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날입니다. 아이들의 기억에 예쁘게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더 밝고 따뜻한 웃음을 가지고 한 명 한 명 반겨줍니다. 우리들의 수료식을 우리의 손으로 준비합니다. ‘일 상 생 활 학 교 수 료 식’ 가장 잘 보이는 곳에 큼지막하게 써서 붙입니다. 한 쪽 벽에는 지난 날 우리들의 사진을 붙입니다. 아이들이 다가와 살펴보며 신나합니다.
“여기 저 있어요!”
“이거 우리 김치볶음밥 만든 날 맞죠?”
한 데 모아놓고 보니 우리의 감사 배움 희망들이 넘칩니다.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나온 것 같은데 어느새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미소 짓게 되는 추억이 되어 있습니다.
‘지쌤, 종쌤’ ‘감사합니다’ ‘또 보고싶어요’ ‘수고했어요’
칠판 빈 곳에 꾸미고 싶은대로 꾸미라 한 후 돌아보니 저런 글들이 적혀있습니다. 아이들도 수료라는 거 마지막이라는 거 느끼고 알고 있습니다. 뭉클해졌습니다.
우리가 먹을 피자 직접 주문합니다. 나서서 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한 태완이가 이번엔 형답게 맡아서 합니다. 신중하게 생각하고 이것저것 고려하며 주문합니다. 아이들의 변화한 모습 하나하나가 함께 해 온 지난 시간들의 무게를 느끼게 해줍니다.
#수료식
관장님과 과장님, 다른 실습 선생님들과 아이들도 하나 둘 자리를 채웁니다. 경보가 다니든 감산지역아동센터의 센터장님과 선생님들도 오십니다. 아이가 한 달 동안 복지관을 너무 좋아해서 마지막 수료의 모습은 어떤지 보고 싶으셔 오셨다 하십니다. 생각지 못한 방문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일상생활학교 수료식을 시작합니다.”
수료식, 우리들의 마지막 시간이 시작됩니다. 관장님의 인사말을 듣습니다. 아이들의 표정이 제법 진지합니다.
‘형상’ ‘듬직상’ ‘멋짐상’ ‘꼼꼼상’ ‘똑똑상’ ‘모험상’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받아야 마땅한 상이 무엇일까 신중하게 고민했습니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고, 또박또박 읽어줍니다. 서로 적은 롤링페이퍼와 함께 상장을 전달 한 후 꼬옥 안아줍니다. 한 달 동안 수고했고 함께 해줘서 고마웠다 이야기 해줍니다. 상장을 받은 스스로에게 뿌듯함 자랑스러움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위 선생님은 일상생활기술학교에서 부드러운 말투와 환한 미소로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대해주었으므로 이 상장을 수여함’
아이들이 직접 만든 상장입니다. 부끄러운지 수줍은 목소리로 읽어 내려갑니다. 살면서 받은 상장 중 가장 마음 따뜻해지는 상장이 될 것 같습니다. 잊지 못합니다.
준비한 편지 읽습니다.
마음 담아 쓴 거 다시 마음 담아 읽어내니 먹먹해집니다. 애써 참고 다시 읽어 내려갑니다. 살짝 고개를 드니 희도가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고개 숙인 채 울고 있습니다. 북받쳐 오릅니다. 진심은 통한다는 거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마음 알아 준 아이들에게 고마울 뿐입니다.
선생님들의 수료사가 길어집니다. 역시 아이들은 숨길 수 없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수료식에서 선생님들의 수료사는 필요하지 않았나봅니다.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지루해하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가장 솔직하고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의자괴물이 튀어나옵니다. 너도나도 변신합니다. 달립니다. 눈물 나올 새 없습니다. 그 모습들 눈에 담아두려 하니 예쁘게만 보입니다. 왜 이전엔 이렇게 바라보지 못했나 생각 듭니다.
아이들이 준비한 깜짝 영상과 편지 그리고 준비한 선물이 전달됩니다. 그 전날 단거 좋아하는지 물어본 희도가 준비한 초코과자. 쑥쑥이라는 이름을 가진 화분을 건네주는 한결이. 집에 많이 있는 볼펜을 뭉텅이로 가져와 나눠주는 규빈이 또 자신이 좋아하는 초코볼을 지퍼백에 한 줌씩 담아서 줍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잊지 못할 기억들 만들어주는 아이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