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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여름] 청소년 배낭 여행 [청소년 배낭 여행] 7/9 "이거 우리가 정해서 하는거야."

관리자 2022-02-22 (화) 16:39 2년전 1477




















# 안녕, 잘 지냈어?

 오후 4시에 재현이와 근우가 복지관에 들린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원래 내일 만나기로 했는데, 첫 만남이 앞당겨졌습니다. 아이들이 제게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는 마음에 오기 전 미리 손편지를 준비했습니다. 면접날 처음 아이들을 본 기억을 회상하며 열심히 적었습니다. 편지를 받은 아이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약속시간 1시간 전인 3시에 재현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재현이가 김진혁 팀장님께 전화를 걸었나봅니다. 김진혁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5분 뒤면 도착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첫 만남이라는 단어가 저를 얼마나 떨리게 했는지 모릅니다.

아이들이 유리문 뒤로 보입니다.

"안녕하세요~"

"어, 얘들아~ 안녕! 잘 지냈어?"

면접 후 처음 얼굴을 보는 아이들의 얼굴이 반갑습니다. 아이들에게 직접 쓴 손편지를 전해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오~ 선생님 편지 쓰셨네요! 좀이따 읽어봐야지!" 하면서 좋아합니다. 재현이와 근우가 부끄러운 티를 냅니다. 첫 만남이라는 단어는 또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어색함은 우리를 더 조용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슨 주제로 어떤 얘기를 해야할 지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그러다가 시험기간이라는 아이들의 말이 생각나 시험은 어땠냐고 물어봤습니다. 아이들은 망했다고 하기도 하고, 그럭저럭 괜찮았다고 얘기도 합니다.


# 우리 여행 갈 때 뭐가 필요해?

일상 얘기를 어느 정도 하자 분위기가 많이 풀렸습니다. 아이들도 제가 편해졌는지 곧 말을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여행얘기가 시작됐습니다.

제가 먼저 아이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얘들아 너네는 배낭여행 하려면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뭘 하고싶어?"

"선생님! 물놀이는 필수예요!"

"와 진짜 너무 좋겠다! 엄청 재밌을 것 같아!"

재현이 기대감에 부푼 목소리로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근우도 한 마디 합니다.

"맛있는 밥 먹어요! 우리가 만들어서 먹어요! "

"우리가 직접? 근우야, 되게 멋있는데? 너무 좋은 생각이야."

벌써부터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활동하길 원하고, 하고 싶은 것도 미리 정해놨습니다.
그리고  한 껏 신이 난 아이들 입에서 뭐가 필요한지 술술 나오기 시작합니다.

"칫솔도 필요하고요, 우리 손전등도 가져가요. 텀블러도 챙겨요!"

 "밥 먹으려면 쌀도 있어야 되고..."

"야, 그러면 쌀 어떻게 먹어? " 재현이가 근우한테 물어봅니다.

"버너랑 가스 챙기고. 아! 우리 엄마 가끔 냄비로 밥 해!"

듣던 중 반가운 얘기였습니다. 복지요결 중 당사자의 곳에서 당사자의 것으로 이루란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재현이가 "야, 너네 엄마한테 지금 전화해서 물어보자!"라고 합니다. 근우가 지금은 안 된다고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이 근우의 곳에서 근우의 것으로 삶을 느껴봤으면 좋겠습니다.

재현이가 근우네집에서 배우자고 합니다.

"선생님, 우리집에 텐트도 있고요. 침낭도 있어요! 엄마한테 가져가도 되냐고 물어봐야겠다."


# 우리 여행이니까, 우리가 정해서 가는거야.

아이들이 들뜬 목소리로 얘기를 하던 중에 근우가 슬쩍 얘기를 꺼냅니다.

"선생님, 그런데요~ 재혁이도 하고 싶대요. 해도 돼요?"

"너희의 여행이니까 너희가 같이 가고 싶으면 당연히 해도 되지!"

아이들은 재혁이에게 바로 전화를 겁니다.

