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규 선생님이 가시고 학원시간 때문에 예찬이도 없는 상황에서 동영이 지원이와 함께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얘들아 오늘 이야기 들어보니 어때?”
“선생님 재미있으세요. 저렇게 여행 다녀오신 거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자전거 수리 시범도 해봤으니 우리 토요일, 일요일 잘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전거 예행연습에 이은 여행 이야기까지 들은 오늘.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자전거 여행에 대한 동기부여, 기대와 자신감, 잘 하고 싶다는 의지 등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지금 뭐해요?”
“얘들아 그거 알아? 우리 여행 당일 날 시간 가능하신 부모님들 오시기로 하셨어. 우리의 출발을 함께 하시며 응원해주시는 거지!”
“네? 정말요? 이미 다 전화하셨어요?”
“얼마나 좋아. 부모님들 오셔서 우리 여정을 응원해주시는 거, 든든하잖아.”
“그건 그렇죠.”
사실 아직 부모님들께 연락을 드리지는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사춘기이니만큼 부모님과의 대면에 있어 많이 부끄러워하고 피하려고 하는 모습을 봐왔기에 자전거 여행의 수월한 진행을 위해 결정한 일이었습니다. 그 나이 때 당연하게 보일 수 있는 반응이라 아이들의 반발심을 불러일으키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전거 여행을 구실로 관계를 살리는 이 짧은 기간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정말로 싫어서가 아닌 부끄럽고,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기 때문에 보이는 반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금세 수긍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습니다.
“얘들아 우리 오늘 동문닭집 사장님이랑 고산까지 갔다 왔을 때 어땠는지 한번 떠올려볼래?”
“금방 더워졌고, 왕복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어요.”
“맞아. 여행에 있어 시간은 금이잖아.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그러니까 우리가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여행 일정을 정리해보면 어떨까?”
“좋아요.”
“첫날 몇 시에 출발하는 게 좋을까?”
“오늘 해보니까 조금만 지나도 금방 뜨거워지니 오늘처럼 일찍 모여야 할 것 같아요.”
역시 예행연습의 힘은 강력합니다.
“텐트 치는 팀이랑 장보는 팀을 나눠서 하면 빠를 것 같아요.”
“점심은 카레라이스 먹고, 저녁에는 삼겹살 구워먹어요. 역시 캠핑에는 고기지!”
“당연히 바다에 들어가서 물놀이도 하고요.”
“협재 가는 길에 판포포구도 있던데 가는 김에 들러서 구경하면 어떨까?”
“저희 수박도 사먹고, 낮잠 자는 시간도 가져요. 다들 피곤해서 곯아떨어질 걸요.”
“지원아! 우리 저녁 먹고 자유 시간에 그냥 쉬기보다는 뭐 하면서 쉬면 어떨까?”
“뭐요?”
“너 맨날 지원이의 힐링타임 외치고 다녔던 거 쌤은 기억나는데.”
“맞아 맞아. 너 그런 거 나도 기억난다.”
“네가 진행하는 힐링타임 어때? 밤에 불 피어놓고 분위기 딱 잡혔을 때.”
“그거 교회에서 하는 그런 거 말하는 거죠? 부모님 생각하면서 막 눈물 쏟고. 재미있겠는데?”
“알겠어요.”
아이들의 입에서 다양한 계획들이 절로 쏟아져 나옵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가기는 어렵겠지만 참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집니다.
일정을 정리한 후 지원이가 새로운 소식을 전달해줍니다.
“자전거 여행 같이 갈 친구 한명 구한 것 같아요. 혁재라고 키가 관호보다 큰 애 있는데 걔가 관심 있다고 했어요.”
“정말? 잘됐다. 혹시 내일 시간 되는지 알아?”
“내일 아마 가능할거예요.”
“그럼 내일 같이 나오면 되겠다.”
인원이 줄어든 상태에서 평소 꾸준히 열심히 참여한 아이들의 친구가 온다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자전거 여행을 빠진 친구들에게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보여 다행이었습니다.
“아까 이민규 선생님한테 우리가 적은 자전거 여행 준비물 확인받았잖아. 근데 그 많은 짐들을 어떻게 해야 가져갈 수 있을까?”
“우리 그 서포트 카 어떻게 됐어요?”
“동영이 아버지는 시간이 안 맞으셔서 다른 분한테 너희가 부탁드려야해.”
