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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여름] 7/25 자전거여행 준비 시작!

관리자 2022-02-21 (월) 13:54 2년전 1586








자전거여행 준비 시작!


#그래, 그렇게 해야지!

「당사자에게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면 됩니다.
지역사회에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면 됩니다.」

 - 복지요결 79p <사회사업방법>

아침시간 동료, 과장님과 함께 복지요결 공부했습니다. 과장님께서 복지요결 또는 복지 실천용어들이 전문용어가 아닌 쉬운 말로 쓰여 있어 낮게 볼 수 있다 했습니다. 그러나 절대 그렇지 않다 하셨습니다.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는 것은 가장 강력한 실천방법이 된다 하셨습니다. 당사자에게, 지역사회에 인사하고,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고, 감사하면 당사자가, 지역사회가 “그래. 복지는 저렇게 해야지”하고 끄덕 거릴 것이다 했습니다. “이래야 사람이지!” 소리 들으며 사회사업 하고 싶습니다.


#기획단 첫 회의

오늘은 자전거여행 기획단 첫 회의가 열렸습니다. 월요일에 진혁선생님께 연락처를 받아 지현선생님과 함께 기획단 아이들에게 전화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인사 하고 수요일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었습니다. 아이들이 편한 적당한 시간으로 회의 시간 잡았습니다. 회의 시간은 오후 3시부터 6시입니다.

자전거여행팀 방은 면접장소로 쓰였던 곳입니다. 아이들을 만났던 곳이어서 그런지 괜히 더 마음에 듭니다. 회의를 할 때 필요한 물품을 준비하러 간 새 동영이와 예찬이가 왔습니다. 약속시간보다 10분 일찍 와준 아이들이 고맙고 대견합니다. 고마운 마음 담아 꼬옥 안아주고 싶었지만 청소년 남자아이들이라 그저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언젠가 안아줄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차례대로 자성, 관호, 성훈이 왔습니다. 승윤은 오늘 밭일을 도와야 해서 오지 못한다고 합니다.

“방학을 해서 피시방도 가고 재미있었어요!”

“강균성 파마 하고 싶어서 머리 길렀어요.”

“시험기간 때 좀 힘들었는데 방학해서 조금씩 놀기 시작해서 좋아요.”

“저는 51일 전에 여자친구가 생겼어요!”

드디어 자전거여행 첫 회의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돌아가며 간단한 자기소개와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나누었습니다. 다음으로 자전거여행을 위한 의견을 자유롭게 나눴습니다. 가보고 싶은 곳, 가봤던 곳, 먹고 싶은 것 등을 물어보았습니다.

“저 자전거 타고 송악산 다녀왔었는데요. 그땐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어요.”

“그 때 동영이 자전거로 가서 정말 힘들었어요.”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곧 성훈이가 자전거를 타고 송악산 다녀온 이야기를 재미나게 들려주었습니다. 성훈이의 경험담을 들으며 본격적인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자전거 체크하기

“우리 자전거여행 가려면 뭐가 제일 필요하지?”
“자전거요!”

“저 자전거 있는데 오래되었어요.”

“저는 아는 친구한테 빌려 보려 구요.”

“멀쩡한 자전거 3대 있긴 한데 집에 한번 물어볼게요.”

“선생님 없으면 삼천리자전거나 자전거대여소에서 빌려보면 어때요?”

여행에 제일 필요한 자전거부터 체크해보았습니다. 있는 친구도 있고 없는 친구도 있습니다. 자전거 찾는 방법을 함께 찾아봅니다. 친구에게 빌려보기. 대여소에서 빌려보기. 조만간 자전거 빌리는 것을 구실 삼아 함께 돌아다니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 어디가지?

“제주도 어디어디 가봤어?”

“안 가봤어요.”

“제주도 여행은 가본 적이 없는데.”

여행을 떠나려면 먼저 장소를 정해야 합니다. 어디를 가봤냐 보단 제주의 어느 곳을 다녀 와 봤는지 묻고 싶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대답에 멈칫 했지만 금세 이해가 갔습니다. 저도 저희 집 주변은 여행가지 않으니까요. 이참에 아이들의 집인 제주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예쁜 곳 멋진 곳 함께 보고 싶습니다.

“자전거 타고 달리기 좋은 곳 어딘지 혹시 알아?”

“협재해수욕장방향 해안도로 예뻐요. 한시간정도? 걸릴 거 에요.”

“우리 1박 2일인 건 알지?

“어?! 그럼 우리 텐트 같은 거는 어떡해요?”

“아 선생님! 저 가고 싶은데 있어요. 협재해수욕장!”

