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시간에 맞춰 자성이 제일 먼저 왔습니다. 오늘따라 자성의 분위기가 다른 날과 확연히 다릅니다. 무척 즐거워 보입니다. 면접 날 처음 봤을 때의 자성이 같아서 더 반가웠습니다. 이어서 동영이가 왔습니다. 동영이도 머리를 잘라서 그런지 훨씬 밝아보였습니다. 오늘 회의 왠지 평소보다 더 기대가 됩니다.
“자성아. 동영이가 아파서 못 나왔잖아. 우리가 정한 거 자성이가 이야기 해줄래?”
“네. 우리 금요일에 도서관 다녀왔는데. 그 때 협재 쪽에 캠핑장 알아보고 맛 집이랑 알아봤어. 그리고 너는 이제 간식담당이야. 그리고 우리 일정이랑 돈 버는 방법 정해야 해.”
자성이 지난 시간 정해진 것들을 동영에게 잘 전해줍니다.
“참 선생님 자전거 타고 가다가 바퀴 터지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알아봐야 하지 않아요?”
“맞아. 진짜 우리 여행 하다가 자전거 바퀴 터지면 어떡해? 자성이 대단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까지 했어!”
“오다가 갑자기 생각났어요.”
“선생님 차도 있잖아요. 차도 필요하고 운전해 줄 사람도 필요해요. 동영아 우리 그것도 알아봐야 해.”
이 쯤 되면 자성은 우리 자전거여행의 길잡이가 아닐까요? 이제 저희가 제안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들이 이제 자신들의 여행인 줄 아는 것 같습니다.
#황우지해안
“선생님 제주도에요. 전체가 이만한 크기라고 하면요. 동그랗게 옆이 다 막혀 있는 곳이 있어요. 작은 구멍? 돌들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와요. 그래서 거기서 다이빙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름을 모르겠어요.”
“제주도에 그런 곳이 있어? 선생님은 처음 들어봐.”
“페이스북에서 봤는데 정말 예뻤어요.”
“정말? 어디지. 궁금하다.”
“이번 계기로 거기 가보면 좋을 것 같은데. 위치도 모르겠고 이름도 모르겠어요.”
“한 번 찾아볼까? 네이버에 검색해보자!”
“제주도 갈 만한 곳이라고 검색하면 나올까요?”
“응! 그렇게 검색하면 나올 것 같은데?!”
“사실 집 앞이 바다라서 그냥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거기 사진 보자마자 와~ 가고 싶다 생각했어요.”
자성이 가고 싶은 곳이 떠올랐나 봅니다. 신이 나 설명해주는데 이름도 위치도 기억하지 못해 아쉬워했습니다. 같이 찾아보자 했지만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 때 지원이 왔습니다.
“지원아! 어서와!!”
“오늘 밭일 도와주고 온다구 했잖아.”
“네. 요즘 마늘 밭에서 일해요.”
“더운데 고생 많았어.”
“지원아. 자성이가 가보고 싶은 바다가 있다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대.”
“어디요?”
“자성아 설명해줘! 지원이가 알 수도 있잖아.”
“구멍 이렇게 해가지고 스쿠버다이빙하는 곳인데. 페이스북에 떴었어.”
“판포포구? 판포포구 아니야?”
“아니야. 판포랑 달라.”
“나 거기 어딘지 아는데..”
“이름을 모르잖아. 맞지.”
“제주도 스쿠버다이빙 하는 곳 검색해 볼까?”
“우와 다 눌러보게? 자성이 정말 찾고 싶구나.”
“그 정도야?”
“거기 바다 엄청 예쁘잖아. 거기서 수영하면 얼마나 좋겠어.”
“수영할거냐. 자전거 탈건데.”
“가다가 더우니까 바다 한 번씩 빠지면 좋지.”
“옷은 어쩌구.”
“옷 벗고 팬티만 입고 수영하면 되지!”
“어!! 이거 아니? 이거다!”
“우와 진짜 찾았다.”
“황우지해안.. 황우지해안.. 황!우!지!해!안!”
“대박 예쁘다. 선생님 이거 보세요.”
“황우지해안이었네. 여기라고”
“자성이가 설명한 그대로구나. 우와 예쁘다.”
“여기 2시간 20분 걸린다.”
“쇠소깍보다 가깝네. 진짜 예쁘다.”