"야, 우리 배낭여행 갈건데 너 갈거야 말거야 빨리 정해."

"언제 가는데?" 전화기 너머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가 느껴집니다.

"이거 우리가 정해서 가는거야." 근우가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로 얘기합니다.

뿌듯했습니다. 아이들이 여행을 자신들의 여행이라고 확실히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행의 주인이 된 아이들의 당당한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통화가 끝나고 다시 여행 얘기가 오고 갑니다.

"선생님, 제가요. 며칠 전에 유튜브에서 제주 여행 중 꼭 가야하는 곳 영상 봤는데 그거 한 번 보실래요?"하며, 재현이가 저에게 소개시켜줍니다. 자신이 종이에 직접 정리하겠다고 합니다.

"선생님, 협재 화순금모래해변 진짜 예뻐요. 그게 어딨는거냐면..."근우도 경험을 살려 얘기합니다.

당사자의 곳임이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아이들끼리 어디가 가깝고, 볼 것은 뭐가 있고, 거기 주변에는 뭐가 있고, 어딜가면 뭘 꼭 먹어야 하고.. 아이들이 얼마나 설레어 하고 있는지,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피부로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배낭여행을 통해 남는게 있다고 느끼도록, 배운게 많다고 느끼도록 그렇게 느끼게 하고 싶습니다.


#우리 돈 벌어요.

 얘기하던 도중 함께 하게 된 재혁이가 도착했습니다. 재혁이는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는 인사합니다. 부끄러움도 잠시 여행에 푹 빠져 그렇게 아이들 세 명이서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재현이가 배낭여행 코스 중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에 가서 떡볶이를 꼭 먹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러자 근우가 "너 돈 있어?"합니다. 그렇게 둘은 자연스레 여비마련 얘기를 합니다.

"우리 기부통 만들어요! 자물쇠도 걸고요. 돈은 누가 관리할래?"

"선생님, 작년에는요. 자전거여행팀에서 레몬에이드 만들어서 팔았대요. 우리는 다른거 팔아서 돈 벌어요." 재현이가 작년에 있었던 일을 알고 의견을 제시합니다.

"우와 좋은데? 뭐 팔고싶어? 그리고 어떻게 팔고 싶어?"라고 아이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파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복지관에 스타렉스 차 빌려서요! 트렁크에 책상을 넣는 거예요. 그리고 두 팀으로 나누고 재료 챙겨서 돌아다니면서 팔아요!"

아이들은 마치 미리 생각이라도 한 것 처럼 술술 나옵니다.

파는 것에 대해서는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미숫가루도 팔고요, 아이스티도 팔아요!"하며 근우가 자신만의 미숫가루 타는 법을 소개해줍니다.
재현이도 지지않고 아이스커피 맛있게 타는 법을 유튜브에서 봤다며, 레시피를 찾아보겠다고 유튜브에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동영상을 보며 방법을 종이에 옮겨적었습니다.

"선생님, 우리 이거 지금 만들어봐요!" 재현이가 한 얘기였습니다. 어쩜 이렇게도 진행력이 좋을까요. 리더십 있는 재현이가 멋있습니다.

"선생님, 우리집에 믹스커피 진짜 많아요. 제가 갖고 올게요." 재현이가 자신의 집에 커피가 많다며 가져오겠다고 합니다.

"우리 다 같이 가자."

그렇게 우리는 밭을 넘고 건물을 가로지르며 아이들만이 아는 지름길을 통해 3분 정도 걸어 근우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가는 길에 아이들은 배낭여행가서 많이 먹으니까 많이 벌어야 한다며 자신들끼리 규칙을 정합니다.

"많이 먹을 사람은 많이 팔자!"


# 옆 집 이모한테 부탁했어요!

 근우네 집에 도착했는데 아뿔싸! 근우네 집에 믹스커피가 보이지 않습니다. 근우는 2층에 다녀올테니 여기서 기다리라며 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근우가 올 때가 됐는데 꽤 오래 걸립니다. 아이들과 저는 근우를 찾아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근우를 아무리 불러도 근우는 묵묵부답입니다.  아이들과 앞에 보이는 바다에 대해 얘기하며 근우를 기다리고 있는데 아래에서 "야! 너네 거기서 뭐해!"하며 근우가 옵니다.

