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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여름] < 자전거 여행 > 면접 이야기_노랑

관리자 2022-02-21 (월) 13:15 2년전 1603




















서귀포시서부종합사회복지관

< 자전거 여행 > 면접 이야기

2018.06.02.

원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노랑

한 달을 기다린 만남, 지금 만나러 갑니다.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전거 여행’ 면접날입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준비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옷을 입고 화장도 공들여 하고 머리도 단정하게 빗습니다. 남은 시간, 전날 새벽까지 생각했던 예상 질문들의 답도 한번 씩 해보고 야심차게 준비한 랩도 연습했습니다. 모든 것들이 아이들을 생각하며 준비한 것들입니다.

 
#이건찍어야해

사업은 다르지만 기관에 같이 지원한 친구와 함께 시간 맞춰 기관에 도착했습니다. 처음 기관에 들어섰을 때 알록달록한 안내문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가 봐도 아이들이 준비한 안내문입니다. 저절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놓칠 수 없어 친구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 부탁했습니다.

안녕? 날 소개하지! 내 이름은 노랑!

안내문을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기다리는 4층으로 올라갑니다. 문이 열리고 저를 반겨주는 아이들과 김진혁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어서 오세요. 면접실은 이쪽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이들의 발랄한 마중이 너무 귀엽고 고마워 따라서 웃으며 손을 흔들며 인사했습니다. 아이들의 안내에 따라 대기실에 들어갔습니다. 잠시 앉아있으니 앞에서 본 아이들이 아닌 다른 아이들이 인사를 하며 들어왔습니다.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약간의 어색함은 느꼈지만 아이들이 준비해준 얼음물을 마시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어가니 떨림이 진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선생님이 노랑 선생님이세요?”

“선생님 냉 우동 좋아하세요?”

“선생님 졸업하시면 뭐하세요?”

저 만큼이나 궁금했던 것이 많았나 봅니다. 아이들의 질문이 끊이질 않습니다. 아이들과 더 대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면접을 잘 봐야 합니다. 꼭 면접을 합격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 번 합니다.

같은 사업에 지원한 김지현 실습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발그레한 볼에 둥근 눈웃음이 매력적이신 선생님이십니다. 서로가 같은 마음이기에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드디어 면접실에 들어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갑자기 번호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궁금점이 풀렸습니다. 준비되어있던 사다리게임은 면접 순서를 정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1번을 선택한 저는 첫 번째 순서로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다시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습니다.

똑똑.

면접실 문을 두드리고 조심스럽게 열었습니다. 문을 두드리기 전까지도 ‘안녕하십니까로 할까? 안녕하세요로 할까?‘ 고민했던 인사를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딱딱해 보이고 싶지 않아 후자로 선택했습니다.

“신발을 한번 벗어보시겠어요?”

“네? 신발이요? 맨발인데 괜찮나요?”

“기분이 어떠신가요?”

“많이 부끄럽네요. 매니큐어라도 바를 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선생님 말을 안 들을 땐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럴 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들이 왜 그랬을지 고민해보고 물어볼 거예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신가요?”

“집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계획이나 시간에 너무 집착하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칠 수가 있거든요.”


“저희가 힘들어할 땐 어떻게 해주실 건가요?”

“묵묵히 옆에서 지켜주면서 여러분들이 어떻게 하면 힘이 날지 함께 고민할거예요.”


“일주일에 운동은 몇 번이나 하시나요?”

“기상캐스터가 되어 오늘의 날씨를 설명해주세요.”

“마지막으로 랩 들려주세요.”

이 밖에도 많은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상상도 못한 질문들에 머릿속은 이미 뒤죽박죽이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여태껏 겪어본 면접 중에 제일 어려운 면접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스스로도 대답하며 많은 부족함을 느꼈지만 끝까지 정성을 다해 소신껏 대답했습니다. 마지막엔 아이들을 생각하며 저의 마음을 담아 개사한 랩을 불렀습니다. 많이 부족했음에도 잘했다며 칭찬해주는 아이들에게 감사했습니다. 저의 마음이 전달되길 바라며 면접실을 나왔습니다.


 #김하온랩을직접개사한랩

다음 선생님까지 면접이 끝나고 아이들이 직접 쓴 면접평가가 적힌 포스트잇을 받았습니다.

‘차분하다. 먼저 말하려 노력한다.’

‘웃는 게 너무 좋아 보여요!’

‘웃는 게 좋았고요. 나중에 같이 배그 해요.’

‘쑥스러워 하시면서도 열심히 랩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긍정적이고 활기찬 게 좋았고 자신감과 순발력도 좋았어요.’

‘말을 조리 있게 잘하시는 것 같아요. 순발력도 최고.’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대답하고 긍정적으로 말하는 게 좋았어요.’

‘우리가 먼저 인사했는데 같이 따라 해줘서 정말 고맙고 완전 기분 좋았어요. 그리고 너무 이쁘세요.’


“선생님 정말 너무 좋아하시네요. 그렇게 좋으세요?”

삐뚤빼뚤 귀여운 글씨들이 적혀있는 포스트잇에서 아이들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저절로 함박웃음이 지어졌습니다. 소중하게 간직해야겠습니다.

혼저 옵서예.

