례를 나눴습니다. 신은초등학교에서 보여준 다리를 다쳐 함께 여행을 가지 못하는 속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을 위해 초등학교 6학년 친구가 만든 영상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배불렀지만 저녁을 먹고 ‘2018 단기 사회사업 합동 수료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기억하고 추억하고 감동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모두의 마지막이 눈물과 웃음으로 행복하게 마무리됩니다.
다 끝나고 별을 보러 밖으로 나갔습니다. 끝이라는 아쉬움이 남아 쉽게 들어가지 못합니다. 새카만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니 밝은 별이 하나 둘 눈에 들어옵니다. 도로에 누워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별은 언제나 어렵습니다.
# 8/17 희망 나눔.
오늘은 배움 나눔과 희망 나눔을 한 뒤 헤어지는 날입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붙잡을 수 없기 때문에 그저 매순간 즐기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제 못한 배움 나눔과 함께 희망 나눔을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서귀포시 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중학교 2, 3 학년 남자 청소년들과 자전거 여행 다녀온 실습생 김지현입니다. 단기사회사업이 끝난 후 제게 생긴 희망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정신건강사회복지사.
학생 때 상담에 관심이 있어서 사회복지학과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정신건강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수련 과정이 매우 어려워 이에 겁을 먹고 있었는데 이번 단기사회사업을 통해 어려움을 해쳐나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인천으로 돌아가 공부를 열심히 해 저에게 닥치는 시련들 다 극복하고 싶습니다.
둘, 관계의 회복.
자전거 여행 친구 예찬이 어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요즘 우리 아이와 한 달 넘게 냉전이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우리 아이의 새로운 면, 강점을 알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네요. 집에 오면 크게 안아주고 칭찬해줘야겠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처음에 단기사회사업에 가장 끌린 이유, 바로 당사자와 당사자, 당사자와 지역사회, 지역사회와 지역사회의 사이를 좋게 만들고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마음껏 칭찬하고 감사했습니다. 상대방을 세우며 말하는 방법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배운 배움 잘 간직하고 있다가 집에 돌아가면 잘 실천해 내 주변 작은 부분에서부터 따스한 곳, 더 나아가서는 사람 살만한 사회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셋, 자유.
헤어지던 날 마지막에 자성이가 해준 이야기입니다.
“이전까지는 정해져 있는 계획을 따르는 캠프만 해봐서 이렇게 친구들과 원하는 거 해볼 수 없었어요. 비록 계획 세우는 게 힘들었지만 이번 여행 친구들과 함께 제 손으로 직접 하고 싶고, 먹고 싶고, 가고 싶은 거해서 즐거웠어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선생님 두 분께 감사합니다.”
저희 자전거 여행의 슬로건, 따뜻한 마을을 만나고 시원한 자유를 만끽한다. 학교와 학원, 성적의 틀 안에 갇혀있는 요즘 청소년들은 경험하기 힘든 것입니다. 하지만 경험해보니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기. 다가가기 어렵고 희한한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사업 방법이 널리 퍼져 누구나 할 수 있는 세상 만들고 싶습니다.
넷, 책임감.
우리 자전거 여행 친구들은 자신들이 자신의 손으로 정한 역할에 따라 회의에서도, 여행에 가서도 자신이 맡은 바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이들이 보여준 모습들을 통해 저 또한 많이 배우고 느끼고 감동할 수 있었습니다.
회의 때 서기인 관호가 “제가 서기니까 이거 기록 남기면 되는 거죠?” 라며 회의내용을 열심히 기록했고, 돈 계산하고 장볼 때 총무인 예찬이는 “돈 챙겨서 계산해야지. 내가 총무니까 같이 장보러 가야해.”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금능 캠핑장에서 농협 하나로 마트까지 자전거 타고 가는 길이 맞바람이 많이 불어 험하고 힘들었음에도 점심, 저녁 장보는 길 모두 따라 나서며 한 말입니다. 캠핑할 때 요리가 역할인 자성이는 책임지고 쌀을 씻고, 냄비에 밥을 해보고, 재료를 다듬었습니다. 또한 간식 담당인 동영이는 수박을 안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더위에 지친 친구들을 위해 처음으로 맛있게 썰어줬습니다. 리더이자 자전거 선두 역할을 맡은 지원이는 도로를 달릴 때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며 차와 사람을 확인하고 수신호를 끝까지 너무도 잘 해주었습니다.
우리 친구들처럼 저 또한 책임감 있게, 단기사회사업이 끝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기록하고, 계속 수정해 잘 마무리해 한 달 간의 귀중한 시간에 대한 좋은 결실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섯, 관계.
단기사회사업 덕분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제주도. 단기사회사업 덕분에 반갑게 인사하고 만나서 함께 시간 보낼 수 있는 이웃의 연 맺을 수 있었습니다.
제 2의 고향과 같이 넘치는 인정을 만끽할 수 있었던 제주도. 다시 그곳, 모슬포로 돌아간다면 물심양면으로 자전거 여행 팀 도와주신 자전거의 신 모슬포 중앙시장 동문닭집 최창우 사장님과 맥주에 닭똥집 튀김 먹으며 이야기하고, 함께 자전거 타고 해안도로를 다시 달리기로 약속했습니다. 제주도에서 뿐 아니라 육지에서도 함께 맛있는 밥 한 끼 먹고 즐겁게 놀기로 약속한 우리 자전거 여행 팀 친구들 반갑게 재회하고픈 희망 있습니다.
한 달 간의 값진 시간으로 제 인생 역시 살찌어졌다 믿으며 이상으로 희망 나눔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주도에서의 한 달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때 그 순간의 소리도 귓가에 맴도는 것 같았습니다. 정말 끝났다고 생각하니 시원하기도, 섭섭하기도 한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맛있는 제육볶음으로 배를 채우고 사진을 찍고 작별인사를 나눴습니다. 이별은 아무리 많이 해도 익숙해질 수 없는 모양입니다.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