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벌써 기획단 아이들이 세 번째 만남을 가졌습니다. 매일 만나는 것이 당연한 일은 아니라 힘들 수도 싫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자전거여행팀 아이들은 누구 하나 싫은 기색 없이 다 괜찮다며 나와 줍니다. 자신들의 여행이기에 자신들이 나오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정말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덕분에 오늘은 서울에 간 성훈이와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영이 둘 빼고는 모두 모였습니다. 아이들을 만날 생각에 회의 전부터 조금 들떠있었습니다.
어김없이 예찬이 10분전에 제일 먼저 왔습니다. 뒤이어 지원 관호 자성이 왔습니다.
“저희 오늘 뭐 해요?”
“그러게? 우리 오늘은 뭐 하면 좋을까?”
“음...”
“어제 관호가 오늘 정해야 할 것들 정리해놨는데 한 번 보자!”
어제 회의 끝날 무렵 관호가 정리해둔 기록이 있습니다. 모두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관호 덕분에 오늘은 회의 진행이 수월할 것 같습니다.
“참, 애들아 우리 네이버밴드 만들기로 했어.”
“네이버밴드요?”
“응! 밴드에 우리 회의한 내용, 사진 올려서 기록 남기고 못 온 친구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
“오 좋다.”
“그런데 이거 밴드 이름을 그냥 자전거여행팀이라고 만들려니까 너무 밋밋한 것 같아.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음.. 원진이가 아이디어가 좋아서 그런 거 잘 해요.”
아이들이 자전거여행을 준비하는 소중한 순간순간을 그저 흘려보내기 아쉬웠습니다. 아이들이 남기고 서로 공유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네이버밴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냥 자전거여행팀이 아니라 자전거여행팀 이름이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으니 원진이 아이디어가 좋다며 원진이 오면 말해보자 합니다.
이어서 자성이가 “그런데요~ 선생님.” 하기에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차 한대가 필요해요. 차가 한 대 있어야 다친 사람을 케어 할 수 있잖아요. 물이라던가 무거운 짐도 싣게요.”
“그러네. 우리 뒤에 차가 한 대 따라오면 정말 좋겠다. 대단한데. 우리 그 생각까진 못했는데. 멋지다. 이따가 친구들 다 오면 다시 한 번 얘기해줄래?”
“네~!"
자성은 볼수록 놀라운 아이입니다. 서포트카는 이미 선생님들과의 회의에서 나온 이야기지만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긴 힘들 것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자성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이 밖에도 자성은 항상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콕콕 집어 말해줍니다. 자성 덕분에 회의 중 멈칫하는 일 없이 앞으로 쭉쭉 나아가는 것을 느낍니다.
#우혁, 원진
“우혁아 원진아 안녕! 오랜만이야.”
“애들아 우리 우혁이랑 원진이가 오늘 처음 회의 나왔잖아. 우혁이랑 원진이에게 우리가 지금까지 얘기했던 것들 한번 설명해주면 어떨까?”
“말해볼까!”
“집중해주세요!”
승윤 우혁 원진이 왔습니다. 바쁜 학원 일정으로 우혁과 원진은 회의에 처음 참여합니다. 관호와 지원이가 나서서 우혁과 원진에게 설명해줍니다. 자성이도 거듭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냐면..”
“돈도 벌어야하고..”
”일단 돌아다니면서 도움을 받아야해. 그리고 자전거여행을 떠날 거야. 우리가 생각한 거는 오설록을 들렸다가 협재를 가거나 중문을 가거나.. 두 방법 중에 골라야 해.”
우혁과 원진의 역할만 주어지면 될 줄 알았는데 이미 정해진 역할까지 바꿔집니다. 각자의 성향에 맞게 상황에 맞게 역할이 주어지는 것은 좋습니다. 그러나 자리에 없는 동영의 역할까지 마음대로 바꾸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동영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다 말했습니다. 다행이도 연락 받은 동영이 괜찮다 말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역할나누기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여행일정도 미리 그려 놓은 달력을 보며 다시 한 번 확인해봤습니다. 세 번의 회의를 통해 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뭔가 부족함이 보입니다. 진작부터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보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조심스레 제안해봤습니다. 처음엔 이 더운 날씨에 나가는 것이 달갑지 않은 듯 보였지만 결국 모두가 함께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송악도서관
도서관에 도착하고 관호가 제일 먼저 검색대에 앉아 자전거여행에 도움이 될 책을 찾습니다. 예찬 지원 우혁 원진은 빠르게 원하는 책 한권씩 골라 앉아 읽습니다. 승윤과 자성은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승윤은 지도를 찾아보았고 자성은 협재해수욕장 근처 캠핑장을 찾았습니다. 걱정했던 것이 민망할 정도로 모두 열심히 해주었습니다.
“협재해수욕장 근처에 텐트 칠만한 캠핑장 알아봤어요.”
“책 보니까 보말칼국수로 유명한 옥돔식당이랑 덕금식당 나오더라구요.”
“책에 판포리라는 곳이 나왔는데 거기도 가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쇠소깍을 봤는데 괜찮을 것 같아요.”
복지관으로 돌아와 도서관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나눴습니다. 도서관 가는 것만 제안했을 뿐인데 아이들이 그 안에서 직접 정보를 찾고 나눴습니다. 도서관에 다녀오니 새로운 것들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의 선택지가 더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나아가면 되는 거겠지요. 아이들이 이렇게 직접 자전거여행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사자들이 정보를 찾아보고 둘레사람에게 물어보고 서로 의논하게 합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와 사회사업가가 여러가지 안을 내놓고 그 가운데 '선택'하게 합니다.」 - 복지요결 82p <묻기>
마지막으로 도서관에 온 것 사진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자 제안했습니다. 그 때 사진담당인 원진이 자기가 찍어주겠다며 예쁘게 서보라고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잊지 않고 해내는 원진이 기특했습니다.
#‘배움. 소망. 감사.’
“선생님 저희 어제 이거 안 썼는데요.”
“맞아. 우리 어제 잊고 쓰지 못했지. 오늘은 꼭 잊지 말고 쓰자!”
오늘 회의 하던 중 자성이 ‘배움. 소망. 감사.’ 판을 보며 어제는 쓰지 못했다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자성이 덕분에 오늘은 잊지 않고 모두의 배움, 소망, 감사의 마음 포스트잇에 담았습니다. 아이들의 소중한 마음이 기록으로 남겨집니다. 날로 늘어갑니다. 자전거여행 준비가 날로 풍성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