다음 선생님까지 면접이 끝나고 아이들의 안내에 따라 식당에 갑니다. 김진혁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면접 고생했다며 저희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싶다고 전해주셨습니다. 고생은 아이들이 더 많이 했을 텐데 말입니다. 아이들이 요리하는 모습을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 식당에서 나왔습니다. 김지현 실습 선생님과 함께 잠시 기관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했습니다. 각 층 계단에도 안내문이 붙어있었습니다. 시선을 두는 곳 마다 아이들의 흔적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있었던 엘리베이터 앞, 대기실, 면접실 모두 들렀습니다. 면접 때는 긴장 탓인지 앞에 두고도 보지 못한 소중한 것들이 보였습니다. 제주도 방언이지만 저도 아는 말이었습니다.

‘혼저옵서예.'

글씨가 적혀있는 종이엔 돌하르방과 돌담 그림도 있었습니다. ‘서’라는 글씨에는 4방위표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깨알같이 웃기고 싶었나 봅니다. 이걸 그렸을 아이들을 상상하니 너무 귀여웠습니다.

짬뽕라면이에요.

시간에 맞춰 식당에 내려갔습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준비하는 것을 보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김지현 실습선생님과 함께 인원수에 맞춰 컵에 물을 떠 각 자리에 두었습니다. 아이들이 준비한 음식은 라면과 김치볶음밥입니다. 언제 먹어도 맛있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제 옆에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두 팔 벌려 반겨주었던 자성이가 앉았습니다.

“우와~ 이거 너무 맛있다. 무슨 라면이야?”

정말 맛있는데 어떤 라면인지는 모르겠어서 아이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짬뽕라면이에요.”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짬뽕은 옳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만들어 준 것이라 더 맛있습니다. 맛있게 먹었으니 이제 뒷정리를 해야 합니다. 눈치게임을 통해 정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의 정성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자 함께 설거지를 하였습니다.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설거지 하나도 대충 하지 않고 씻은 것도 여러 번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섬세함에 놀랐습니다.

돌고래랑 수영해요.

아이들이 마을을 소개해준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건네준 모자를 쓰고 따라나섭니다. 제주도라 그런지 5분 정도 걸으니 바다가 보였습니다. 많이 더웠지만 마음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기관에서부터 아이들이 틀어준 노래를 들으며 걷습니다. 의외로 신곡이 아닌 옛날 노래들이어서 놀랐습니다. 저희를 위한 선곡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왠지 아이들의 배려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해안 길을 걷는 내내 자성이가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정말 친절한 아이입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귀여운강아지와아이들

“선생님 저희가 매일 노는 곳이에요.”

“선생님 여기 진짜 돌고래 와요”

“선생님 백상아리랑 저희 수영시합도 해요”

아이들이 자주 헤엄치며 논다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의 말이 장난인지 알면서도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하마터면 깜짝 속아 넘어가 버릴 뻔했습니다. 아이들이 보여준 그곳의 물은 아이들을 보는 듯 참 맑았습니다. 자성이가 윗옷을 벗고 다이빙을 보여줍니다. 정말 멋진 친구입니다. 함께 수영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함께 수영하며 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돌아가기 전 김진혁 선생님의 제안으로 첫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날아라자성


#너!내동료가되라!

기관으로 돌아왔습니다. 김진혁 선생님과 예찬이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시원하고 달달하고 쫀득쫀득한 버블티를 마시며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하며 함께 놀았습니다. 물병 세우기 게임도 했습니다. 아이들에 비해 너무 못해서 잘 할 수 있다고 허세를 부려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과 계속 놀고 싶었지만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모든 일정이 끝났습니다.


#버블버블버블티

잘 모르겠어요.

3개 단기사회사업에 지원한 실습 선생님들과 윤진영 선생님, 이유리 선생님까지 모두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도 하고 면접 소감도 짧게 나누자 했습니다. 제 차례가 되었을 때 입을 떼려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 왜 눈물이 나려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눈물이 납니다. 면접을 준비한 지난 한 달이 너무 힘들었던 탓일까요. 긴장이 풀려서일까요.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커서 그랬던 것일까요.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어서 그랬던 걸까요. 당시에는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어떤 이유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아마.. 다 맞는 것 같습니다. 모든 감정들이 섞여 나온 것 같습니다.

4시 11분.

선생님들께 격려와 지지를 받은 후 아이들을 다시 만나러 갑니다. 아이들이 저희에게 전해줄게 있다고 합니다.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롤링페이퍼였습니다. 누가 그렸는지 모르는 귀여운 짱구, 진구, 도라에몽 그림도 있습니다. 자신의 사인을 그려준 아이도 있습니다. 글 내용을 보니 이름이 안 쓰여 있어도 알 것 같습니다. 반나절 만에 조금 가까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돌아갈 시간입니다. 실습 선생님들과 서로를 응원하며 인사를 나누던 중 전화가 왔습니다. 김진혁 선생님 번호로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선생님 저는 양자성입니다. 오늘 면접 보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선생님은 저희와 함께할 수~~~~~~있습니다!!!!”

“우와~~~~~~~!!”

합격 전화였습니다.

자성이와 다른 아이들의 목소리를 놓치지 않으려 핸드폰을 꽉 잡은 두 손이 떨렸습니다. 합격했습니다. 너무 기뻤습니다. 그렇게 바랐던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꿈으로 끝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감사합니다. 함께할 수 있게 해주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받기만 한 하루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4시 11분에 걸려온 합격전화는 정말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하루가 이렇게 행복할줄 몰랐습니다. 내내 행복했습니다. 7월 23일이 기다려집니다. 그땐 저도 아이들에게 무엇인가 줄 수 있겠지요. 아이들과 함께 이번 뜨거운 여름, 의미 있고 재미있는 자전거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7월에만나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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