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수는 함께 활동하기 힘들 거 같아요. 물론 사회사업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헌수를 데리고 가는 것이 맞겠지요. 하지만 우리가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요. 실제 어제의 경우 활동 시 경보가 많이 난처해 했잖아요?”
“그리고 이건 좋은 이야기일지도 모르는데, 우리 아이들 가운데 태완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중1이긴 한데 이 친구를 일상생활학교에 들어오게 해볼까 해요. 지혜 선생님이 잘 설득하러 지금 집으로 가주세요. 잘 된다면 태완이가 설명도 해주는 식으로 해서 기획단 친구들과 관계를 만들어 갔으면 해요.”
#김태완
“종현 선생님, 태완이에요.”
“아! 태완이! 너가 태완이야~?”
“안녕하세요….”
태완이가 복지관에 왔습니다. 어떤 친구인지 궁금합니다. 자신을 소개하고, 잠시 태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집니다.
태완이는 공부를 잘하는 친구입니다. 특히 수학을 아주 잘한다고 합니다. 중학교에 올라와 가장 낮은 수학점수가 88점이었답니다. 또 농구나 축구 같은 구기종목 스포츠도 굉장히 좋아하는 듯 했습니다. 시간이 된다면 함께 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설득 당시 지혜선생님으로부터 이야기가 잘 이루어져 일상생활학교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었습니다. 오늘 한번 아이들이 직접 활동하는 것을 보고 태완이 자신 또한 ‘해보고 싶다’ 는 생각이 들면 좋겠습니다. .
“태완아 조금 있으면 기획단 친구들이 올거에요. 그런데 태완이도 그 친구들도 서로 처음보죠? 아마 동생들이라 모르는 형을 보면 좀 쑥쓰러워하고, 당황해 할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러니 동생들에게 태완이가 어려워 하지말라고 멋지게 자기소개 해줄 수 있어요?”
“음… 알겠어요.”
남송이 오름에서 태완이와 함께, 기획단 친구들을 기다립니다. 오늘 오는 기획단 친구는 규빈이, 한결이, 희도입니다. 엘리베이터 소리가 울리며 굉장히 낯익은 목소리를 가진 친구가 제일 먼저 들어옵니다. 규빈이였습니다. 뒤를 이어 한결이, 희도도 들어왔습니다.
“자, 여기 중학교 1학년 형이래, 너희들과 일상생활학교 해보고 싶어서 왔데. 형이 자기소개 준비했다는데 한 번 들어볼까?”
“안녕, 나는 안덕중학교에 다니는 김태완이라고 해. 오늘부터 너희들과 함께 일상생활기술학교에 함께 배우게 되었어. 잘 부탁해.”
형이 자기소개를 하니, 아이들도 하나하나 자기소개를 합니다. 서로가 조금씩 다가가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얘들아 이거 볼래? 경보가 어제 마을인사 다니려고 이렇게 대본도 만들었어~, 너흰 인사 할때 뭐라 하면서 인사드리고 싶어?”
“음…”
“음, 잘 모르겠어? 여기 형도 있잖아. 형은 어떻게 할지 한번 물어봐봐.”
“(태완이에게) 형, 어떻게 해~?”
“음..”
조금은 어색하고 낯설지만 어떻게든 도우려는 태완이 모습이 착하고 대견스럽습니다. 태완이도 또한 동생들과 일상생활학교를 접하며 많은 점을 배우고 갔으면 합니다.
#“어떤 분에게 인사드리면 좋을까?”
아이들게 어떤 분을 만나 뵙고 인사드리는 것이 좋은 지 물어보았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함과 상상력이 들어간 기상천외한 의견이 연신 나옵니다.
“산 가요, 바다 가요~”
“산, 바다? 거기서 인사드려?”
“네, 거기에도 사람 많이 있잖아요. 거기 있는 사람한테 해요~”
“너!! 그냥 산이랑 바다 가고 싶은 거 아니야ㅋㅋ!!
“히힛~”
“어부마을이요~”
“어부마을? 거긴 어떤 곳이야?”
“그… 저도 잘은 모르는데, 거기에 어부 아저씨들 있어요. 그분들께 인사드려요~”
“학교요!!”
“학교 어떤 분께??”
“음… 청소하는 할머니요!!!”
“태완이는 어디 인사드리고 싶어?”
“음, 약국이요!”
이 밖에 도서관, 소방서 등 많은 의견이 나왔습니다. 모든 의견을 수용하고 다 돌아다니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시간이 여유롭지 않아 의견을 조율 할 필요가 있습니다. 팀장님과 검토한 결과, 오늘 인사드리는 곳은 약국과 도서관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인사를 드린 곳은 도서관입니다. 급하게 연락을 취하여 간 것이기에 사전 전달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을지 염려하여 강지훈 선생님께서 기획단 친구들이 인사하기 전 지역주민께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자기가 알고 있거나 인사드리고 픈 지역주민께 찾아가 이렇게 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ooo 입니다. 서귀포시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왔습니다.
각자 돌아가며, 지역주민께 인사드립니다. 처음이어서 그런지 인사하는 데 꽤나 쑥쓰러워하고 평소처럼 당차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는 아이들이 보기 좋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퀴즈를 낼 께요. 1번. 제가 가장 처음에 했던 말은 무엇인가요?”
“네?? 음.. 안녕하세요?”
“딩동댕”
규빈이는 인사를 하고 퀴즈를 냅니다. 정답을 다 맞추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사탕을 선물로 드립니다. 규빈이의 상상력 깊은 인삿말이 지역주민도 실습생도 선생님도 껄껄 웃게 만듭니다. 규빈이의 엉뚱함에 모두가 좋은 추억을 가지고 갑니다.
두 번째로 간 곳은 약국입니다. 밝게 웃으며 환영해주던 도서관과는 달리 약국의 약사님은 그리 호의적이시진 않았습니다. 아이들도 그 기운을 느끼는지, 도서관 때 보다 더욱 긴장한 듯 했습니다.
“빨리 빨리 하고 가세요. 손님들 기다리시지 잖아.”
날카롭고 무서운 약사님의 말씀에서 아이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규빈이도 결국 퀴즈를 내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모든 지역주민이 다 호의적일 거란 생각은 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각자 다르듯, 지역주민께서도 아이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모두 같진 않을 겁니다.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어했던 우리의 행동 때문에 약국의 일을 방해한 거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막상 겪고 나니 환영해주셨던 도서관 선생님들이 머릿속을 다시 스쳐 지나갑니다. 저희의 인사를 지지하고 격려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귀가
인사를 다 드리고 아이들이 각자 가야 할 곳으로 보냅니다. 희도, 한결이, 규빈이는 모슬포지역아동센터로 이동합니다.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김에 센터장님께 인사도 드리고 왔습니다.
이수정 센터장님께 많은 지지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말씀 한마디, 한마디에서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음이 느껴집니다.
태완이에게 아이들과 활동이 어떠했는 지 물어보았습니다. 태완이가 계속해서 복지관에 오겠다고 합니다. 카페에서 자원봉사도 하며 일상생활학교도 함께 하겠다고 합니다. 앞으로 좀 더 자주 태완이를 만날 수 있을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