2층에 있을줄 알았던 근우는 다른 집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근우의 양 손에 믹스커피가 한 가득입니다.

"근우야, 믹스커피랑 카누 어디에서 갖고 온거야?" 물으니

"옆 집 이모한테 부탁했어요."합니다. 근우는 이웃과 사이가 좋은 친구 같습니다. 근우에게서 더불어살아가는 냄새가 납니다.

그렇게 믹스커피와 블랙커피, 설탕을 챙긴 우리는 다시 지름길을 지나 복지관으로 이동합니다.


# 이거 우리가 만들었어요. 한 번 드셔보세요.

 복지관으로 가자마자 아이들은 레시피를 보고 직접 커피를 타봅니다. 아이들이 직접 카페 담당 선생님께 부탁하여 컵도 2개나 빌리고, 우유도 한 컵 얻고, 스푼, 얼음 조각까지 받았습니다.

믹스커피와 블랙커피의 비율, 물 양에 대해 의논하고, 설탕의 양에 대해서도 의논합니다. 그렇게 첫 번째 커피가 만들어졌습니다.

"더위사냥맛이 나요. 맛있어요." 하는데 얼굴은 당황한 얼굴입니다. 한 번 더 맛 본다고 하더니 입술만 적십니다. 말하는 것과 달리 마음에 들지 않았나봅니다.

"우리 이번엔 믹스커피만 넣고 만들어봐요." 하며 맛있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시도해봅니다.

"어!! 선생님 아까보다 훨씬 맛있어요! 드셔보세요! 우리 이거 진혁 선생님한테도 갖다줘요!" 하며 선생님을 찾아 나섭니다. 선생님이 아까보다 훨씬 맛있다며 아이들을 칭찬해주셨습니다.

재현이는 프린트를 하고 있는 동네 아저씨께도 자신이 만들었다며 맛을 평가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아저씨는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셨으나, 맛있다며 자신이 다 먹어도 괜찮겠냐고 물어봤습니다. 뿌듯함을 느낀 재현이 알겠다고 합니다. 


#우리 내일 가봐요!

우리는 다시 만날 날을 정했습니다. 원래 내일 보기로 약속을 했으니 내일 보기로 했습니다. 몇 시에 만날건지 아이들끼리 회의를 했습니다. 오후 6시에 보자고 합니다.

내일은 어떤거 할까?하고 물으니 아이들이 "선생님, 우리 내일은 가까운데 버스타고 가보거나 걸어가봐요. 그리고 우리끼리 밥 먹어요!"합니다. 좋은 생각이었습니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 좋은가봅니다.

"그러면 우리 만화카페 가자."

"야, 그건 좀 아니지. 배낭여행이랑 상관 없잖아! 그리고 1시간에 2000원이야. 너무 비싸."

의외였습니다. 어떻게 얘기해야 내 의견을 강요하는 것처럼 말하지 않고 설득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찰나였는데 아이들끼리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그건 나중에 하자고 합니다. 말 한 아이가 생각해보니 그건 그렇다며 수긍합니다.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어!  그러면 우리 해안가도로 걷고, 올레시장가서 떡볶이 먹고오자!"

"야! 그거 좋은 생각이다!"

"떡볶이는 누가 사?"

"우리끼리 돈모아서 사자. 부족할 수도 있으니까 내일 다들 4000원씩 들고 모여!"

아이들끼리의 추진력과 단합력이 대단합니다. 자신들의 여행준비를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  선생님 제가 할게요!

"우리 배낭여행 같이 가는 친구들이랑 다 같이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하고 아이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핸드폰이 없는 친구도 있으니 단체카톡방이 좋겠다고 아이들이 말합니다.

적극적이고 리더십 있는 재현이가 "선생님! 제가 단체카톡방 만들게요!"합니다.