“저는 한라산이요. 4번 가봤는데 또 가보고 싶어요.”

“애월, 이효리 집 가요.”

“거긴 가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미리 전화 드리고 가야할 것 같은데.”

“모슬봉! 성산일출봉?”

“우리 진짜 어디가지?”


#잘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우와~ 안녕! 너가 지원이구나!”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문지원이구요. 나이는 16살이에요.”

“지원이는 자전거여행 기획단 어떻게 하게 된 거야?”

”동영이가 말 해줬어요.“

“우와 동영이가 우리 친구들 다 모아주었구나.”

“저희 동영이한테 속아서 왔어요. 돈 다 주고 가고 싶은데 다 가고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자전거 타다가 힘들면 쉰다고 했는데 와보니까 아니네요.”

“그랬구나. 그래도 동영이덕분에 친구들하고 함께 직접 계획한 여행 떠날 수 있게 되었잖아.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

“맞아요. 잘 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치? 동영이가 이렇게 친구들 다 모아줘서 너무 고맙네.”

“맞아요.”

잠깐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지원이가 등장하며 자연스럽게 정리되었습니다. 분명 사전 회의 때 지원이는 자주 만나기 힘들 것 같다 들었는데 이렇게 와주니 너무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뒤늦게 합류한 지원이가 어떻게 기획단을 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지원은 동영이가 말해주었다 했습니다. 동영이에게 고마워 칭찬 해 주려했습니다. 그 때 아이들이 동영이에게 속아서 왔다며 불만을 토해냈습니다.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래도 만약 반대로 나도 그 상황이었다면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일단 들어주었습니다. 다 듣고 우리가 기대하는 바를 말하며 재미있을 것 같지 않냐 물으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그럴 것 같다 말합니다. 참 순수합니다. 참 착합니다. 분명 이 아이들은 잘 해낼 것 같습니다.


#맛집탐방

“그럼 우리 재밌는 여행 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선생님 우리 맛 집 탐방 갈까요? 제가 맛 집 가는 것을 좋아해요.”

성훈이가 맛 집 탐방을 제안했습니다. 성훈이의 의견이 솔깃했는지 친구들이 다시 한데 모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화의 흐름이 잡혔습니다.

“어떤 거 좋아해? 고기? 분식?”

“‘곱창’ 먹어보고 싶은데”

“여름이니까 ‘콩국수’ 먹어야지”

“제주도에 ‘승리라멘’ 생겼는데요. 거기 가고 싶어요.”

“선생님은 흙 돼지 먹어보고 싶다.”

“어 저 흙 돼지 맛 집 알아요. 여기서 20분가면 ‘동순이네 흙 돼지’ 나와요.”

관호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곱창이, 자성은 여름이니 콩국수, 지원은 승리 라멘이 먹고 싶다 말합니다. 지현선생님이 흙 돼지가 먹고 싶다 말하니 동영이는 흙 돼지 맛 집을 소개해줍니다.

“그럼 우리 지금까지 나온 곳들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자”

“네 찾아봐요. 저 승리라멘 꼭 가고 싶어요. TV에서만 봤어요.”

“승리라멘 신화역사공원 이쪽에 있다는데..”

“그럼 지도에서 어느 쪽이지?”

“제가 지도를 볼 줄 몰라요.”

“그럼 우리 같이 찾아보자.”

“여기 지도에 한 번 검색해볼까요.”

“오 여기 오설록 근처에요.”

“관호 잘 찾네!!”

먹고 싶은 것 참 많을 나이입니다. 성훈이의 제안 덕분에 아이들 모두 맛 집 함께 찾아봅니다. 오목조목 모여 함께 찾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에 내내 흐뭇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과연 잘 집중해줄지, 회의가 잘 진행이 될지 걱정 많았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옆에서 들어주고 거들어주면 자신들이 다 합니다. 걱정 할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제가 나설 필요 없다 느꼈습니다.


#여행지도 그리기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얼추 정해졌으니 한 데 모아 정리해봅니다.

“용머리 해안은 어디쯤에 있어?”

“여기 아니에요?”

“오~~~~~~지원~~!”

관호가 가고 싶은 곳 찾아봅니다. 지도를 잘 볼 줄 모른다더니 함께 하니 잘만 찾습니다. 지원의 머릿속에는 지도가 있나봅니다. 아무도 모르는 용머리해안 위치를 알고 지도에 표시해줍니다. 한 곳 두 곳 아이들이 가고 싶은 곳 지도에 표시됩니다. 어디를 갈지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그림이 나옵니다. 아이들이 저 곳을 가겠구나. 지도만 봐도 설렙니다.


