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사회사업 덕분에 처음으로 방문한 제주도는 저에게 참 특별한 기억을 남겨주었습니다.
면접 전날 도착한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자기소개서를 읽어보며 저의 생각과 다짐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푸른 자연과 맛있는 음식으로 인해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혹여나 지각할까 싶어 택시를 타고 서귀포시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면접시간 전에 무사히 도착하여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본 복지관은 넓고 깨끗했습니다. 신식건물답게 외관도 멋있었습니다.
문 앞에 지원자들을 환영하고 면접 장소를 안내해주는 종이가 붙어있어 많은 준비를 했을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잠깐 화장실에 들러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한숨 돌리고 있었는데 화장실 맞은편 복지관 내 카페에서 아이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선생님들 다 도착하셨어!”라며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이들을 보니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니 수줍게 받아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앞으로 진행될 실습에 대한 희망이 마음속에 차올랐습니다.
# 긴장과 설렘이 공존했던 면접.
긴장되는 마음으로 ‘자전거 여행’ 면접장을 향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문이 열려서 내리는 순간 엘리베이터 앞 의자에 앉아있던 원진이와 자성이가 환한 웃음과 함께 손을 반짝반짝 흔들며 맞이해주는 모습을 보자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렸습니다.
아이들이 안내해주는 대기실에 들어가자 지원자 노랑 선생님과 승윤, 우혁이가 앉아있었습니다.
책상에 음료 메뉴판과 사다리 타기 판이 놓여있는 것을 보고 아이들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했을 고민과 노력, 그 마음이 감사했습니다.
얼음물을 주문하고 사다리 타기를 통해 면접의 순서를 정했습니다. 1번과 2번 고른 그대로 순서가 정해진 것을 보고 아이들이 재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노랑 실습 선생님이 먼저 면접장으로 들어가고 약간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습니다.
자기소개하고 ‘자전거 여행’을 같이하는 친구들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우혁이와 승윤이는 말을 잘 경청해주고 또 진지하게 대답을 해줬습니다.
우혁이가 “선생님 랩 준비해오셨어요?”라고 물어보며 면접에 대한 정보를 흘려주었습니다.
머릿속이 백지장이 되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괜찮다고 긴장하지 말라며 다독여주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원진이와 자성이가 대기실로 들어오며 함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동네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자성이가 말했습니다.
“우리 동네는 진짜 시골인데 그마저도 다 공사 중이라서 먼지와 매연 탓에 놀 곳도 줄어들고 자연경관을 다 해치고 있어 속상해요.”
위로해줄 말을 찾다가 미리 알아본 용머리 해안과 송악산 이야기를 하며 둘레길을 자전거로 여행하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우혁이가 ‘오~ 선생님 조사 좀 해오셨네~’라는 표정으로 쳐다봤던 그 순간이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아이들이 동네의 맛집이 적혀있는 리스트를 보여주며 이 음식점은 진짜 유명해서 사람들이 줄 서서 먹고,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라는 뜻의 모닥치기에 대해 설명해주며 육지에는 이 음식을 진짜 안 파냐 라며 놀라워했습니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면접장에 들어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선생님 잘하고 오세요!”라고 응원하는 소리를 뒤로한 채 면접장의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이름표를 앞에 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면접관 4명을 보니 대기실에서 잊고 있던 긴장감이 되살아났습니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자전거 잘 타세요?”
“우리가 활동하기 싫어할 때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청소년과 함께 활동할 때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가요?”
“캠핑은 해보셨나요?”
“아나운서처럼 지금의 날씨를 표현해주세요.”
“신발을 벗어보세요.”
질문을 듣다 보니 자기소개서를 읽고 열심히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저의 대답을 하나하나 종이에 다 받아 적는 모습에 더욱 신중히 답할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 여행’에 참여하게 된다면 실제로 하게 될 고민을 면접에서 잘 짚어주었다고 속으로 감탄하며 대답을 이어나가다 보니 어느새 긴장은 풀려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인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 우리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라며 우혁이가 귀띔해주었던 랩을 할 차례가 왔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아는 랩이 없어 동요를 불렀습니다.
그마저도 가사가 생각이 안 나 주저하고 있을 때 성훈이가 말했습니다.
