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호, 자성, 지원, 동영이가 9시 30분 약속한 시간에 와주었습니다. 오늘 알려주시는 것에 감사를 표시할 종이와 포스트잇을 챙기고 나왔습니다. 할머니께서 감사하게도 카레용 고기까지 준비해주신다 하셔서 카레가루를 사러 차를 타고 K마트로 향했습니다. 약간 매운맛의 카레가루를 사고 할머니 댁으로 향하는 차안 지원이가 용기 있게 전화 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 이제 할머니 댁으로 가고 있어요. 보건소 옆 아파트로 가면 되는 건가요?”
“맞아요.”
“저희 총 여섯 명이 가고 있어요. 조금 있다 뵙겠습니다.”
집에 들어가니 이춘미 할머니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요. 여기 앉아서 더위 좀 식혀요.”
“감사합니다.”
“집 진짜 넓고 좋다.”
“내 손자가 바빈스 사장이야.”
“정말요? 거기 유명한 곳인데.”
감탄하던 아이들 사이에서 지원이가 먼저 여쭤봅니다.
“저희 뭐부터 할까요?”
부엌에 가보니 할머니께서 감자와 당근, 양파를 다 손질해 놓으셨습니다.
“총각들 손 씻고 와서 이것 좀 썰어 봐요.”
자성이, 관호, 동영이, 지원이 모두 칼질에 집중합니다.
아이들이 할머니께 여쭤봅니다.
“이정도 크기면 적당한가요?”
“양파랑 당근, 감자 다 3등분으로 잘라. 그 정도면 괜찮아.”
관호가 말합니다.
“진짜 양파 때문에 눈이 맵구나. 이거 처음 느껴봤어요.”
처음에는 요리 배우는 것에 부정적이었던 아이들이 이렇게 빠져들어 따라오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자성이는 냄비 밥 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불 앞에 계시는 할머니 옆에서 열심히 관찰하고 또 질문합니다.
“밥을 씻고 나면 손 요만치 물을 부어. 밥이 끓으면 한번 저어준 다음에 불 줄이고 뜸을 들이면 돼.”
지원이가 듣더니 말합니다.
“아 냄비 밥은 저어줘야 하는구나.”
“그렇지. 전기밥솥이랑은 달라.”
“카레는 미리 찬물에 풀어. 그래야 덩어리 안지고 잘 녹거든. 고기랑 감자 넣고 볶다가 물을 적당히 부어줘.”
옆에서 열심히 관찰하던 자성이가 말합니다.
“제가 예전에 갔던 캠프에서는 냄비에 밥을 하면 냄비를 뒤집어야 한다고 알려줬는데 여기는 아니네요.”
“봐 자성아. 실제로 보고 배우니까 또 새롭지?”
어느새 맛있는 카레가 완성되어 갈 때 관호가 상을 들고 와 준비합니다. 모두 맛있게 먹어치웠습니다. 배탈이 나 화장실을 들락거리던 지원이는 엄지 척 하며 먹었고 카레를 안 좋아 한다던 동영이도 한 그릇 더 비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포스트잇에 감사를 담아 드리는데 할머니께서 남은 카레와 밥, 김치, 그리고 그릇마저 챙겨주셨습니다. 이 얼마나 인정이 넘치는 풍경인가, 지금이라도 경험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