지원에게 자성이 가고 싶은 곳 설명하고 함께 찾아봤습니다. 자성이 정말 가고 싶은가봅니다. 검색해 나온 모든 글들을 하나 둘 모두 눌러봅니다. 그 때 기적처럼 지원이 찾았습니다. 황우지해안이었습니다. 자성이 말해준 대로 생겼고 정말 예뻤습니다. 자성이 정말 좋아했습니다. 처음에 어디를 갈지 정할 때 아이들 모두 가고 싶은 곳 없다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기가 가고 싶은 곳 찾고 기뻐합니다. 자성과 아이들이 자신들이 정한 여행지에서 재미있게 수영하며 노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서포트카
“애들아 우리 차도 구해야하고 운전해줄 사람도 필요해.”
“차 왜? 빼~ 그냥. 필요 없어.”
“차 필요 없다고? 그럼 짐 어떻게 해.”
“무거운 거 뭐 있는데?”
“캠핑도구랑 텐트랑 우리 짐들.”
“텐트 안 무겁자나.”
“그럼 자전거 뒤에 싣고 가게?”
“응. 안무거우니까.”
“텐트 철 같은 거 있는데 안 무거워?”
“아니. 나눠서 가져가면 되지.”
“어떻게 나눠. 자전거 타는데.”
“도구들 말야.”
“자전거에 어떻게 실어.”
“뒤에 묶으면 되지.”
“우리 짐만으로도 힘들 걸.”
“그러니까 짐 실을 차가 필요 하다는 거지.”
“원터치 구하면 되지”
“어디서 구할 건데.”
“빌리면 되지.”
“그냥 텐트는 있냐.”
“복지관에 있던데.”
“복지관 거 아닌 것 같던데?”
“복지관 거는 복지관에서 빌리고 아닌 거는 복지관에서 빌린 것처럼 어떻게 빌렸냐 물어보고 우리도 빌리면 되지.”
“그래. 그렇게 하자.”
자성 지원 동영이 서포트카 문제를 두고 열띤 토론을 열었습니다. 혹시나 목소리 높아지면 어쩌나 걱정하며 지켜봤습니다. 자성과 동영이 지원에게 서포트카가 필요한 이유를 잘 말해주었습니다. 지원은 처음엔 필요 없다 말했지만 자성과 동영의 설명에 그렇게 하자며 금방 수긍했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회의
“성훈아 안녕! 어서와!”
“성훈아 우리 황우지랑 쇠소깍 가기로 했어. 아침 일찍 출발해서 여기서 놀고 주변에서 밥을 먹자! 그 다음에 카약을 탈 수 있으면 타는 거지! 못 타면 그냥 바닷가에서 놀고!”
“우리 꼭 해변만 보지 말고 여기 주변도 한 번 찾아보자!”
“아 선생님! 거기 외돌개 있어요. 이렇게 생겼는데요.”
“우와 외돌개가 뭐야? 처음 들어봐.”
“여기쯤에 시장 있는데.”
“동문시장? 올래시장?”
“올래시장이야! 동문시장은 제주시에 있는거야.”
“서귀포매일올래시장”
“그럼 여기서 간식이나 뭐 그런 거 사먹을까?”
“야 정방폭포 돈 내고 들어가야 하던가?”
“아~ 천 원이네! 청소년 천원, 성인 이천원.”
“돈내코가 까마귀 있는 데인가.”
“돈내코는 무료야?”
“돈내코니까 돈 내야지”
“라임 멋지다.”
“황우지해안이 선녀탕이래요!”
“가파도는 마라도의 3배 크기이다.”
아이들은 신기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에너지가 넘칩니다. 오늘은 특히 엄청난 것 같습니다. 설명해줘라 말하지 않아도 친구에게 설명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자기들끼리 핸드폰으로 이 곳 저 곳 검색하며 정보를 찾아냅니다. 정말 방언 터지듯 말문이 터진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요. 조금 정신은 없었지만 보는 내내 드는 흐뭇함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모든 걸 이루어 내고 있는 엄청난 광경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여행이다 이젠 정말 확실하게 알고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조금만 옆에서 거들어주면 금방 변하고 성장하는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참 신기했습니다. 아이들이 대단해보였습니다. 안테나 꽂고 아이들이 이 분위기 잘 이어나갈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도와야겠다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