“선생님 여기서 그만하고 싶으면 그러셔도 괜찮아요.”
긴장과 부끄러움 때문에 더 적극적으로 하지 못해 속상하고 아쉬운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그 말 덕분에 그래도 기분 좋게 면접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꼭 합격하고 싶었습니다.
# 맛있는 점심시간.
면접이 끝나고 다 같이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김진혁 선생님이 아이들이 우리에게 대접하고 싶어 한다며 기관을 둘러볼 시간을 주셨습니다.
기관을 둘러보고 오니 아이들이 주방에 옹기종기 모여 큰 냄비에 끓인 라면과 김치볶음밥을 마무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생각해 맛있는 점심을 준비해준 마음이 소중했습니다.
노랑 실습 선생님과 함께 사람 명수대로 컵에 물을 담아 나눠주며 서로 감사하다며 마음을 나눴습니다. 정이 오가는 훈훈한 순간이었습니다.
성훈이가 소개해준 짬뽕라면은 간이 적당히 심심해서 입에 딱 맞았고, 김치볶음밥은 알맞게 잘 익은 김치와 계란의 조화가 너무 부드럽고 훌륭해 감탄하며 먹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뒷정리할 사람을 정하기 위해 눈치게임을 했습니다.
우혁이와 제가 설거지 당번이 되었습니다.
게임에서 안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다 같이 소매를 걷고 협력해서 도와주는 모습이 대견했습니다.
우혁이가 한참 동안 그릇을 들여다보고 있기에 왜 그러나 물어봤습니다.
“선생님 여기 이 부분 제대로 안 닦인 것 같아요.”
아이들이 제 생각보다 훨씬 더 꼼꼼하고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활동에 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싱크대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치울 때 승윤이가 “제가 할게요. 괜찮아요!”라며 기꺼이 나서서 도와줬습니다.
조용하게 수줍은 모습이었던 승윤이의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적극적인 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 산책 겸 동네마실.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며 더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아이들과 함께 동네를 둘러볼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아이들과 동네를 걸어 다니며 제주의 아픈 역사인 4.3사건과 관련된 곳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부둣가에 도착해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여유를 만끽했습니다.
자성이가 바다에 뛰어드는 모습을 보자 저 또한 자유로워짐을 느꼈습니다.
오는 길에 원진이가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어주었습니다.
옛날 노래와 발라드를 좋아하는데 취향을 저격하는 노래가 흘러나와 따라 불렀더니 성훈이가 말해줬습니다.
“면접에서 선생님한테 발라드 부르라고 할 걸 그랬어요.”
뭘 좋아하는지 알아봐 준 말이 따스하게 마음을 위로해줬습니다.
아이들의 사소한 행동과 말이라도 눈여겨보며 칭찬을 많이 해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이들과 걸어간 길은 포장이 잘 된 도로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의 모습도 자주 보였습니다.
깜짝 선물처럼 나타난 흰 똥강아지 두 마리는 우리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줬습니다.
그런데 가장 과묵하고 키가 큰 관호가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고 관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키가 크다는 점이 남동생을 떠올리게 했고, 관호의 누나는 같은 인천대학교를 다녔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노래를 부르고 물병을 던지면서 활발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더 다가갈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 안녕이 영원한 헤어짐은 아니겠죠?
아이들과의 만남이 끝을 향해간다는 아쉬움 속에서 복지관에 도착했습니다.
보드게임을 하면서 시원한 물 한잔이 생각나는 그 순간 김진혁 선생님이 음료 주문을 받으셨습니다.
얼음 물을 달라고 말하자 예찬이가 말했습니다.
“김진혁 선생님이 만들어주시는 버블티 진짜 맛있어요! 마셔보세요.”
예찬이 덕분에 시원하고 고소, 달달한 버블티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보드게임을 노랑 선생님, 동영이, 승윤이, 예찬이와 했는데 동영이와 예찬이가 한 팀이 되어 척척 이기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예찬이가 차근차근 기발한 전략을 내놓는 모습에 가장 막내인데도 든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벌써 마지막 작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의 정성이 가득한 롤링페이퍼를 읽으며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이젠 안녕’의 노랫말처럼 아이들과의 다음 만남을 기대하며 초조하게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전화가 오고 자성이가 밝은 목소리로 외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