모두가 고민하고 있을 때 김진혁 선생님이 제안합니다.
“우리 복지관 최고 관장님한테 가서 부탁드리면 어떨까?”
지원이, 동영이가 앞장서 2층으로 내려갑니다. 아이들이 이제 부탁하는 일에 망설임이 없습니다.
“안녕하세요. 저희가 이번 주 토요일, 일요일에 자전거 여행을 가는 데요 짐이 많아서 실어줄 서포트 카가 필요해요. 혹시 도와주실 수 있으실까 해가지고요.”
“그거 일정이 어떻게 되는 거야?”
“네. 토요일 날 가가지고요 일요일 날 와요.”
“응. 그건 나도 알아.”
“토요일 날 일곱 시에 가가지고요.”
“거기까지 가면 한 10시정도요.”
“10시, 11시 정도요.”
“어디까지 가는데?”
“협재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그게 끝이야?”
“그 다음 날 에는요, 오설록 쪽 아세요? 그쪽을 들렸다가요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거예요.”
“그 다음날은 몇 시에 출발하는 거야?”
“9시에 출발해서 오설록 쪽 가면 2시간 넘게 걸려요.”
“알겠어. 해줄 수 있어.”
“감사합니다!”
무사히 서포트 카 섭외를 마치고 내일 만나서 할 일을 나눈 뒤 오늘 아이들과의 하루를 마쳤습니다.
# 부모님과 전화통화.
[안녕하세요. OO 어머니/ 아버지.
지금 전화 통화 가능하신가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 주 토요일, 일요일이 동영이/지원이/관호가 직접 계획하고 만든 여행을 떠나는 날이잖아요.
그래서 토요일 아침 7시에 복지관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기 전에 아이들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출정식을 열어 아이들이 자신의 여행 일정과, 역할 등을 부모님께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해요.
우리 동영이가 아이들을 잘 모아 주었기에 자전거 여행 진행이 여기까지 될 수 있었어요. 회의에도 열심히 참여해 주었고, 또 동영이가 그림을 잘 그리더라고요. 저번에 가파도 여행 갔을 때 보니까 아버지 손재주를 닮아서 그런가 친구들 자전거도 잘 손봐주더라고요.
우리 관호가 시간이 될 때마다 회의에 와주었고 서기로서 우리 회의 내용을 잘 정리해준 덕분에 회의가 순탄하게 흘러갈 수 있었어요. 이런 책임감 있고 꼼꼼한 관호의 행동이 자전거 여행 과정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리 지원이가 리더로서 친구들이 회의에 잘 참여하도록 이끌고 아파서 못 온 날 하루를 빼고는 출석을 가장 잘 해주었어요. 항상 밝게 웃으며 열심히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는 지원이에게 마냥 고맙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참여해준 동영이/지원이/관호의 자전거 여행을 지지하고 응원하고 있는 어머니/아버지의 마음도 전달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동영이/지원이/관호를 위한 편지를 써 달라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혹시 우리 자전거 여행 기획단 친구들 전체를 위한 응원의 말을 전하실 용의가 있으시다면 해주셔도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흔쾌히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금요일 저녁에 편지 받으러 가겠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해주세요. 저희가 첫날밤에 부모님 편지를 읽고, 부모님과 우리 여행에 도움을 주신 분들을 생각하며 감사를 표현하는 시간도 보낼 거라 서요.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의 편지가 깜짝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동영이 아버지께서는 편지는 쓰겠지만 집으로 찾아오는 건 부담스럽다고 하셨습니다. 지원이 어머니께서도 흔쾌히 아들에게 편지를 쓰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더운 날 고생하는 선생님들 고맙다며 응원해주셨습니다.
관호 어머니한테는 전화 도중 손님이 찾아오셔서 아쉽게도 끝까지 이야기 나누지 못한 상태로 통화가 종료되었습니다.
“이 더운 여름에 애들이 너무 힘든 거 아닌 가 몰라. 저번에도 고산 가는 걸 제가 안 갔으면 좋겠다고 했거든요. 그냥 토요일, 일요일 거기만 갔으면 하네요.”
사실 관호 어머니께서는 관호가 자전거 여행 활동에 참여하는 걸 탐탁지 않게 바라보신다는 것을 느껴왔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풀어 가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