오늘 오지 못한 친구들에게 오늘 나온 얘기들을 직접 전하겠다고 근우와 재현이가 책임감 있는 말투로 말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들과의 얘기를 마치고 아이들을 배웅하러 갔습니다. 재현이의 어머님이 재현이를 데리러 오셨습니다. 학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것이라 너무 긴장되고 떨렸습니다. 어머님께 청소년 배낭여행을 맡은 원광대학교 마지수라고 소개를 간단히 하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재현이어머니께서 웃으며 인사해주셨습니다. 어머님께서는 근우와 재혁이도 함께 차에 태워주시고 그렇게 아이들과의 만남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재현이가 집에서 아이스커피 만드는 방법을 또 연구했습니다. 거품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고 합니다. 더 맛있다며 내일 선생님한테 만들어주고 싶다고 하며 자신이 만든 커피 사진을 보내주었습니다.


# 아이들 강점

1. 현명한 중재자 박근우

제주도 명소에 대해 아는 곳이 많고, 무엇을 해 본 경험도 많습니다.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 친구들에게 설명을 잘 해줍니다.
친구들한테서 칭찬할 점을 잘 찾습니다.
주제를 벗어난 얘기를 할 때 목적에 맞도록 중재를 잘합니다.


2. 활발한 리더 전재현
우리가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잘 이끌어 나갑니다.
자기가 맡은 일에 책임감이 강합니다.
오늘 얘기한 내용을 잘 정리합니다. 그리고 오늘 못 온 친구들에게 전해줍니다.
집에 가서도 오늘 만들어 본 커피를 직접 만들어봅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설명해준다고 합니다.
 
3. 말 안하면 아무도 모르는 뉴페이스 장재혁
분위기에 잘 적응하며 활동 적응력 또한 빠릅니다.
친구들 사이의 분위기를 유쾌하게 만듭니다.
친구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며, 공감해줍니다.
성격이 활발하고 활동적입니다.


# 나이는 더 많아도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울 것이 더 많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계획과는 많이 다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원래 오늘의 할 일은 활동을 설명하고, 자기소개를 나누며, 친구들과 역할과 규칙을 정하고, 여행장소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시험기간이라 아이들이 다 모이지 못했기 때문에 역할과 규칙을 확실하게는 정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아이들의 일정을 잘 고려하지 않은 탓입니다. 이번 주는 아이들과 꼭 다시 만나 역할과 규칙을 정해서 임무를 하나씩 맡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바라봐야겠다고 다시 한 번 느낍니다. 

복지요결대로 실천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아이들에게 물을 때 적어도 3번 이상 생각하게 됩니다. 내 의견을 강요하지 않고 좋은 방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 법에 대한 내용과 아이들의 의견이 대립하면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생각하면 어떻게 얘기해서 이해를 시킬 수 있을까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끼리 서로 의논하고 중재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기발한 의견을 낼 때도 많았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은 톡톡 튀고 새롭습니다. 이러한 강점을 많이 살려주어야겠습니다. 

 기대감을 갖고 열정적으로, 진지하게 임해주는 아이들 덕분에 일이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정말 옆에서 거들기만 했을 뿐입니다. 아이들이 낸 의견을 적으면서 경청했을 뿐입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기만 했을 뿐입니다. 아이들은 여행 장소 목록도 여러개 알아보고, 여비마련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무엇을 팔 것인가 구상도 해보았습니다. 판매할 커피를 미리 만들어보면서 동료와 함께 의논하였습니다. 주변에 우리가 필요한 것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옆 집 아주머니, 복지관 카페 담당 선생님, 친구 부모님 등 여러 사람에게 부탁하며 감사도 해보았습니다. 너무 잘 하는 아이들이 대견스러웠습니다. 몰래 집에서 복지요결을 예습한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삶의 주인임을 아는 이 마음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계속 해주고 싶습니다. 이웃과 더 연계하여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도록 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이 오늘 일을 통해 보여진 강점들이 훗날 앞으로의 여행에서 거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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