#기획단 규칙, ‘~하지 않기’ 보단 ‘~하기’로

“참 애들아 선생님들 오기 전에 규칙 정했다고 들었는데 말해줄 수 있어?”

“욕 쓰지 않기요.”

“말 가려가면서하기요. 선생님들이 여자니까요.”

“싸우지 않기!”

“개인행동 하지 않기”

“오 좋다. 그런데 우리 이 표현들 조금 긍정적으로 바꿔보면 어때?”

“음.. 그럼 욕 쓰지 않기는 예쁜 말 쓰기 하면 되겠네요.”

“말 가려가면서하기는 괜찮으니까 그냥 두고요. 싸우지 않기는 친하게 지내기해요!”

“그럼 개인행동하지 않기는?”

“붙어 다니기요!”

“아 하나 더 있어요. 선생님들에게 불편 표현하지 않기요.”

“그럼 이거는 자기주장 잘 말하기로 해요.”

“화내지 않고 웃으며 말하기도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일찍이 세운 규칙 들어보니 모두 다 ‘~하지 않기’였습니다. 합동연수 때 아이들과 규칙을 세울 땐 ‘~하지 않기’ 보단 ‘~하기’로 표현하는 것이 좋다 배웠습니다. ‘안 돼’, ‘하지마’ 이런 부정적인 표현에 익숙해져있는 아이들에게 긍정적인표현으로 바꿔 세워보자 제안만 했는데 알아서 잘 바꿔 말해줍니다. 어른들이 어떻게 말해주냐에 따라 아이들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활동하는 동안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말, 행동, 칭찬 많이 해 줘야겠다.’ 생각합니다.


#역할 나누기

역할 나누기는 아이들의 자주성을 살리는 아주 좋은 구실이 됩니다. 아이들이 이 사업의 주인 되게 합니다. 또 활동을 하는 동안 아이들은 주어진 역할을 해내가며 자신감과 책임감을 배울 수 있습니다.

“라스트키퍼는 체력 좋아야 하니까 성훈이요.”

“리더는 동영이 해요. 친구들 다 모았잖아요.”

“총무는 제가 할게요.”

“사진 저 할래요.”

“자성이가 캠핑경험 많아서 요리 잘해!”

“제일 중요한 안전은 누구한테 맡기지?”

“우혁이요. 우혁이 운동 많이 해서 다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아요.”

“승윤이는 간식담당 시켜요.”

오랜 시간을 함께해 온 친구들답게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알아서들 척척 개인의 특성에 맞게 역할을 나눕니다. 안 온 친구들의 역할도 생각해줍니다. 그렇게 리더는 동영, 총무는 예찬, 기록은 관호, 사진은 지원, 요리는 자성, 간식은 승윤, 안전은 우혁, 선두는 원진, 라스트키퍼는 성훈으로 정해졌습니다. 기록담당인 관호가 지금까지 정해진 것들을 꼼꼼하게 잘 적어줍니다.


# 같이 가자!

“선생님 저 근데 일박이일 안 될 수도 있어요. 집에서 허락 안 해 줄 수도 있어요.”

“같이 가서 허락 받으면 되지~ 같이 가자!”

회의 도중 자전거여행이 1박2일이라면 힘들 수도 있다는 자성의 말에 성훈이 함께 허락 받으러 가자 말합니다. 알아서 허락 받아와라 할 수도 있을 텐데 성훈이와 친구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같이 허락 받자 말해주었습니다. 이 아이들 함께하면 뭐든 다 해낼 것 같습니다.

함께한 하루를 조금 더 의미 있게 남기고 싶어 배움, 소망, 감사를 담은 판 하나를 준비해뒀습니다. 아이들이 하나의 주제를 골라 오늘 하루 느꼈던 것을 적습니다. 사실 이런 거 왜 하는지 귀찮아 할 줄 알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니 지금까지 제가 가지고 있던 편견 한 겹씩 벗겨집니다. 아이들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주는 영향, 희망이 너무나도 신기합니다. 마지막까지 정성스럽게 한 자 한 자 적어냅니다.

동영이가 쓴 글에 눈길이 갔습니다. ‘첫 회의인데도 불구하고 최대한 이끌어나가려는 선생님들이 감사하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었습니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반성하게 만드는 말이었습니다. 사회사업 당사자가 만드는 일입니다. 자전거여행 아이들이 계획하고 준비하게 합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더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세워주고 거들어야겠다 생각합니다.

또 오늘 하루 제 기준으로, 제 욕심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고 판단했던 것들을 반성합니다.

첫 회의에 이렇게 많은 것을 이루고 해낸 아이들이 너무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다음 회의를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빨리 내일이 와 아이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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