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캐리어에 짐을 실어 담습니다. 옷이며 각종 요리 재료며 챙길 게 많은데…. 시간이 부족합니다. 정신없이 옮겨 담고 캐리어를 진 채 2층으로 달려갑니다. 다른 때 라면 몰라도 오늘은 늦을 수 없습니다.
오늘은 가파도 여행의 첫 날입니다.
#여행 기대되요
“선생님!”
2층에 내려가자, 누군가 부릅니다. 한결이 입니다. 본래 차량으로 데리러 가야 할 녀석이 벌써 와있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집에서부터 걸어왔다고 합니다. 날도 더운데, 먼 거리를 걸어오다니…. 한결이는 가파도 여행이 무척 기대되었나 봅니다. 한결이를 위해서라도 3일 간 열심히 움직여야겠습니다. 기특합니다.
#준비물 확인
기획단 친구들이 모두 모였습니다. 아이들을 한데 모아 한 사람, 한 사람 짐 확인이 시작됩니다.
“규빈이, 짐 한번 볼게. 김치…, 옷, 수건… 음… 규빈이 통과!”
몇몇 준비물을 빠뜨린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계획표대로 잘 챙겨왔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실습생, 개개인이 따로 준비한 것들도 많은데… 괜한 걱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꼼꼼히 생각하고, 여행에 신경 써준 아이들이 고마웠습니다.
#점심식사 및 감사표현
가파도 행 출항 시각은 오후 2시입니다. 복지관에서 점심을 먹고, 운진항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복지관 식당에서는 어르신을 위한 경로식당이 운영되고 있었음에도 아이들의 식사까지 준비해주셨습니다. 이제는 당연하듯, 식사 후 감사의 설거지가 이어집니다. 아이들도 이런 표현이 익숙해졌나봅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
“경보 많이 아파?”
경보의 몸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머리가 많이 어지럽다고 합니다. 열은 없는데… 경보가 많이 힘들어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과는 더욱 안 좋아집니다. 경보를 집으로 돌려보내야겠습니다.
“경보… 아프면 집으로 돌아가자…”
계획할 때 제일 열심히 했던 아이인데… 짐도 많이 챙겨왔는데… 어제 전화로도 여행 간다며 많이 좋아했었는데… 이렇게 보내는 게 아쉽습니다. 여행 시 변수는 예측 할 수 없다지만, 이건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비
“출발이다!”
“으악 비 온다!! 얼른 뛰어!!”
출발부터 소란스럽습니다. 배를 타려는데 비가 옵니다. 다들 무거운 짐을 양손에 드느라, 도착도 전에 쫄딱 젖어버렸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습니다. 언제 아이들이 이렇게 비 맞으며 여행을 해볼까요? 이것도 추억입니다.
#목사님께 인사드리기
“여러분 만나서 반가워요. 여러분이 몰고 온 비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교회에 도착하여 목사님께 먼저 인사드립니다. 최근 가파도의 농작물이 매말라가는 때에 우리와 함께 비가 찾아와 기쁘시다면 저희를 환대해주셨습니다.
“여러분 교회에서 2박 3일 지내게 됬어요. 헌데 이곳은 여러분만 사용하는 곳이 아니에요. 교회 성도들, 여행객들도 사용하시는 공간입니다. 감사히 빌려주신 만큼 아끼고 조심스럽게 사용해주세요.”
목사님께서 되도록 불 필요한 전력을 줄이고, 정리 정돈 하여 생활할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화장실, 에어컨 그리고 신발 및 책상 정리는 특히 강조하셨습니다.
에어컨과 선풍기, 책상 정리, 신발 정리, 불 끄기 등 구역을 나누어 아이들 서로 담당을 정합니다. 단체 활동에서의 역할 나누기의 필요성과 이를 어길 시의 무거움을 아이들에게 몸소 경험 캐하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바다
“우리 비도 그쳤겠다? 다 같이 바다보러 갈까?”
“네!”
교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식당을 몇 개 지나자 금방 바다가 보입니다.
“선생님, 여기 물고기 있어요”
“으악! 갯강구다!”
“복어다!”
처음보는 것들 투성입니다. 김제 평야 지대에선 볼 수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려 왔는데… 되려 제가 더 신기해하고, 재밌어 했습니다.
#저녁 준비 및 설거지
저녁을 준비 할 시간이 되어 다시 교회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저녁은 선생님께서 준비하십니다. 메뉴는 떡 만둣국입니다. 아이들은 밥을 만들어 보기로했습니다.
“봐, 희도는 손에 이만큼 잠기는 정도로 물을 넣어야 해, 호철이 손으로는 이정도, 한결이 손으로는 이정도…”
“밥솥의 취사 버튼을 누르면, 밥솥이 밥을 만들어요.”
쌀을 씻고, 물의 양을 조절하고, 밥솥에 앉힙니다. 아이들이 기억하게 쉽게 아이들 손에 맞추어 물의 양을 조절합니다. 여행 이후에도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말입니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각자 자기가 먹은 그릇을 싱크대로 옮기고 설거지를 시작합니다.
“너는 세척 담당”
“나는 비누(?) 칠 담당”
이제는 자연스래 아이들이 업무를 나눕니다. 사전 연습과 감사표현을 통하여 아이들에게 설거지는 이미 익숙해진지 오래입니다. 우리 아이들 가운데 설거지를 못하는 친구는 없습니다. 뿌듯합니다. 좀 더 바램이 있다면, 집에서도 배운 설거지와 청소, 식사를 직접 해보았으면 합니다.
#첫날 잠자리
벌써 시간이 9시 가까이 되었습니다. 못한 활동은 내일로 미루고 슬슬 잘 준비를 합니다. 교회 의자를 침대 삼아, 준비한 이불, 베게를 이용해 아이들의 잘 곳을 마련하고 눕습니다. 아이들이 다음날 힘들지 않게 충분한 잠을 취하도록 11시에 소등했습니다.
하나, 둘 잠들기 시작하는데, 이런… 희도랑 호철이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질 못합니다. 언제쯤 잠이 드려는지… 기다리다, 결국 제가 먼저 잠에 빠져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