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둘째 날 계획 바꿔요. 비록 관호가 승리 아오리 라멘 많이 먹고 싶어 해서 안됐지만 저희가 그 쪽에 있는 맛 집 찾아봐요.”
“네. 그냥 다시 쭉 되돌아오다가 음식점 들려서 밥 먹고 빨리 복지관 와서 쉬어요.”
“다들 괜찮아? 동의해?”
“네. 애들도 괜찮을 거예요. 어쩔 수 없죠 뭐.”
동영이도 지원이도 혁재도 알아서 저마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열심히 맛 집을 검색해봅니다.
“찰리아저씨라는 음식점이 맛있데요.”
“여기에 성게국수랑 고기국수랑 해장국도 팔아요.”
“가격은 얼마야?”
“고기국수 7,000원, 성게국수 10,000원, 찰리해장국 8,000원이래요.”
“그 음식점 정확히 어디에 있는 거야?”
“찾아볼게요.”
“쌤 저희 고산 갔을 때 농협 있었잖아요. 거기 근처래요!”
“아 정말? 괜찮다. 얘들아 우리 오는 길에 있다는 지질공원도 들리는 거야?”
“거기 가는 길에 자전거 타고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있으면 한번 가 봐요.”
# 할 수 있다.
이렇게 일정을 수정하고 이번에는 우리 남은 공금으로 아이들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저희 아까 쓰고 남은 돈 얼만지 세어 봐요.”
“개인한테 걷은 돈 20,000원 안낸 사람한테 빨리 받아야겠다.”
“우리 이거 돈 모자랄 수도 있겠는데?”
“아니 무슨 돈이 이렇게 금방 사라지냐.”
“우리 그럼 한림 하나로 마트에 전화해서 수박 가격 한번 알아볼래?”
“전화해서 물어보니까 한통에 16,900원이래요. 생각보다 비싸다.”
“그럼 우리 내일 마트 가서 우리가 살 물건들 가격 미리 조사해볼까?”
“다이소도 한번 가 봐요.”
자전거 카페에서 번 돈을 세어보고 장을 보고 음식을 사먹을 돈을 계산해볼 필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준비물을 누가, 어떻게 챙길지도 정해야합니다. 그뿐 아닙니다. 한명 더 늘었기에 필요한 헬멧은 어디서 구할지, 우리 출정식은 어떻게 진행할지, 지원이의 힐링캠프는 어떤 순서로 진행하는 건지 이런 저런 생각에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정말 여행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치? 우리 아직 정해야 할 일이 태산이야. 내일은 진짜 여행가기 바로 전날인데 어쩌지 우리?”
“쌤 걱정 마세요. 내일은 관호도 자성이도 나올 수 있어요. 내일은 진짜 하루 종일 같이 있어요.”
동영이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정말 듣던 중 반가운 소리입니다. 아 진짜 서로 정 많이 들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자진해서 여행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반납하는 모습이 참 고마웠습니다.
“그래. 내일은 애들 많이 모일 수 있으니까 다 해치워버리자. 우리는 충분히 잘 할 수 있잖아. 진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자. 고맙다 얘들아.”
“우리 헤어지기 전에 새로 온 멤버 혁재 역할 정해보자.”
“혁재 넌 사진 잘 찍으니까 사진 어때?”
“좋아.”
“얘들아 내일 자전거 챙겨오는 거 잊지 말고 우리 커피 맛있게 먹었으니까 마지막 뒷정리까지 하고 집으로 가자.”
모두 머그잔을 들고 복지관 카페로 가 열심히 설거지를 했습니다. 이렇게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한 뒤 헤어졌습니다.
# 관호 어머니를 만나 뵙다.
아이들과 헤어지고 자전거 여행에 없어서는 안 될 관호를 제대로 영입하기 위해 사전 연락 없이 관호 집에 찾아가 어머니를 만나기로 했습니다. 만나서 우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달하고 전화가 아닌 면대 면으로 직접 설명 드리기로 했습니다. 진심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다함께 자전거를 타고 관호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연락을 안 드렸기에 집에는 아무도 안계셨습니다. 김진혁 선생님이 연락을 해 어딘지 여쭤보고 그곳으로 달렸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만난 관호 어머니.
“안녕하세요. 저희는 자전거 여행 담당 실습생 김지현, 노랑입니다.”
“저희가 이렇게 제대로 찾아뵙고 인사드린 적이 없어서 오늘 오게 되었어요.”
“아유 뭘 여기까지 왔어요.”
“저희는 기존에 복지관에서 진행하던 여느 프로그램과는 달리 자전거 여행을 하려고 모인 친구들이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음식, 하고 싶은 일을 직접 계획하면서 시원한 자유와 우리 동네 사람들의 따듯한 인정을 느낄 수 있어요. 지금까지 우리 관호를 포함한 기획단 친구들이 너무도 잘 해준 덕분에 여행 떠날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고요.”
“관호가 서기 역할을 맡아서 회의 내용을 책임지고 잘 정리해준 덕분에 원활하게 흘러갈 수 있었어요. 자신의 할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성실한 모습이 참 멋있는 친구예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요즘 날씨가 더운데 안전 문제는 괜찮을지 걱정이 돼서요.”
“그거라면 최대한 덜 더울 이른 시간에 출발하고 또 저희를 도와주시는 동문닭집 사장님이 토요일 날 고산까지 같이 가주시고, 뒤에서 따라올 서포트 카도 구했기 때문에 걱정은 접어두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네.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마음이 놓이네요. 감사합니다.”
“저번에 전화로 다 말씀 못 드렸는데 저희가 토요일 7시에 복지관에서 출발할 때 부모님들 오셔서 여행 어디로 가고 가서 뭘 할지 설명하는 출정식을 진행할 건데 혹시 괜찮으시다면 관호 몰래 관호한테 하고 싶은 말 편지에 쓰셔서 저희한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거 관호가 편지 쓰지 말라고 하던데.”
“아. 관호가 알고 있나요? 부끄러워서 그렇게 말하지 실제로 어머니 편지 읽어보면 좋아하지 않을까요?”
“알겠어요. 시간 가능하면 나가볼게요. 이 더운 여름에 선생님들 고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다 하고 있는걸요. 어머니 오늘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관호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 여행 잘 다녀오겠습니다.”
다행히 진심이 전달된 것 같습니다. 우리의 여정을 마음으로 함께해줄 지원군 한명을 더 확보해 마음이 든든합니다. 복지관으로 돌아오는 길 저절로 나오는 콧노래와 함께 페달 위 두 다리가 날아갈 듯 가볍습니다. 어둑해진 하늘 속 빛나는 달이 잘 갔다 올 수 있다며 밝게 비추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